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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풍경(2)
김병기       조회 : 2292  2014.02.02 12:07:14

 

우리 경찰서 유치장은 4곳의 일반유치실과 1곳의 보호유치실이 있는데 일반유치실은 다시 여성유치실 1곳과 남자유치실 2곳으로 나누고 1곳은 외국인·장애인유치실이다. 강도·마약 등 죄질이 불량한 강력범과 무면허운전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고 벌금을 납부치 않아 수배된 자들이 입감되어 있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청 구치감으로 신병을 인계하고 때로는 조사를 받은 후 석방되기도 하고 벌금을 납부하면 즉시 나가는 곳이다.

 

유치장에 들어오는 유치인의 행동도 음주측정을 피하려고 하는 운전자 행동과 같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 들어올 곳이 아닌 곳에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뭔가 불안한 눈초리로 소지품검사 등에 응하며 지급한 모포와 베개를 들고 유치실에 들어가면서 먼저 입감된 유치인들에게 고개 숙여 좀 들어 가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갑을 찬 채로 들어와 내가 여기 처음 오나 한번 해 보자는 거친 말투로 불만을 표시하다 유치실에 들어가기 전 담배나 한 대 피우자.”고 생떼를 쓰다가 유치실 창살을 걷어차며 소란을 피우다 결국 보호유치실로 직행하는 사람도 있다.

 

유치장에 들어오면 인권보호를 위해 반드시 체포과정 등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면 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고 경찰서 청문감사관에게 면담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있음을 알려주고 근무일지에 기록한 후 유치인으로부터 서명날인을 받는데 이유 없이 서명날인을 거부하고 때로는 훼손하려고 해 제지도 한다. 며칠 전 강도살인으로 들어온 박씨(,43)는 덩치와 죄명에 어울리지 않게 고분고분하게 유치실에 들어가 한쪽 구석에 누워 4일 동안 물만 먹고 식사는 하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쪽으로 나오도록 하고 수차례 식사할 것을 권했다.

 

알고 보니 지난 6월에도 절도 등으로 입감되어 구속된 것에 앙심을 품고 생활이 궁핍해지자 그때 거래처를 찾아가 범행을 감행하고 도주했다 검거된 자로 먹고 살기위해 사는데 일단 식사는 해야 되지 않느냐?” 거듭된 관심에 차츰 밥을 먹더니만 뒤에 들어온 유치인들에게 교도소생활을 들려주며 떠들며 간식도 챙겨 먹는다. 고급양주와 아가씨 접대를 받은 이씨(,42)는 술값 지불을 하지 않아 112신고 되어 사기·업무방해로 벌금 945만원을 납부치 않아 수배 되어 들어왔는데 또 몇 달 살다가야 되네.” 하면서 지갑에 든 4천원을 던지며 아침식사는 사식을 넣어 달라한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떨기보다 온도와 습도를 맞춰 재워주고 식사도 챙겨주며 건강에 관심 가져주는 이곳이 좋은지 몰라도 하루가 멀다 하고 찾는 이도 있다. 단골손님 중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객사를 했다며 자기들끼리 수군댄다. 바지에 오줌을 싼 채 도로에 자다 수배자로 들어온 박씨(,52)내가 왜 여기에 있나, 이곳이 어디냐?” 묻다 잠이 들었다. 많고 많은 사람 중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리도 사연이 많은지. 그래도 알몸으로 왔다가 옷 한 벌은 벌어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살아감에 감사하고 겸손을 배워 새해에는 유치장을 찾는 이들이 없으면 정말 좋겠다.

 

김해중부서 유치관리팀장,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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