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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400년 전통 '삼베 맹그는 법' 고스란히 남아 있네

진주 금곡면 삼베 체험마을

  • 기사입력 : 2011-08-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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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곡마을 강무순 할머니가 2평 남짓한 부엌 한편에서 베틀을 이용해 베를 짜고 있다. 


    진주시 금곡면 죽곡리는 삼베 짜는 마을이다. 400여 년 동안 내려온 전통은 현재 마을 할머니 10여 명의 손에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옛 문헌을 살펴 보면 2~3세기경 우리땅에서도 ‘길쌈’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길쌈이 뭔가? 실을 내어 옷감을 짜는 모든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선조들은 마을 단위로 두레 길쌈을 하고 음력 7~8월엔 부녀자에게 내기 길쌈을 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길쌈’은 늘상하는 집안일이자 주요 산업이었던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 직물이 도입되면서 복잡하고 고된 길쌈 전통은 점차 자취를 감춰갔다. 이제 삼, 누에고치, 목화 등을 재료로 베, 무명, 모시 등의 옷감을 짜는 과거 모습은 요즘 장인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진주시 금곡면 죽곡리 마을주민 10여 명의 할머니들은 400여 년 전통방식인 삼베길쌈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죽곡리 삼베길쌈은 1590년대부터 약 400여 년 동안을 이어왔다. 이 마을은 당시 대나무가 많은 지역이어서 ‘죽곡’이라 불렸다.

    진주의 동남쪽에 위치한 금곡면은 동으로 고성군, 남서쪽은 사천시와 접하고 있다.

    김지열(80) 할아버지는 “법에서 부르는 건 죽곡리, 옛날엔 여기가 대실로 불렸지. 우리 살 때는 김해김씨 80호, 전주최씨 40호 정도 살았지, 많을 때는 150호 정도 살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죽곡마을은 6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평범한 마을이다. 마을에 대나무가 많아 ‘대실’로 불렸지만, 요즘에는 ‘삼베마을’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생겼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는데 마을 입구 정자나무 아래 평상에는 할머니 4~5명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여기 삼베 짜는 곳이 어디입니꺼?”, 대답은 “삼베 사러 왔습니꺼”, “아니예”라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삼베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강무순(73) 할머니는 “이곳으로 시집와서 여기서 삼베 맹그는 거 배웠다 아이가” 라며 “우리 윗대는 그 부모한테 배우고, 그 부모는 더 윗대한테서 배운기라”며 실타래처럼 길게 이어진 오랜 삼베 역사를 말했다. 마을 할머니들은 장난감이 없던 어린시절 여자아이는 엄마가 하던 길쌈을 놀이처럼 배웠다고 한다.

    이들은 삼 껍질을 벗기어 쪼개고 널어 말려 실을 만들어 베를 짜고 삼실을 만들어 잇기 위해 여인네 무릎은 피가 나도 비비고 또 비볐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무릎은 상처투성이고 약을 발라 치료하고 나면 또 비빈다고 했다.

    그런 무릎은 굳은 살이 박여 삼베 한 필을 만드는데 2~3개월이 걸린다. 삼베 한 필은 여인의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느림’의 미학 삼베길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인조섬유가 의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조섬유가 발명되기 전에는 모든 옷감을 동식물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었다. 삼베는 삼나무 껍질에서 얻은 실로 짠 옷감으로, 고조선시대부터 의복이나 침구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삼베는 바람이 잘 통하고 곰팡이와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물에 강하고 질겨서 옷감 외에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구김이 많이 가고 관리하기 어려우며, 옷감을 만드는 작업 과정이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작업 과정은 숙련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삼베는 3~4월 종자를 파종해 7월 초순에 삼을 베는 것으로 고된 작업이 시작된다. 삼을 삶아내는 삼굿과 껍질 벗기는 과정을 거친다. 삼 껍질 잇기, 삼 띄우기, 삼베 날기, 풀을 먹이는 ‘매기’ 작업을 거쳐 드디어 실이 완성되고, 그 실로 삼베를 짠다.


    죽곡마을에는 외지인들이 가족과 함께 숙박을 하며 길쌈체험을 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외지인들이 삼베 길쌈 작업을 체험하거나 작업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면 7월에서 9월까지 진행되는 작업 시기에 맞춰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삼을 찌는 삼굿을 보고 싶다면 반드시 그 시기에 맞춰야 한다. 삼굿은 7월 중에 대부분 하루, 이틀 날을 잡아 한꺼번에 이뤄진다. 그 시기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또 마을에 있는 삼베전시관을 방문하면 삼베에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마을에서 만든 삼베 제품도 구입할 수도 있다. 삼베와 염색 체험뿐 아니라 농산물 수확과 야생화 관찰 등 일반적인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마을에 있는 5개 동의 펜션을 이용하면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편안한 휴식도 취할 수 있다. 단체 방문객을 위해 단체 숙박과 식사가 가능한 공간도 준비돼 있다.

    또 마을 뒤로 봉대산(215m) 등산로가 나 있어 3시간 정도 산림욕이 가능하다. 죽곡리는 자운영쌀, 손두부, 삼닭이 유명하므로 마을을 찾는다면 맛보고 가는 것도 좋다.





    ■ 주변 가볼만한 곳- 남악서원

    진주시 금곡면의 죽곡마을에 자리잡은 남악서원은 '느림'의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신라시대인 680년경에 처음 지었고, 1919년에 지방 유림들이 중건했다.김유신이 꿈속에서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루는 가르침을 받은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남악서원의 이름은 경주에 있는 서악서원을 본 딴 것이다.서악서원은 삼국통일의 중심인물인 김유신, 최치원, 설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남악서원 역시 김유신과 최치원의 영정을 모시고, 설총의 위패를 모셨다.옛 사람들을 기리며,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남악서원은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다.

    ■ 교통편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3번 시내버스를 타면 금곡면 죽곡리에 닿는다.버스는 하루에 여섯번 마을까지 들어온다.승용차로 올 경우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연화산 IC로 나와 왼쪽으로 꺾어 지방도 1009선를 타고 금곡면쪽으로 오면 된다.연화산 IC에서 마을까지 차로 약 5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정경규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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