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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처복이 없다는 것은

  • 기사입력 : 2011-07-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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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 중반의 김숙희(가명)씨는 남편과 살을 맞대 본 지가 몇 년이 되었는지 기억에 없다고 한다. 서로가 애정이 없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비교적 돈을 잘 벌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편인 데도 최소의 생활비로 자식 키우면서 살림만 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집에 있는 여자가 무슨 옷이 필요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사다줄게,” 아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렇게 무시해 버린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면 다정다감하고 너그럽게 대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좋은 남편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참다 못한 김씨는 요즘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이혼을 하고 나면 김씨의 남편은 “나는 처복이 지지리도 없어”라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시댁 식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사람들 또한 김씨를 욕할 것이 뻔하다.

    과연 그럴까?

    ‘처복이 없다’는 말은 남자의 불행이나 고생의 책임을 여자에게 돌리는 말이다. 김씨의 경우 부복(夫福)이 없다고 해야 맞다. ‘부복’이라는 말은 없고, ‘처복’이라는 말만 있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으로 살아 왔는지를 알 수 있다.

    김씨가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살았다는 것은 표정과 행동에서도 드러나 보였다. 얼굴은 근심으로 생긴 기미가 있었으며, 말하는 내내 당당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매사에 자신없어 했다. 우울증이 와서 가끔은 죽고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집안에서 숨죽여 살아온 결과다.

    이혼을 해도 문제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며 대인관계 또한 해보지 않았으니 혼자 살아가는 것은 겁부터 난다.

    사주를 보니 신약(身弱)했다. 자신의 기운이 약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기를 펴지 못하고 억눌려 지낸다.

    이 경우 당장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기에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라고 권해주었다. 요즘은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시청, 구청에서 운영하는 사회교육원 등도 잘 되어 있으니 큰돈 들이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활기가 생기게 되고, 배우다 보면 의욕이 생겨나게 마련이니 잘할 수 있을 때 자그마한 커피점을 차려 독립해도 될 것이다.

    남자들의 심리에는 이혼하고 나면 더 나은 여자를 만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마누라가 일찍 죽고 젊은 여자에게 새장가 드는 꿈도 꾼다. 자기 나이는 생각지 않고 마누라가 사라져 주기만 하면 20대 여대생과도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참으로 야무진 꿈이다. 남자와 여자 중에서 먼저 죽는 것은 보통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데도 말이다.

    김씨의 남편 역시 강한 사주가 아니었다.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만만한 아내에게 푸는 소인배다. 기(氣)가 강한 사주를 한 처를 만났다면 벌써 쪽박 찼을 것이다.

    아내는 가정의 행복 샘이다. 아내를 귀히 여길 줄 알고 사랑하는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처복 많은 남자다. 처복은 아내를 사랑할 때 비로소 생긴다.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남 탓만 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네 샘을 복되게 하라. 네가 젊어서 얻은 아내를 즐거워하여라.’(잠언 5장 18절)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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