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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의료장비 활용의 통계적 수치와 국민복지- 지태정(가야대 방사선학과 교수)

선진국 수준의 영상의학 분야 장비 품질관리·전문성 필요

  • 기사입력 : 2011-06-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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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주요 암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02년도는 국내 암 발생빈도가 남자는 위암, 간암, 폐암의 순위이고 여자는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0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서는 남자는 위암(20.3%), 대장암(14.6%), 폐암(14.4%) 순위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여자의 경우는 갑상샘암(26.4%), 유방암(14.7%), 위암(10.7%)으로 나타나 갑상샘암에서 갑작스런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15~34세의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층에서 44.5%의 높은 암 발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비교에서도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모두 유방암이 1위인 것에 비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20~25세 사이의 대학생 2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초음파검사를 해 본 결과 갑상샘에 작은 결절 이상의 소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124명으로 47.3% 정도가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갑상샘 암의 경우 남자보다 여자에서 4~5배 많이 생기고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어 두경부 방사선 조사나 과거력, 가족력이 없을 경우 지나치기 쉬운 질병이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병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다.

    이러한 수치의 증가는 사회적 변화나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의료 전문가들은 영상의학 분야의 진단 기술이 발전되고 건강검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조기 발견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일부 방사선 관련 분야에서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에 노출된 소아, 청소년에서 갑상샘 암이 발생되었다는 근거를 두어 방사선이 일정부분 관련되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장비 증가율을 보면 좀 더 객관적인 판단에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수·고가의료장비는 2010년 6월 기준으로 MRI(자기공명영상장치)는 934대가 등록되어 있다. 이는 인구 100만 명당 16대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11대보다 많은 수치이며 세계 6번째이다.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는 우리나라가 37.1대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외 유방촬영장치는 10년 전에 비해 275% 증가되었고, PET-CT도 1대에서 144대가 설치되었다고 건강심사평가원이 발표했다. 또한 갑상샘의 초기 진단에 활용되는 초음파진단기는 전국 의원에까지 설치되어 있어 그 수가 파악되지 않아 심평원은 이달 15일까지 일제 조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처럼 의료장비의 활용이 1차 진료기관에서부터 적극적인 검사가 이루어졌으므로 갑상샘암이나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으며, 진단율을 높이고 암 발생률의 통계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OECD 30개국 중 2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의 영상의학 분야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초음파검사와 유방촬영검사의 활용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의료장비의 보급이 충분했기 때문에 초기 암의 진단율이 증가된 것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가 의료장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것은 우리의 복지수준만큼 영상의학도 함께 가야 한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고가의료장비의 중복검사 등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영상장비 보험수가 인하고시’를 했다. 이에 대한영상의학회는 전문가 단체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으며 병원단체에서도 거센 반발을 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의료장비의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이제 2013년부터 초음파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초음파의학회에서도 장비에 대한 정도 관리가 시급하고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장비의 보급이 많은 만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의사나 전문 방사선사가 정도 관리를 통해 신뢰성 있는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지태정(가야대 방사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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