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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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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밀양 상동면 신곡리 산사태 현장

토사에 덮인 집,안방까지 뻘흙
굴착기·트럭 동원 복구 비지땀

  • 기사입력 : 2011-07-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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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발생한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밀양시 상동면 신곡리 양지마을에 11일 중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성민건기자/



    지난 9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밀양시 상동면 신곡리 마을은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11일 오전에서야 마을 도로 긴급 복구가 완료돼 차량 통행이 일부 재개되면서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투입돼 뻘흙과 바위, 나무를 제거하고 끊어진 전기를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산에서 흘러내린 흙더미와 물이 휩쓸고 간 마을 양쪽은 폐허로 변했다. 토사에 휩쓸려 4명이 참변을 당한 가옥 3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폭우로 최초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 위 200여m의 산 허리 부근은 할퀸 듯 붉은 속살을 드러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양지마을 김창호(69)씨의 주택은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와 나무가 덮치면서 안방과 사랑채, 창고, 마당에는 뻘흙이 들어찼다.

    지난 9일 낮 12시40분께 3년 전 뒷산 8부 능선에 개설한 임도 지점에서 2곳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가 한꺼번에 집으로 밀려들어 왔고 거대한 나무가 함께 쓰러지면서 담벼락을 없애 버렸다.

    전날 내린 비로 산사태가 우려되자 밖에 나와 있었던 김씨는 다행히 큰 화는 면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김씨는 “비가 많이 오길래 걱정돼서 나와봤더니 담벼락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갑자기 물이 들이닥쳤다”며 “급하게 집사람을 안방으로 들여 보내고 나는 기둥에 매달려 있다가 옆집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산사태를 목격한 양지경로당을 건축하던 한 인부는 “산이 부르르 떨리는 것처럼 보이더니 흙이 마을 도로로 쏟아져 트럭이 30m 밀려 내려 왔다”며 “만약 차량에 타고 있었더라면 큰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사태를 우려해 음지마을 회관으로 긴급히 피신한 마을 주민들은 온통 토사와 돌로 덮인 집 안팎을 둘러보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평생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아왔다는 박모(73)씨는 “임도는 산림 관리와 임산물 수송, 산불 진화, 병해충 방제 등 목적으로 개설했으나 산을 깎아 공사를 하면서 각종 수종을 벌목하고 경사도가 심한 곳에는 옹벽 등 보강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한편 밀양시는 11일 금오공대 교수 등 10명의 전문가들을 현장에 투입해 토질과 지역 여건 등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항구 방제복구 계획을 수립, 빠른 시일내 근원적인 복구를 할 계획이다.

    밀양시 공무원 900여 명은 10~11일 각종 장비와 함께 작업복 차림으로 재해피해 현장에 긴급투입돼 응급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공무원들은 매몰 및 유실된 주택의 흙 제거 및 청소를 했으며 실종자 수색에도 나섰다.

    밀양시의회도 의사일정을 연기하고 복구작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12일부터 계획된 2010회계연도 세입세출결산승인의 건은 18일부터 시작하고, 12일부터 3일간은 현장방문 및 상임위 활동 등으로 조정해 밀양시의 피해복구에 집중토록 했다.

    고비룡기자 gob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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