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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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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구제역 청정지역 창녕 축산농가 가보니…

“뚫리면 다 죽는다” 온마을이 초긴장
“자식도 오지 마라” 타지인 철통경계

  • 기사입력 : 2011-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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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창녕군 대지면 소림마을에서 한 농민이 축사에 소독약을 뿌리며 자체 방역을 하고 있다./성민건기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서는 현재까지 구제역 발생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구제역 청정구역을 지키기 위해 도내 방역당국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축산 농민들은 생존을 위해 구제역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지난해 11월 말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도와 인접한 창녕군은 도내 구제역 유입로의 방패지역 중 한 곳이다.

    6일 오후 1시30분께 창녕군 대지면 효정리. 이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취재진은 앞서 창녕군농업기술센터 구제역 방역 대책본부에 들러 소독약을 지급받은 뒤 온몸에 뿌렸다. 농민들이 외부인 출입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언론 취재마저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림마을 축산농 김모(38)씨는 구제역 예방을 위한 석회 포대를 트럭에서 축사로 나르고 있었다. 젖소 80두를 키우고 있는 김씨는 “하루하루가 구제역과의 전쟁이다”고 했다. 김씨는 “매일 소들을 관찰하고 소독하는 것이 일과다”며 “제발 하루빨리 구제역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사의 노모(54)씨는 소독약을 호스로 소들에게 뿌리고 있었다. 노씨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개인 소독약을 건넸다. 한 차례 더 소독약을 몸에 뿌린 취재진을 본 노씨는 그제야 안도하며 “외부인의 출입이 가장 겁난다”고 했다.

    그는 “구제역이 심하다는 것만 알지, 전염에 대한 우려를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구제역이 발생하면 이 일대의 축산농가가 다 폐업해야 하는데, 생계가 걸린 일이다”고 말했다.

    노씨는 소독약이 얼어 호스 분사구에서 잘 나오지 않자 몇 번이고 소독약 통을 확인했다. 점심도 거른 채 1시간 가까이 방역작업을 마친 그는 “소독약을 뿌리는 것이 업무”라고 했다.

    인근 축사의 박모(78) 할머니는 “마을이 온통 긴장상태다. 이번 설에 자식들 보고도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창녕군 농민들은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송년 및 신년 모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친척들 방문에도 손사래를 쳤다. 사람이 구제역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외지인들의 출입은 주민들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접한 경북 지역 전통시장이 폐쇄돼 창녕군 재래시장으로 타 지역인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염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소들의 소독뿐만 아니라 축사의 진출입로에 대한 방역에도 힘쓰고 있다. 축사 안과 출입구마다 석회가루가 뿌려져 멀리서 보면 마을 곳곳으로 흰 띠 무늬가 보일 정도다. 일부 축사에는 자동 소독기도 설치됐다. 군과 면 등에서 장비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이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노씨는 “요즘은 소 먹이 주는 것보다 소독약 뿌리는 일이 더 많을 정도여서 소들에게 못할 짓 같다”며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방역에는 뚜렷한 기준이 없어 언제까지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용훈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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