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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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을 걷다 (5) 통영 '토영 이야~길' 제1코스-예술의 향기길 (하)

시 한 수 읊으며 거니는 ‘문학의 거리’
해저터널엔 임란 승전과 일제강점기 역사가…

  • 기사입력 : 2011-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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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항남1번가 초정거리 입구.

    통영의 문화예술 향기와 역사의 흔적을 조망할 수 있는 ‘토영 이야~길’ 제1코스 전편(본지 1월 27일 12·13면)에서는 점심을 먹는 얘기로 끝을 마쳤다. 이번 주 제1코스 하편에도 둘러볼 곳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탐방길 내내 둘러볼 곳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면 몇 곳을 빼먹고 귀가할 수도 있지만, 이왕 시작한 체험인데 중단할 수야 없지 않은가.

    ‘토영 이야~길’ 탐방이 여타 둘레길 탐방보다 좋은 것은, 시간 여건에 맞게 몇 곳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중에 있는 둘레길은 중간에 포기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한번 들어선 뒤 뒤돌아 오려면 지나온 시간만큼 거슬러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둘레길은 싫든 좋든 내친김에 종주해야 한다. 하지만 ‘토영 이야~길’은 탐방객들이 전체 관람 코스를 놓고 자신들에 맞게 코스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큰 마음 먹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고, 다음을 위해 적당한 방문지 몇 곳을 남겨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점심을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걸으면서 소화도 시키고, 소화되는 만큼 또 다른 문화·역사의 양식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도천동 거리를 10분쯤 걸으면 다음 방문지가 나온다. 짭조름한 통영 앞바다의 갯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10분쯤 걸었을까? 도천동 윤이상거리에 위치한 옛 통영군청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옛 통영군청은 1943년 신축해 그 당시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청건물이다. 좌우대칭형이다. 지난 2005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49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페스티벌 하우스’로 바뀌면서 통영국제음악제 사무실과 프린지 공연장으로 사용했으나 옮겨 갔고, 앞으로 통영시립박물관으로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 방문지는 윤이상기념공원.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7분 정도 걸으면 된다. 이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가 주변에 기념관과 윤이상 베를린 하우스, 분수시설 벤치 등을 조성한 공원이다.

    윤이상기념관 내부와 북한서 제작된 윤이상 흉상.

    현재 윤이상기념공원에는 생전에 사용하던 옷, 생활용품, 육필원고 등이 보존돼 있는데, 그중 눈길을 많이 끄는 것은 북한의 조각가가 만들어 통영으로 옮겨온 ‘윤이상의 흉상’ 조각품이다. 이역만리 고향을 그리며 작곡활동에 매진했던 윤이상의 정열과 고향사랑을 물씬 풍기는 얼굴에서는 고감도의 작품성도 감상할 수 있다. 기념공원 야외벤치 주변에는 우리나라 조각가의 윤이상 전신상도 전시돼 있어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당동과 미륵도를 바닷길 아래로 연결하고 있는 해저터널.

    해저터널은 제1코스의 34곳 방문지 중 25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다음 주에 소개할 제2코스의 17곳 방문지 중 첫 번째에 해당하기도 한다.

    해저터널은 1932년 완성된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01호이며, 총길이 483m, 폭 5m, 높이 3.5m이다. ‘통영 8경’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명소인 이곳은 일제가 해저터널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원래 통영 당동과 미륵도는 사람이 다닐 정도로 수심이 얕았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이순신 수군에 쫓겨 도망가면서 수심이 얕은 이곳을 지나다 배가 바닥에 걸려 도망가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일제는 임진왜란 때 많은 왜군들이 죽임을 당한 이곳을 짓밟지 못하도록 물밑으로 사람들을 왕래시키기 위해 해저터널을 팠다는 것이다.

    물론 이곳을 깊게 파 운하로 만들어 물류수송을 원활히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바다 밑길(터널), 뱃길, 충무교·통영대교의 다릿길 등 한국 유일의 3중 교통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 됐다.

    향토민과 수군들이 지은 이충무공 사당의 효시 착량묘.

    해저터널이 보이는 당동 언덕배기에는 또 다른 유서 깊은 사당이 있다. 착량묘.

    충무공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듬해인 선조 31년(1598). 향토민들과 수군들이 십시일반 모아 세웠는데, 춘추향사를 지낸 이충무공 사당의 효시이다. 조선후기 초가로 된 착량묘를 기와집으로 고쳐 짓고 경내에 서재 호상재를 지어 지방민의 자제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매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의 기신제를 지내고 있는 도기념물 13호이다. 한산대첩 때 왜군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던 곳이라 귀신의 출몰이 잦았는데, 착량묘를 세운 후로 다시는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해저터널과 착량묘가 있는 지점이 ‘토영 이야~길’ 제1코스와 제2코스의 경계지점이다. 이제는 첫 출발지인 문화마당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바다 건너편 미륵도를 감상하며 해안길을 따라 새터시장(서호시장)을 찾아가야 한다. 도심 통영항이지만 새터시장으로 가는 갯가에는 물이 너무 맑아 조개 캐고 미역 따는 어부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상큼한 바다내음도 맡고 항구를 나는 갈매기의 군무를 감상할 수도 있다. 새터시장 인근 통영수협 도천위판장도 구경할 수 있는데, 살아있는 아귀(아구)와 가오리, 돔, 소라 등 진귀한 해산물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착량묘에서 해안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새터시장이 나온다. 일명 서호시장. 새벽시장을 현대화시켜 지금은 하루종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바다를 매립한 곳으로, 일본에서 귀국한 동포들의 임시 거주지였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 앞에 위치하며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 등이 많고 ‘통영새터시장’이라는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새터시장의 활기를 눈에 가득 담고 15분쯤 걸어 항남3길에 위치한 옛 경상남도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를 찾는다. 6·25 피란시절 화가 이중섭이 작품활동을 하던 곳이다. 6·25때 월남해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이중섭은 당시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강사주임으로 있던 지인 유강렬의 권유로 통영으로 왔다. 일제시대 건물인 이곳을 바라보니 화가 이중섭이 붓을 들고 뛰쳐나와 반길 것 같은 정감이 느껴지지만 주점과 PC방으로 바뀐 현실 앞에 금방 비애감을 갖고 자리를 옮기게 된다.

    통영 항남1번가 초정거리. 이곳엔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의 생가와 시비가 있다./성민건기자/

    잠시 걸어 길을 나오면 곧바로 ‘초정거리’가 나온다. 초정거리는 ‘항남1번가’라는 거리명을 갖고 있다. 이곳은 초정 김상옥의 생가가 위치해 있는데, 일종의 패션거리이다. 초정거리에는 시조시인 탁상수의 생가도 있으며, 특히 시조동인지 ‘참새’를 발간한 곳이기도 한 통영 근대문학의 거리이다. 초정거리 끝자락에는 초정의 시비가 우뚝 서 있어 시 한 수 읽고 지나가라고 유혹한다.

    초정거리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거리는 ‘청마거리’이다. 청마거리 입구에 청마 유치환의 흉상과 시비가 있다. 청마거리는 옛 통영우체국(중앙동우체국)~문화동 벅수 4거리까지이며, 청마가 즐겨 다니던 골목으로 청마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충무교회 안에는 청마의 부인이 운영하던 문화유치원이, 바로 옆에는 사택이 있었다.

    청마거리를 빠져나와 제1코스 마지막 방문지 중앙시장으로 향한다. 끝을 내는 방문지라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중앙시장은 새터시장(서호시장)과 마찬가지로 볼거리가 많아 쉽사리 제1코스를 끝낼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영호남의 물자교환이 활발했던 곳으로 통영의 역사와 함께한 시장이다. 관광객들로 인해 늘 활기찬 곳이다.

    이로써 ‘토영 이야~길’ 제1코스를 두 편에 걸쳐 둘러봤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찾아왔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차를 가지러 가야 하는 불편은 없다. 그것 또한 매력이다. 제1코스만 둘러봐도 통영의 문화예술 70%가량은 섭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음 주에 소개할 제2코스 ‘미륵도 길’은 문화예술 향기는 물론 통영 자연경관의 극치와 함께 역사적 요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열무비빔밥과 강된장 메뉴의 상차림.

    ★ 길에서 만난 맛집- 항남동 토속음식점 민속촌

    열무비빔밥에 뻑뻑한 강된장 슥슥~ 해초향 가득 담긴 그릇 단숨에 싹싹~

    토영 이야~길 제1코스의 충렬사와 정당샘(명정샘)에 올 때쯤이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 통영에는 신선한 먹거리가 많지만 탐방길 중간에는 푸짐하게 먹기보다 다음 코스를 위해 간단하면서도 손맛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면 딱이다.

    항남동 현대목욕탕과 통영교회 사이에는 민속촌(대표 곽정화·55)이라는 토속음식점이 있는데, 푸짐한 밥상을 저렴하게 차려내는 곳이다. 충렬사 앞 정당샘을 둘러보고 3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되기 때문에 먼거리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선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가 허기를 재촉한다. 세련되지 않지만 엄마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정감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언뜻 메뉴판을 보니 가자미찜, 가오리찜, 순두부, 청국장, 곤이탕, 묵무침, 두부, 묵은지 고등어찜이 적혀 있다. 주인장은 청국장을 끓여내기 위해 충북 진천군에서 나는 100% 국산콩으로 만든 무공해 특허 청국장을 사용한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열무비빔밥+강된장’이다. 열무비빔밥을 주문하면 강된장은 따라나오는데, 나물·해초류 등 8가지 밑반찬에다가 서비스로 묵은지 고등어찜과 계란, 누룽지 진국이 제공된다. 큰 그릇에 밥을 담아 나물과 해초류·계란에 뻑뻑한 강된장을 넣고 비비면 옆사람은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손과 입이 바쁘다. 밑반찬은 통영시에서 추진하는 반찬 남기지 않기 운동에 부응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덜어먹도록 하고 있다. 반찬 남기면 벌금 낸다고 주인장이 엄포를 놓기도 한다.

    해초향 가득·된장향 가득이니 먹는 내내 “음~, 음~”소리를 연발한다.

    주인 곽정화씨는 “손님들이 뻑뻑한 강된장을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음식을 차려내면서 할머니 생각을 하면서 만들고 있으며,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발효한 전통조미료를 쓴다”고 비법을 말했다. ☏ 644-6524.

    글=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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