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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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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U-17 여자축구 월드컵 우승을 바라보며- 박익렬(진주산업대 교양학부 교수)

여자축구 불모지에서 벅찬 감동… 지속적인 발전 방안 아쉬워

  • 기사입력 : 2010-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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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었던 추석 연휴를 아주 깔끔한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 달 전에 있었던 U-20 여자축구 3위 이후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U-17 여자축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낭보였다. 지난날 축구를 했던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여자축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축구의 주변국에서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선수로 등록된 총 인원은 1400여 명 정도인데 반해, 일본은 무려 3만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저변에서부터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시작은 1946년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팀이 창단되면서 시작되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1984년까지 소멸, 1985년 대한축구협회 직할팀으로 여자축구단이 발족되었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2001년 대한축구협회의 산하연맹으로 한국여자축구연맹(초대 회장 박종환)이 창단되었고, 각 지자체나 기업에서 실업팀을 창단하게 되었다. 이후 2009년 여자축구 최초의 실업리그(대교눈높이 WK-League)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올해도 현재의 6개 실업팀이 2010 WK-League에 참가 중이지만 관중이나 지원 체계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 태극 소녀들의 괄목상대한 성장을 보면서 발전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대학 및 실업팀의 더 많은 창단 및 활성화이다. 모든 스포츠의 꽃은 대학, 실업 및 프로팀임에 틀림없다. 현재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선수들은 저마다 상급 학교 진학을 통하여 자기가 가진 기량을 펼치고 기량이나 역량에 맞는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은 본인이나 운동을 시키는 부모들의 소원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 기업 및 지자체는 당장의 실익보다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전문 에이전트의 고용 및 활용이다. IMF 이후 골프의 박세리 선수가 1998년 US오픈에서 역전 우승 후 ‘박세리 키즈(kids)’라는 말이 생겨났다. 박세리의 우승 모습을 보고 당시 10~12세 정도였던 신지애, 박인비, 오지영 선수 등이 골프를 시작하여 지금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골프 강국으로 우뚝 서 있다. 당시 박세리 선수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과연 ‘박세리 키즈’가 생겨날 수 있었을까?

    따라서 여자축구 선수로 해외 프로팀에 진출할 선수들을 더 큰 무대에 내놓아 자기 역량 발휘의 기회와 국위를 선양할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나 한국여자축구연맹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전문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2의 박지성, 박주영과 같은 스타의 탄생은 저변 확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셋째,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처우의 개선이다. 며칠 전 S신문에서 전국대회를 3연패한 중학교 J감독의 월급이 128만원이라고 보도했다. 전문지도자의 월급을 이 정도로 책정해 놓고 선수들을 가르치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지도자가 어떻게 마음 놓고 가르침에 열정을 쏟아낼 수 있겠는가?

    또한 남녀 국가대표의 포상금 및 간식비 등도 그 격차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포상금과 이번 대회 우승에 따른 포상금의 격차가 크고 간식비도 하루 5000원과 5만원으로 무려 10배나 차이가 나 개선이 시급하다.

    며칠 후 제91회 전국체육대회가 진주를 중심으로 경남 일원에서 펼쳐진다. 우연하게도 우승의 주역이었던 여민지, 이정은 선수가 재학하고 있는 함안에서 여고부, 일반부의 여자축구 경기가 펼쳐지니 가을의 들녘을 벗삼아 함안 나들이는 어떨까?

    박익렬(진주산업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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