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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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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키우는 역사논술] (23) 역사적 관점으로 본 저작권

지식의 공유와 독점, 무엇이 진정한 발전인가?

  • 기사입력 : 2011-0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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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법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태어났다. 창작자의 ‘고유상품’인 저작물을 충분한 비용을 치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작자는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저작료를 받을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창작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있어야 창작자가 창작열을 불태울 수 있으며, 인류의 지식과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일견 생각해 보면 맞는 말로 들린다. 창작물은 창작자의 온전한 노력으로 탄생했고, 그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창작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인류의 발전은 정체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는 인쇄기계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개발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던 것을 인쇄하기 시작한다. 기독교의 성경이다.

    당시 귀족들조차 문맹이 많았으며, 성경은 어려운 라틴어로 되어 있었다. 발행 부수도 적어 극소수 교회지도자들만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지도자들은 성경의 내용을 독점하고, 성경의 내용을 알 리 없는 귀족들과 백성들에게 ‘주님의 말씀’ 운운하며 중세를 장악했다.

    인쇄기계가 발명되고 성경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성경의 내용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교회지도자들이 성경의 내용을 자신들의 편의에 맞춰 해석하고 강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종교개혁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만약 당시 교회지도자들이 저작권 운운하며 성경의 출판을 막았다면 종교개혁은 시도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보나 지식의 독점보다는 정보나 지식의 공유가 인류에게 많은 발전과 혜택을 가져왔다.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드는 방법, 불을 다루는 방법, 사냥을 하는 방법 등을 모두 함께 공유하면서 발전시켰다. 후손들을 위해 암각화에 구체적인 방법을 새기기도 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 남에게 알리고,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발전시키는 것을 먼저 고민했다. 반면 기득권층은 정보나 지식의 공유보다는 독점을 추구했다. 청동기를 만드는 방법이나 철을 다루는 방법은 극소수만 알고 있었고, 남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다. 일반 백성들까지 이 방법을 알면 백성들이 무장하여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종이를 만드는 방법도 처음에는 국가기밀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공유 본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무린 대가 없이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백성들은 새로운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력을 높여갔다. 백성들의 생산력이 높아지자, 기득권층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기득권층은 공유의 힘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데 앞장서기도 하였다.

    조선은 새로 발견한 농사 기술, 의학 지식을 온 나라에 알리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것이 조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근대 이전의 사회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있다. 이것은 몇몇 학자들과 기업들이 힘을 합해 만든 저작물이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살 수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지식공유로 만든 위키 백과사전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수천 배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검색사이트에서도 위키 백과사전을 검색 결과로 내놓고 있다.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 독자 여러분이 잘 알 것이다.

    필자 또한 여러 권의 역사 책과 논술 교재를 집필한 저작권자이다. 하지만 쓴 책의 90% 이상은 기존의 역사 책이나 논술 교재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다. 필자는 그 내용들을 다른 방식으로 재편집하고, 필자가 새로 알아낸 몇몇 지식들만 담았을 뿐이다. 필자가 그 책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공유 정신을 통해 일궈온 지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그 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권리는 인류와 나누어야 맞는 것이다.

    인류는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디지털 문명까지 일굴 수 있었다. 지식이 늘 극소수에게 독점되어 있었다면, 그리고 지식을 얻기 위해 늘 많은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면 인류는 이렇게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백 년 후, 아마 후손들은 지금의 저작권을 이렇게 배울 것이다.

    “후기 자본주의 시기, 극단적 상품화의 논리로 지식마저 상품화하여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발생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잠시 지식의 발전이 느려지기도 하였으나, 수백 만 년을 이어온 인류의 공유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임종금(‘뿌리깊은 역사논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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