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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마산 저도 '비치로드'

경남의 길을 걷다 (11) 마산 저도 '비치로드'
봄바다 내음 나는 해변, 산길… “걷기 좋~다”
곳곳에 쉼터, 전망대… “또 오고 싶네”

  • 기사입력 : 2011-03-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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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를 찾은 상춘객들이 비치로드를 따라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며 걷고 있다./성민건기자/

    유명하지 않은 나만의 맛집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이 있다. 아주 흔하디흔한 길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 가까이 있음에도 소홀했던 멋진 길을 만났을 때이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멋진 길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산 저도에 조성된 비치로드가 아닐까 싶다.

    비치로드는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를 고루 갖춘 곳이다. 비치로드가 가진 천혜의 자연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사람들은 굴구이, 도다리회, 장어구이 등 계절마다 달라지는 저도 주변의 먹거리를 맛보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덧붙여 구복예술촌 등의 주변 관광지도 다양한 놀거리와 재미를 제공한다.

    저도비치로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 저도 하포마을 일원에 조성된 총연장 8.1㎞의 산책길이다. 아는 사람들만 알던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휴양공간이 산책길로 변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지 않은 지난 24일 목요일 오후 저도 비치로드를 찾았다.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도착하니 약 40분 정도 소요됐다. 대중교통 수단도 잘 마련돼 있어 버스를 타고 찾아가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비치로드의 시작은 저도의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하포마을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종착 지점까지 넉넉잡아 3시간이면 완주하는 그리 길지 않은 코스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들이 묻어났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전망대를 비롯, 체력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1시간짜리 단축코스도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단축은 1코스, 전체구간은 2코스이다.

    하포마을 끄트머리의 나무계단에서 출발을 했다. 계단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본격적인 비치로드를 걷게 된다.

    ‘걷기 좋다’ 비치로드를 디딘 첫 느낌이다. 산길이지만, 2~3명은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넓고, 잘 다져진 길은 신작로를 걷는 듯한 기분이다.

    비록 쌀쌀함이 완연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봄 기운 속에서 평탄한 산길을 걷는 기분이 꽤나 상쾌했다.

    길을 걸으면 바다 내음에 자연스레 고개를 바다 쪽으로 돌리게 된다. 산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코발트빛 바다가 일렁인다. 출발부터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어 남은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부담 없이 기분 좋은 걸음으로 20여 분 걸었을까. 제1전망대에 이르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맑고 상쾌했다. 왼쪽으로는 멀리 마산 구산면의 원전 바다가 눈에 들어왔고, 전망대 정면에는 거제 앞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으론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고성군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마산, 거제, 고성을 눈앞에 둘 수 있는 저도의 천혜의 지리적 요건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바다 냄새 좋~다. 바다 너무 이쁘지 않나?”라는 들뜬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여성 세 명이서 비치로드의 풍경을 바라보며, 연방 감탄사를 터뜨려댔다. 그중 한 명은 이미 수차례 비치로드를 다녀간 듯 일행에게 이것저것 비치로드에 대해 설명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그랬다. 비치로드에 펼쳐진 풍경은 봄을 맞은 여인네들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을 만했다.

    제1전망대를 지나 약 10여 분 오르막을 거쳐야 한다. 그리 가파른 경사가 아니어서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평탄한 길만을 걷느라 조금 심심함을 느끼려던 차에 산길을 걷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상춘객들이 목교를 통해 제2전망대로 내려가고 있다.


    산을 오르느라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제2전망대에 이른다. 사실 전망은 제1전망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제2 전망대가 바다와 가까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갯바위 경사를 따라 만들어놓은 계단을 내려가면, 제2전망대에 올라설 수 있다. 전망대와 파란 바다가 맞닿아 있어 이곳에 올라서면, 마치 바다 위에 올라선 기분을 느낀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저도 비치로드의 참맛을 볼 수 있는 순간이다.


    제2전망대를 거쳐 산길을 조금 더 올라 20분가량 걸었다. 1, 2코스의 분기점이 나왔다. 오른쪽 오르막으로 오르면 단축 1코스, 왼쪽으로는 2코스로 이어진다.

    풀코스인 2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10분 정도 걸었다. 제1바다 구경길이 나왔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 갯바위에 올랐다.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가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한다.


    또 10분쯤 걸어 제2바다구경길을 지났고, 5분 정도 걸으니 제3바다구경길이 나타났다. 조그만 자갈로 이뤄진 작은 해변이다. 길을 걷다 쉬고 싶은 이들은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이날 비치로드를 찾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이곳에 모여 휴식도 취하고, 가져온 간단한 먹거리를 즐겼다.

    가족, 연인들의 봄 소풍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고 있는 상춘객.


    제3바다구경길에서 여유로움을 느꼈다면, 이제 정상을 향해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한다. 제3바다구경길에서 정상까지는 약 35m. 그리 높거나 힘든 코스는 아니다.

    적당히 숨이 찰 즈음 정상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소나무 숲이 만들어놓은 자연 터널을 걸으며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라보이는 연륙교.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그림이고, 어디를 지나도 기분 좋은 걸음, 걸음이 놓여진다.

    빨리 걷는 게 아닌 걷기를 즐기는 게 목적이다.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거북이 발걸음이 된다. 천천히 40분가량을 걸었다. 코스 합류점이 나타났다. 코스 분기점에서 헤어진 1, 2코스가 다시 만나는 지점이다.

    코스 합류지점은 비치로드의 마무리 단계다. 산 아래 내려다보이는 하포마을을 향해 10여 분 걸으면, 마지막 종착지점에 이르게 된다.

    비치로드는 부담 없이 걷기에 좋은 길이다. 노약자라 하더라도 비치로드를 걷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비치로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꽤나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대구의 산악회원들이 대형버스 9대를 빌려 단체로 비치로드를 방문했다.

    길에서 만난 한 산악회원은 “또 오고 싶다. 걷기에 편한 길이라 부담 없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충분히 산책이 가능할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담 없는 가족들의 소풍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손색없는 비치로드는 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 같은 경남의 길이다.

    하지만 유명세를 치르다 보면 다른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포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게 나쁘진 않다. 그러나 이들이 마을의 농작물과 바닷가 조개 등을 마음대로 훼손한다. 게다가 마을 주차장이 제대로 없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주민들의 고통이 많이 따른다”며 “방문객들의 협조가 필요할 뿐 아니라 시에서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글=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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