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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양산 법기수원지

원시림 푸른 바람 한모금, 저수지 맑은 공기 한모금

  • 기사입력 : 2011-09-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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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시 동면 천성산 아래 법기수원지. 지난 7월 80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이곳은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편백숲 아래를 거닐고 있다.
     


    산이 깊다. 높고 울창한 산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과 집들을 멀찌감치 발아래 두고 있다. 산 아래로 허리 높이만큼 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집들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지만 감히 산세(山勢)를 범하지는 못하고 있다.

    양산시 동면 천성산 아래 법기수원지 인근은 아직도 자연의 포스가 강했다.

    최근 법기수원지가 야단법석이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축조 이후 거의 80년 만인 지난 7월 일반인들에게 개방됐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1만명 정도가, 평일에도 3000~4000명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자연의 힘이 강한 이곳에, 80년이나 묵은 새 볼거리가 생겼다니 그럴만도 하다 싶다.

    지난주 법기수원지를 찾았다. 마을 초입부터 길이 좁아진다. 평일인데도 차를 댈 만한 공간을 찾기 힘들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 수백대가 수원지 입구까지 이어진다.

    초행이라 몸과 마음이 처지려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갑자기 몰려왔다. 매미 울음에 새소리까지 담겨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 명장정수사업소 명판이 붙어 있는 법기수원지다.

    행정구역은 양산이지만 이곳에서 하루 3000~4000t 정도가 부산 노포동, 남산동 등지 7000가구에 식수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수원지로 들어서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장관이다.

    왼쪽으로는 편백숲이, 정면으로는 벚나무 30여 그루가 질서있게 자리하고 있다.

    이들 앞으로 50m는 족히 넘을 히말리야시더가 길을 따라 곧게 서 있다. 나무들은 어디 한 곳 비뚤어짐 없이 곧게 자랐다. 꼭 말썽 한 번 없이 훤칠하게 잘 자란 우등생 같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수원지 축조 당시 심어, 나이가 80~90년 정도 된다고 한다.

    숲은 원시림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 아래로 풀들이 깔려 있어 길이 없는 산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나무에서는 연신 기분 좋은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굳이 피톤치드라고 여기지 않아도 일상에 찌든 심신을 깨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숲이 끝날 무렵 댐마루를 오르는 비스듬한 계단이 나온다.

    댐마루에서 바라본 저수지는 잔잔하기 이를 데 없다. 수면 위로는 저수지를 빙 둘러싼 천성산과 주변 산들이 경쟁하듯 고개를 들이밀며 담백한 산수화 한 폭을 그려내고 있다.

    물은 깊숙한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 울창한 산들이 한참을 머금은 뒤, 깊은 골로 내보내는 물이니 깨끗함은 오죽할까.

    댐마루에 둘레가 엄청난 대여섯 그루 홍송(紅松)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쉽지만 수원지 구경은 예까지다. 수원지 일원 68만㎡ 중 2만㎡만 개방했기 때문이다.

    1~2년 뒤쯤 주차시설과 전망대, 산책로(둘레길) 등을 만들어 추가로 개방한다고 한다.

    그때면 수원지 안쪽에 숨어 있는 도둑골, 곰골, 지통골, 출렁다리 등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을 구경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개방구간이 적어 아쉽다”는 사람과, “나무와 저수지가 인상적이다”는 편으로 갈린다.

    앞사람의 경우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고, 뒷사람은 마음 편하게 찾았던 모양이다.

    지금 이곳을 찾는다면 뒷사람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음보다 눈에만 담는다면 후하게 잡아도 30분이면 족해 보인다.

    법기수원지는 봄·가을이 더욱 좋다고 한다. 산허리에 벚꽃과 단풍이 곱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원앙과 쇠기러기 등 철새들도 날아든다 하니 또 찾을 만하다.

    그러니 사시사철 여유를 가지고 찾아도 보상은 충분한 곳이다.

    가는 길은 부산쪽에서는 7번 국도를 따라 울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창기마을이 나오고, 이후 법기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양산시청을 기준으로 약 14㎞ 떨어져 있다. 대방교앞 4거리에서 울산·웅상·동래 방면(노포사송로) 고가도로 옆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글=이문재기자·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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