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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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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낙동강유역환경청 독직사건을 보며- 박현오(논설위원)

선각자들의 가르침 되새기고 자신을 뒤돌아봐야

  • 기사입력 : 2011-09-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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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후한시대 때 양진이라는 사람이 산둥성 동래 태수로 있을 때 행차에 나섰다가 날이 저물어 창읍이라는 곳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추천으로 벼슬길에 올랐던 창읍 현령 왕밀이 은혜를 갚는다며 금 열 근을 가져왔다. 태수의 거절에도 현령은 한밤중이라 아무도 보지 않는다며 성의로 받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태수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며 거절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관련해 좋은 경구로 인용되는 사지교훈(四知敎訓)이다.

    남명 조식(曺植) 선생은 당대의 거유 이황(李滉)과 쌍벽을 이룬 대표적인 성리학자였다. 그는 모든 벼슬을 거절하고 처사(處士)로 자처하며 학문 연구와 후진양성에 힘썼다. 당쟁의 시대를 살았던 그가 벼슬을 마다했던 이유는 나이 열아홉에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죽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비정한 현실정치에 대한 충격파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경상감사가 부임하면서 남명을 찾아 인사를 올렸다. 남명의 명성을 잘 알고 있는 감사는 조심스러워 했다. 남명은 주역에 나오는 ‘경(敬 : 일심을 지켜서 빗나가지 않는다)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밖을 반듯하게 한다’라는 문장을 패검에 새겨 두었다. 감사는 패검을 보고 말했다. “무겁지 않으십니까?” 남명은 답했다. “뭐가 무거울 것이 있겠는가. 내 생각에는 그대의 허리에 찬 돈주머니가 무거울 것 같은데…”라고 했다. 앞으로 뇌물 챙길 궁리를 하지 말고 정직하게 일하라는 경고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정부패, 즉 뇌물은 사람을 망친다. 논밭은 잡초에 의해서 망치고, 사람은 지나친 탐욕에 의해서 자신을 망친다고 했다. 사람이란 자기의 몸가짐을 지킬 줄 알아야지 그렇지 못하면 물욕에 눈이 어둡게 되며 갖고 있던 것마저 잃게 되기 마련이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직사건을 보면, ‘아직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하고 의심을 하게 되고, ‘도대체 어느 시대인데 그런 행위를 하느냐’는 탄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것이 돌고 도는 것이어서, 잊을 만하면 또 드러나고, 잊을 만하면 또 들추어진다. 얼마 전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어진 뇌물사건은 횟수와 금액, 수수방법 등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수사팀장 A씨는 무단방류 묵인 대가로 2005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5년여 동안 98차례에 걸쳐 폐기물 처리업체로부터 매월 100만~150만원, 총 1억830만원을 받았고, 부산 사상구청 전 환경지도계장 B씨는 9000만원을 빌리는 등 1억4100만원을 받았다. A씨의 자택 압수수색에서는 6600여만원의 현금과 수표, 상품권 등이 담긴 봉투 수십 개가 나왔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지, 이 정도면 대놓고 한 수준이다. 무단방류업체로부터 따로 월급을 받겠다는 심사였는지, 아니면 몇 푼(?) 안 되는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겠다는 심사였는지 분간이 안 된다. 그리고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관련된 뇌물 고리다. 수사팀장이 그 정도의 돈을 받았는데, 과연 부하직원이나 상관이 전혀 몰랐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꼬리 자르기로 수사팀장이 총대를 메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더 이상 혐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훈령 제44호 공무원윤리헌장을 보면 ‘우리는 영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오늘도 민족중흥의 최일선에 서서 함께 일하며 산다.(중략) 충성과 성실은 삶의 보람이요 공명과 정대는 우리의 길이다.(중략) 우리는 불의를 물리치고 언제나 바른 길만을 걸음으로써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국민의 귀감이 된다’ 등의 내용이 있다. 한번 되새겨 보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공무원에 대해 기업인들은 콧대가 높다고 한다. 다른 말로 저승사자다. 적발되면 법인과 대표이사에게 똑같은 이중처벌을 한다. 확실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은 돈, 명예, 권력, 이 모두를 가질 수 없다.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현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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