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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산에서 형님대신 벌초를 해준 동생에게 고마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신병륜       조회 : 2982  2016.08.29 18:27:41
0828 할배 산소 응달.hwp (28.0 KB), Down : 32, 2016-08-29 18:27:41

생전에 밤나무를 심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아버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토요일 고향 마산에 있는 동생이 할아버지. 할머니산소의 벌초를 갔다 왔다고 합니다. 장남인 제가 가야 하는데 .. 바쁘다는 핑계로 동생에게 모든 것을 미루는 것 같아 늘 미안합니다. 그래서 식혜 한박스를 보내는 것으로 죄갚음을 했습니다. 동생이 보내온 사진을 보니 70이 넘은 사촌형님들의 사진을 보니 3-40대때 형님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며 제가 벌써 50이 넘었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았습니다. 동생이 형님들이 쉬고 있는 그늘 위의 밤나무가 아버지가 생전에 심었던 것이었는데 이제 아들과 조카들에게 감미로운 휴식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16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잠시 났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때 할아버지, 할머니를 5살 때 여의고 형님집에서 조카들과 함께 컸습니다. 형님들이 빨리 돌아가셨기에 형수님에게 의지하고 생활을 했습니다. 결혼해서도 집안의 대소사는 아버지가 도맡아 해야 했고 형수님들과 상의하고 결정했습니다. 결혼후에도 늘 그래왔기에 어머니가 기분 안 좋은것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는 세배하듯이 인근의 형수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짬이 나면 어릴 때 곁을 떠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들러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낙으로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릴 때 형수님들이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하더라도 부모님과는 또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친한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 여유가 없었고 친구들을 사귈 여유가 없었기에 아버지 상때 문상을 온 분들중에 아버지 또래의 친구분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마치고 처갓집에서 하룻밤 자고 마산 우리집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에 부모님과 제 새색씨, 동생들이랑 제일 처음 찾은 곳도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였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산소 밑에 연못을 파고 웅덩이를 만들고 나무도 싶었습니다. 워낙 척박한 곳이라 물이 고일 장소가 없기에 바닥에 비닐천막을 깔고 그 위에 빗물을 모으는 것입니다. 얼마후 그 곳에 가니 개구리들이 습지에서 뛰어다녔습니다. 다음해 태어난 제 딸도 여기서 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힘들게 만든 고구마밭을 배가 고파 산에서 내려온 산돼지들이 다 파헤쳤기에 조그만 밭농사는 포기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밤나무를 심었지만 그 밤은 등산가는 다른 분들이 대부분 다 따갔기에 밤 구경을 한번도 못했습니다. 어제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하러온 자식과 조카들에게 밤나무가 큰 응달을 제공했다고 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돌아가신 아버님도 어릴 때 헤어진 조부모님의 정을 생각하겠지만 그 다음대인 저랑 사촌형님들은 그렇지 않을것이라 생각을 했고 이런 그늘이라고 있어야 잊지 않을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하지 못한 부모에 대한 효를 손주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척박한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요즘 각박하게 삽니다. 하루앞도 내다보지 못하는데 20년후를 내다본다는 것은 헛된 망상일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힘든 하루하루를 거뜬히 견딜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힘들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웃으며 살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생전에 밤나무를 심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아버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제 대신에 늘 벌초한다고 땀을 흘리는 동생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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