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치계미(雉鷄米)’를 아십니까?
아침 저녁으로 이제 많이 춥다. 그도 그럴 것이 11.8일이 입동으로 겨울의 초입에 다다른 때이기 때문이다.
입동은 겨울의 시작이다. 통상 겨울은 입동부터 입춘까지 90일간을 말한다. 입동은 24절기의 열 아홉 번째, 음력으로 10월 절기, 양력 11월 7,8일 께이며, 상강과 소설사이에 든다. 이 때가 되면 무수히 쌓인 낙엽 위에 서리가 내려 쉬고 찬바람이 옷깃을 올려준다.
입동 전후해서 김장을 담근다. 속담에 “입동인 당일은 김장을 담그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정확한 말의 연원은 모르지만,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에 입동인 당일 수요가 몰리면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잖아도 올해 김장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작년과 평년 대비 각 6.2%, 2.3% 줄어든 1만 4228㏊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생산량 역시 전년 대비 10.2%가량 감소한 152만 5000t가량으로 추정돼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 여름나기가 더 좋다는 말이 있다. 여름보다 겨울이 추운 날씨와 월동 비용 부담으로 더욱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날씨와 배추값 상승으로 겨울나기가 더 어려울 우리 주위의 불우이웃들이 생각난다. 각계각층의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그들인데 경기불황 탓인지 갈수록 그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전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다. 여러 지역의 향약에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양로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동지.섣달그믐날에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했다.
본래 치계미(雉鷄米)란 사또의 밥상에 올린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했는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유래한 풍속인 듯하다.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해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돈이니 곡식을 냈다고 하니 오늘 우리들의 마음에도 그 따스함이 흐르고 있는지 들여다 볼 일이다.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이 정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