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07일 (화)
전체메뉴

[그곳에 가고 싶다] 합천 바람흔적 미술관

빙글 바람이 춤춘다 빙긋 미술이 반긴다

  • 기사입력 : 2011-06-30 01:00:00
  •   
  •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 입구에 자리한 바람흔적 미술관. 바람이 불면 크고 작은 바람개비들이 제각각 빙글빙글 돌아간다.
     
     
    바람 불어 좋은 곳이 있다. 합천군 가회면 한밭새터 황매산 입구에 위치한 바람흔적 미술관이다.

    크고 작은 바람개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바람의 성격에 따라 돌고 또 돈다. 어떤 녀석은 재빠르게 돌아가고, 어떤 녀석은 강가에 물 먹이려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거린다.

    한번 몰아치는 바람에도 위치와 방향에 따라 제각각이다. 부모의 사랑을 똑같이 먹고 자란 형제도 큰 녀석 인생은 이 방향으로, 작은 녀석 인생은 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바람개비 모습이 꼭 세상사나 가족사처럼 느껴진다. 정지한 녀석, 비실비실 도는 녀석, 핑핑 돌아가는 녀석.

    운 좋게도 바람 불어 좋은 날에 바람흔적 미술관을 찾았다. 태풍 ‘메아리’의 중심부가 지나간 다음 날 27일, 태풍의 잔바람이 그나마 셀 때다.
     




    덩굴로 뒤덮인 자그마한 미술관,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약 30개의 크고 작은 바람개비, 목어, 범종 등 설치물.

    이 미술관은 지난 1996년 최영호 설치미술가가 만들었으며, 마당 곳곳에 그의 설치작품들이 들어서 있다. 바람개비도 물론 설치작품이다.

    바람흔적 미술관은 크지 않다. 전체면적은 눈대중으로 농촌의 전원주택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관광객의 왕래가 잦았던 한때는 미술관 2층의 커피숍도 번성했다. 번성이라기보다 사람의 체취가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자연스레 커피숍도 개장휴업 상태이다.

    문 열린 커피숍 벽면 메뉴에 미친차(美親茶)가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울 ‘미’와 친할 ‘친’자를 썼다. 이 독특한 차는 주인이 직접 끓여줬는데 그 값은 마음대로였다. “잘 마시고, 잘 보고 간다”고 인사만 하고 나와도 되고, 몇만원을 내도 상관없었다 한다.

    이날 운 좋게 바람 부는 날을 택했지만, 운 나쁘게 주인장은 만날 수 없었다.

    미술관 마당으로 눈을 돌린다. 마당에는 설치작품들이 둘러서 있다. 테마는 모두 바람.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목어 작품.


    첫 번째 마당은 바람개비를 이용해 스쳐가는 바람의 흔적을 찾는 바람흔적 마당이고, 두 번째 마당은 바람으로 목탁, 범종, 목어의 소리를 조화시키는 바람소리 마당이다.

    미술관 1층은 전시관으로 사용됐다. 이 전시관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전시를 하고 싶은 개인이나 단체는 누구나 전시를 할 수 있었다. 마땅한 전시공간이 없는 현실을 이곳 작가가 더 잘 알았기 때문.

    이마저도 굳게 잠겼다. 작가 최영호씨는 합천 삼가면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에게 이 미술관을 넘겼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는 것처럼 세월의 흐름을,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현재 관리를 하고 있는 안병련(44)씨가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색다른 분위기로 새롭게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으며, 두서너 달 뒤쯤이면 이 커피숍에서 미친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바람흔적 미술관. 현재는 찾는 이가 많지 않지만 옛 영광이 눈앞이다.

    여기에서 일제히 돌아가는 바람개비도 좋고, 멈춰 있으면 멈춘 대로, 돌면 도는 대로 세상사 다 그렇듯 그 자체로 음미하면 된다.

    미술관 주위로 넓은 잔디밭은 가족들의 호젓한 나들이 장소로도 그만이다.


    ★황매산 군립공원= 바람흔적 미술관은 황매산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황매산 등산 후에 둘러보면 등산의 여운을 머물게 한다.

    황매산(1180m)은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산자락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매화와 같다고 해 수중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황매산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끝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붉은 단풍, 겨울에는 새하얀 눈과 바람으로 매서운 겨울맛을 느끼게 하는 사계의 명산이다.

    황매산에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은 모산재. 모산재는 해발 767m의 암봉으로 삼라만상형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돼 있어 탄성을 자아낸다.

    황매산에는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장도 있고,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인근에 있어 볼 것이 많다.

    황매산 등산 후 바람흔적 미술관을 거쳐 합천호로 발길을 돌리면 보람찬 하루 여행이 될 만하다.


    ■도로 안내

    -서울→대구→고령(88고속도로)→합천→황매산

    -부산→마산→의령→대의→삼가→황매산

    -대구→고령(88고속도로)→합천→삼가→황매산

    -사천(남해고속도로)→단성→가회→황매산


    글·사진=전강준기자 jkj@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전강준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