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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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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하동 '박경리 토지길'(제1코스)

경남의 길을 걷다 (12) 하동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제1코스)
굽이굽이 섬진강변에선 봄향기에 취하고
최참판댁 툇마루에선 소설 속 주인공되고

  • 기사입력 : 2011-04-15 09: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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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참판댁을 찾은 한 사진작가가 사랑채 뜰에서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며 촬영을 하고 있다.


    볼거리, 먹거리, 자랑거리 많은 하동에는 '섬진강을 따라가는 박경리 토지길'이 있다.

    박경리 토지길은 제1코스와 제2코스로 나뉘어 있으며, 지난 2009년 5월 하동군에서 문화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에 신청해 선정된 곳이다. 신청 당시에 한국문인협회 하동군지부에서 고증을 마쳤다. 현재 박경리 토지길 탐방로에는 안내판이 설치되고, 스토리 개발 등 홍보와 체험프로그램, 이벤트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박경리 토지길은 그야말로 현대문학의 거장 故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를 테마로 해 조성된 곳이다.

    박 선생은 하동 악양을 무대로 한 소설 '토지'를 쓰기 위해 25년의 공을 들였다. 하지만 생전 박 선생이 토지를 쓰는 동안 한 번도 하동을 찾은 적이 없다고 하니 그의 상상력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박경리 토지길 제1코스 출발지는 섬진강변에 위치한 평사리공원이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등을 찾는 관광객에게 충분한 휴식과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 주차장과 야외 의자, 농구·족구장 등 운동 시설이 있으며, 매년 11월 초에는 옛날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대봉감 축제가 열린다.

    제1코스는 대략 6시간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 평사리 공원에서 길 떠날 채비를 단단히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6시간을 모두 걷지 않으려면 미리 코스를 정해 차로 이동한 후 방문지를 둘러볼 수도 있다.

    평사리 공원뿐만 아니라 악양들과 섬진강변에서는 강 건너 전남 광양시 다압마을의 흐드러진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고, 4월 초중순까지 하동 전역에서는 벚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 이 시기에 전국에서 찾은 관광객들의 물결을 쉽게 볼 수 있다.

    평사리 공원에서 조금 걸으면 평사리 들판(무딤이들)에 도착한다. 평사리 들판은 넓어 보이지 않지만 83만평에 이르는 큰 들이다. 악양 일대는 평사리 들녘으로 인해 먹을거리가 풍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거지가 먹을 것이 없어 악양에 들어와 겨울을 보내고 춘궁기를 지내기까지 동네를 다 돌며 빌어먹고도 3집이 남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넉넉한 곳간 사정을 알 수 있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중앙에 있는 부부소나무. 서희와 길상의 애틋한 사랑을 염두에 둔 듯 '서희와 길상나무'라는 별칭이 있다. 4월 청보리가 파릇파릇 자라는 평사리들판을 관광객들이 거닐고 있다.

    평사리 들녘 중앙에는 부부소나무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 부부소나무는 소설 토지에 나오는 길상과 서희의 애틋한 사랑을 염두에 둔 듯 서희·길상나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평사리 들녘에는 가을이면 코스모스 물결 속에 허수아비 축제가 열린다. 이곳에서 시름을 잃고 걷고 또 걷다 보면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자연과 문학과 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평사리 들판을 30분 정도 걷다 보면 동정호를 만난다. 동정호는 백제 의자왕 20년(660)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략할 때 당나라의 소정방이 이곳이 당나라 악양의 동정호와 흡사하다 해서 동정호라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동정호를 살짝 둘러보고 최참판댁 쪽으로 길을 틀면 악양들의 넉넉함을 잊을 수 없어 자꾸만 고개가 뒤돌아봐진다. 이제는 고소성과 최참판댁을 둘러봐야 한다. 둘 중에서 어느 곳을 먼저 갈 수도 있지만 코스 순서상 고소성을 먼저 올라가 보자.

    고소성은 신라 때 돌로 쌓은 산성으로 능선을 따라 5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고소성은 사적 제151호다. 고소성은 악양들의 네모진 모양과 섬진강의 굽이진 S라인, 다압마을의 정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고소성을 둘러본 뒤 이제 최참판댁으로 걸음을 옮기자. 여기서 최참판댁을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산성 앞길과 뒤로 가는 비포장길이 있다.


    최참판댁 가는 길. 하동의 특산품을 구경할 수 있는 길거리 난전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최참판댁 주변에 이르면 길거리 난전을 만난다. 토속 음식점이 즐비해 길을 걷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딱 좋은 시장이다. 막걸리에 국수, 부추전, 도토리묵을 먹을 수 있고, 각종 민속 공예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매년 하동문인협회에서 헌다례를 올리는 '박경리토지문학비'도 최참판댁 가는 길 입구에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참판댁'은 드라마 세트장을 총칭해서 일컫는다. 최참판댁과 주변 인물들의 생활상을 촬영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짓기 시작해 2001년 완공했다는 게 그곳 안내인들의 설명이다. 현재 '최참판댁 소설 토지 배경지 복원공사'가 4월까지 진행되고 있어 4월 이후엔 더욱 규모가 커진 최참판댁과 그 마을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참판댁 처마 밑에 말려 놓은 옥수수.

    안채 중문채 사랑채 뒤채 사당 초당 행랑채 문간채 등 한옥 14동에 99칸이 있다.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평사리문학관도 구경할 수 있어 의의를 더한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 문인들의 축제인 토지문학제가 이곳에서 열려 문학마을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최참판댁 사랑채들 둘러보고 대문을 열면 악양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 더위를 날려준다.

    최참판댁을 둘러봤으니 이제 소설 토지 최참판댁의 모델이 됐다는 풍문이 있는 '조부잣집'을 찾아가 보자. 최참판댁에서 조부잣집을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1시간~1시간30분을 걸어가는 것이고, 다음은 차를 타고 10여분 가는 방법이다. 차가 멀리 있다면 악양개인택시(☏883-3009)를 불러 이동하면 된다.

    되도록이면 걸어가는 쪽을 택해 보자. 가는 길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길바닥에 그려놓은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봄에는 매화꽃이, 가을에는 주렁주렁 붉은빛 대봉감이 반기는 길이다. 길이 편안하고 아름다우며 악양들과 섬진강 건너편 다압마을까지 조망하면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현재 이 일대에는 전국 최고의 슬로시티인 하동에 정주하기 위해 외지인들이 펜션을 많이 지어 살고 있다.

    조부잣집은 1870년께 조재희라는 사람이 중국무역을 통해 왕창 돈을 벌어 큰 집을 지었는데, 완공 때까지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평사리에 최참판댁이 세워지기 전에는 소설 '토지' 팬들로 인해 홍역을 치르는 등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6·25전쟁 때 불이 나 현재는 3동만 남아 있으며, 축조 당시에도 근대적 사고가 반영돼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곳이다.

    다음으로 정동마을 돌담길을 따라 내려와 악양천 중간지점에 있는 취간림을 찾는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하지만 취간림 공원에 있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증언한 故 정서운 할머니의 추모비 앞에 서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경건한 마음이 온몸을 감싼다. 지리산 항일투사기념탑과 충혼탑도 있다.


    박경리 토지문학비

    취간림에서 걸어 내려와 악양루를 찾는다. 덕은사 경내에 있는 악양루는 일두 정여창(1450~1504) 선생이 은거하면서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던 정자이다.

    악양루를 나와 이제 제1코스 출발지였던 평사리 공원으로 걸어간다. 평사리 공원으로 돌아오면 2010년에 만든 섬진강변 트레킹코스를 걸어가야 한다. 사실 이미 4시간가량을 걸었기 때문에 섬진강변 트레킹코스를 또다시 걷는다는 것은 아마추어에겐 조금 무리다. 2시간30분이 또 소요되기 때문.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포기할 수는 없다. 평사리 공원~화개장터에 이르는 9.5㎞의 트래킹 코스를 걷는 동안 대나무 숲과 녹차밭길, 밤나무길, 데크길을 만난다. 그늘이 있는 곳은 시원하지만 모래밭길은 그늘이 없어 약간 피곤한 길이다. 새소리를 듣고, 섬진강 건너편 다압마을을 보며 걷다 보면 화개장터에 이른다.

    화개장터는 제1코스 마지막 방문지이자 제2코스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화개장터에서 간단한 먹거리로 배를 채우고, 진귀한 약재와 전통공예품을 살 수 있다. 여기서 차를 세워놓은 평사리 공원까지는 도리 없이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화개개인택시(☏883-5577)를 이용하면 수월하다.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섬진강의 낙조, 흐드러진 봄꽃, 길게 늘어선 녹차밭. 머릿속에 채우고 카메라에 가득 담고 숙소로 돌아온다. 제2코스 다음 방문지를 생각하면 오늘의 피곤이 싹 가시는 듯하다. 볼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기대감에….



    하동녹차연구소 연구원들이 하동녹차로 기능성 제품을 만들고 있다.

    ☞ 길에서 들른 곳- (재)하동녹차연구소

    평사리공원에서 화개장터 방향 중간에 위치한 (재)하동녹차연구소에는 견학 인파가 많이 찾는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대학생, 단체관광객이 찾아 연구소 활동을 둘러보고 간다.

    하동녹차연구소는 하동 녹차산업을 발전시키는 산실이다. 이곳은 하동녹차 산업의 메카인 하동야생차 산업특구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지자체연구소육성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동녹차연구소는 하동녹차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녹차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하동녹차의 차별화를 통한 세계적 명차 육성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차별화 대상은 일본, 중국, 대만녹차이다.

    이곳에서는 하동 차나무 육종을 연구하고 있고, 신제품을 개발한다. 하동지역 농가의 녹차제품 성분을 분석하고, 농가의 신제품 연구를 도와준다. 특히 하동녹차의 품질 우수성을 위해 농가에서 만든 녹차의 농약 잔류검사를 하고, 농약이 검출되면 수매를 하지 않는 등 사전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동녹차의 안전성이 확보돼 소비자 신뢰회복을 가능하게 했고, 하동녹차 참숭어 사료를 개발해 참숭어 육질개선과 어병 저항성을 향상시켰다.

    녹차가루와 추출물 등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동 토종닭에 하동녹차가 첨가된 양계사료를 먹여 대기업 백화점에 독점 납품하고 있으며, 혈압강하, 항우울증 등의 기능을 가진 아미노산을 최고 8배까지 증진시킨 기능성차 '루미아미'를 개발해 마산 대우백화점에서 테스트마케팅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고기능성 과립녹차와 하동녹차 청국장볼, 식물영양제 '다(茶)모아', 녹차라떼, 발효차를 개발해냈다.

    김종철 선임연구원은 "하동녹차의 차별화 고급화 산업화 전략으로 명성이 높아져 주문이 부쩍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글=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전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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