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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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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방도 인사청문회 도입하자- 이선호(논설고문)

경남도 산하기관 출자·출연기관장 우선…보은 인사 폐단 막아

  • 기사입력 : 2010-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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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人事)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자연이나 신(神)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을 포괄적으로 가리키기도 하고, 사람끼리 만나 서로 소개하거나 안부를 묻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조직체에서 인적자원을 관리·운용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을 가려 쓴다는 뜻의 인사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대개 제 잘난 맛으로 사는 것이고 자신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서 조금은 분에 넘는 좋은 자리를 원한다. 그래서 아무리 인사를 멋지게 잘한다 한들 만인이 다 만족하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재주란 없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인가. 정직하고 깨끗하다는 것도 써보지 않고는 사람의 속내를 헤아리기 어렵다. 특히 공직사회는 더 그렇다.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이란 게 존재한다. 제 3자의 눈으로 봐도 고개를 끄떡일 수 있도록 채로 걸러내듯 가려내는 기준이 그것이다. 예부터 있어온 시험(과거)제도가 인재를 끌어내는 기준으로 공헌해 왔다면 근래 들어 인재 중에서 ‘인물’을 뽑아내는 인사청문회가 이에 해당한다.

    경남도의회가 도지사가 산하 기관장을 임명할 때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정무부지사와 남해·거창전문대학 총장, 도 출자·출연기관장 등이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잘하는 일이다. 지방자치시대, 지방정부의 중요성에 비춰 도 산하 주요 기관장의 선택을 도지사에게만 의존할 일은 아니다.

    물론 여태껏 가만 있다 야권 성향의 무소속 도지사가 당선되다 보니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겉으론 최근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부실 경영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다 단체장이 무분별하게 측근들을 산하 기관장으로 임명해 이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 보이는 행태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 이번 도정 기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방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닮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인사청문회가 벌어질 때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기피, 논문 표절 등의 전력이 단골 메뉴같이 등장한다. 일하는 능력에 치우치다 보면 도덕성이 걸리고 이런저런 거 다 따지다 보면 인재는 있어도 ‘인물’이 없다.

    그래서 도입을 가정해 미리 제안해 둘 게 있다. 먼저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된 2000년 6월 이전의 ‘못된’ 전력은 불문에 부치자는 거다. 50, 60년대 태생들은 투자인지 투기인지 제대로 구별도 못한 시절이 있었고, 자녀 교육 명목이든 땅을 살 목적이든 서류로만 이사를 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제라도 도민들의 눈높이와 정서에 부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한다지 않는가.

    또 청문회 대상 기관장의 임기는 도지사 임기 내로 정할 필요가 있다.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이도 도지사가 바뀌면 자리 걱정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전리품 챙기듯 하는 행태가 볼썽사납다. 도정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는 자리답게 도지사와 운명을 같이하자는 얘기다.

    도지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관단체장 자리가 100개쯤 된다고 한다. 종래 이들 자리가 선거에서 자신을 도운 사람,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사람 등 측근이나 보은 인사용이 돼 온 게 사실이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면 적어도 이런 폐단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이 제도가 도입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방자치법이나 지방공기업법 등에 청문회 근거가 없고 대법원도 청문회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전국시·도의장협의회 차원에서 한목소리로 강력 추진하면 못 해낼 것도 없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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