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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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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웰다잉(Well-dying)으로 가는 길- 이덕진(창원전문대학 복지학부 장례복지학과 교수)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답고, 매일매일이 ‘생애 최고의 날’

  • 기사입력 : 2010-09-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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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속해 있는 학과에서 ‘임종체험’을 주제로 ‘2010경남 건강의료박람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체험 가운데에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부분도 있다. 자신을 3인칭으로 하여 부고를 작성해봄으로써 자기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이래저래 죽음에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옛날 인도에 끼사 고따미라는 부잣집 딸이 있었다. 그녀는 부유한 젊은이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그 아기가 갑자기 병에 걸려 죽었다.

    그녀는 엄청난 슬픔에 휩싸여서 죽은 아이를 안고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를 살려내는 약을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붓다를 만나보기를 권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부처님께 나아가서 죽은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약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서 조상 중에 아무도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를 한 줌만 얻어 오시오.”

    그녀는 죽은 아이를 가슴에 안고 겨자씨를 얻기 위하여 이 집 저 집 돌아다녔다. 그러나 단 한 집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붓다의 주문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죽음을 직시하고 그 고통을 극복하게 된다.

    붓다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온다”는 당연한 진리를,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그녀가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붓다가 현자인 이유를 우리는 이 일화(逸話)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한편에서는 일체를 공(空)이라고 한다. 나, 너, 우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조견해 보면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모든 존재는 꿈이요 허깨비이고 그림자이고 물거품이기 때문에, 그것을 비추어보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 지혜를 반야(般若)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도 한다. 진실로 비어 있다(眞空)는 것은,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妙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빛(因)이 프리즘(緣)을 통과하면 7색의 무지개가 나타나는 것(果)과 같아서, 空(허공)의 무한한 가능성(因)은 어떠한 상황(緣)을 만나면 물질을 만들어 낸다(果)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삶은 무한하게 긍정되어서 ‘번뇌가 곧 해탈’이 되고, ‘중생이 바로 부처’가 된다.

    이 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번뇌에 가득 찬 인간이 영위하는,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없으면 부처의 삶도 없으며,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 자체가 없으면 불국토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그가 망상에 가득 차 있는 중생이라 하더라도 그가 살고 있는 현장을 전제해야만 불국토도 만들 수 있고 부처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는 비록 당사자가 지옥 같다고 여기는 날이라 할지라도 어제 세상을 하직한 사람이 그토록 살기를 바랐던 하루였기 때문에, 삶은 순간순간이 너무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고, 매일매일이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천상병이 ‘귀천’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쓰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소풍’으로 노래한 것은 절구(絶句)이다.

    모쪼록 열심히 살 일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소풍이 끝난 것처럼 아쉽지만 행복하게 아름다운 이 세상을 하직하리라.

    이덕진(창원전문대학 복지학부 장례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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