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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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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 기사입력 : 2011-06-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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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된 측천무후는 고종이 죽은 뒤에 중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섭정을 했다. 무후는 중종이 친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 데도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이에 소안환이라는 대신이 상소를 올려 간언했다.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이씨(당나라 황실의 성)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무후께서는 아직까지는 섭정의 자리에 계시지만, 물극필반, 기만즉경(物極必反 器滿則傾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의 이치를 아셔야 합니다”라고 하며 무후의 퇴진을 권유했다.

    이런 간언 정도에 물러날 그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서슬 퍼런 측천무후도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씨 천하를 무씨 천하로 만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황태자가 되었던 중종이 복위되어 당 왕조가 부활했다. 그리고 무후는 그해 묘비에 한 글자도 새기지 말라는 등의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그 누구도 물극필반의 세상 이치를 비켜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이란 이런 것이다. 한번 쥐면 절대로 놓고 싶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을 가지려고 부모, 형제, 자식도 죽이는 것을 보면 그 마력이 얼마만큼인지 짐작이 간다.

    사주에 권력에 해당하는 것이 관(官)으로서, 자신을 극(剋)하는 기운이다. 극이란 자신을 통제해주고 다듬어주어서 올바른 길을 가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을 누르고 억압하여 관재구설을 발생시키고 망신을 당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운이 좋은 사람은 태어나면서 관의 힘을 가지고 태어나며, 운에서도 그 관이 잘 지켜지는 경우다. 이럴 경우 큰 벼슬을 할 수 있으며 인품이 있고 만인이 따르고 오래간다. 하지만 태어날 때는 관운이 약한데 운에서 만나 벼슬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관의 힘이 약하면 그 관을 끌어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권력을 잡으면 놓지 않으려고 집착한다. 결국은 그 관으로 인해 구설이 발생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고, 말년이 쓸쓸해진다.

    요즘 저축은행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몇몇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서민들의 재산을 거덜 내어 버렸다. 또 그것을 감독해야 될 위치에 있는 파워엘리트라 불리는 검사 출신의 감사위원은 후배 검사에게 구속되는 관재를 당했다.

    슈바이처 박사는 ‘진정한 비극은 살아있는 동안 우리 안에 죽어가는 것들이다’라고 했다. 몸이 병든 것이 비극이 아니라 사리사욕, 시기, 질투 등으로 인하여 인(仁)과 의(義)와 같은 인간 본연의 영혼이 죽어가는 것이 진정한 비극이란 말이다.

    인생은 긴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순간에 불과하다. 누구나 세월이 가면 늙게 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그 시기가 천년 만년 갈 것 같지만 대단히 짧다. 잘 살아야 되는 이유다.

    그렇게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무후가 죽은 지도 벌써 1300년이 지났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나오는 ‘물장즉로(物壯則老·만물은 장성했다가는 쇠퇴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이 없다)’과 통한다. 불변의 자연법칙이지 않겠는가.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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