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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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29) 통영 욕지도

섬 휘감은 해안일주도로 ‘절경’
까만 몽돌밭 덕동해수욕장 ‘일품’

  • 기사입력 : 2010-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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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의 형상에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욕지 해안일주도로./이준희기자/

    욕지도 매바위에서 바라본 욕지항.

    “욕지(欲知), 알고자 하거든….” 이름조차 신비한 뜻을 간직한 환상의 섬 ‘욕지도’(1655명·836가구, 1274만 161㎡).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욕지도는 두미도(頭尾島)·상노대도(上老大島)·하노대도(下老大島)·우도(牛島)·연화도(蓮花島) 등 10개의 유인도와 45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욕지면의 주도(主島)이다.

    행정구역상 중세기 이래 고성현에 속하였으나, 1900년 진남군 원삼면(遠三面)으로 편입되었다. 이후 1909년 용남군(龍南郡) 원삼면, 1914년 통영군 원량면(遠梁面)으로 편입되었다가 1955년 통영군 욕지면에 속했다. 1995년에는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되면서 통영시 욕지면에 편입됐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욕질도(欲秩島·褥秩島)’라고 하였고, 중기에는 ‘욕지도(欲智島)’와 ‘욕지도(欲知島)’로 섞여 불리었다.

    통영 산양읍 삼덕항에서 오전 9시15분 출항하는 ‘욕지영동고속호’에 오르자 이내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항구를 빠져 나간다. 객선에는 오랜만에 섬을 찾는 이들과 등산객들로 붐빈다. 미끄러지듯 항구를 벗어난 객선은 옅은 안개에 갇혀 어슴푸레 윤곽을 드러내는 곤리도, 연화도, 저도, 추도, 만지도, 상·하노대도 등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크고 작은 섬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싸인 바다는 오늘따라 호수처럼 잔잔하다.

    거제도와 한산도를 멀리 바라보고 있는 욕지도는 예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임진란 직후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면서 사량진, 당포진, 삼천진 등의 변방 수색과 정박처 역할을 담당해 왔다.

    채 한 시간도 안 걸려 욕지도 동항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우리를 맞는 것은 노랗고 빨간 ‘등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욕지항은 우리나라 지도 모양을 한 작은 항구지만 섬 크기는 전국에서 48번째로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욕지’(欲知)라는 이름은 한 노승이 시자승(侍者僧)을 데리고 연화도의 상봉(上峰)에 올랐는데, 시자승이 도(道)에 대해 묻자 ‘욕지도 관세존도(欲知島觀世尊島)’라고 답하며 이 섬을 가리킨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화대사의 시신이 한 송이 연꽃으로 승화되었다고 하는 연화도와 함께 불교와 인연이 깊은 섬이다. 또한 욕지도는 남해 외해와 내해가 만나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어장이 발달하면서 1970년대까지 남해안의 어업전진기지로 어획물의 매매가 이뤄지는 ‘파시’가 성행했던 위세가 대단한 어항이었다.

    욕지도는 규모에 비해 그리 널리 알려진 섬은 아니다. 통영의 섬 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인근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등의 유명세에 밀린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욕지도는 등산과 낚시는 물론 바다관광과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욕지도의 자연과 풍광은 북쪽의 가까운 바다와 만나는 면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반면 먼 바다와 직면하는 남쪽 해안은 웅장하고 거칠며 남성다움이 느껴지는 해안절벽이 일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제일 먼저 욕지도에서 유명한 ‘욕지도 해물짬뽕’을 맛보기 위해 한양식당을 찾았다.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점심을 먹기에 아직 이른 시간인 데도 손님들로 붐빈다.

    “와! 바로 이 해물맛 때문에 욕지 짬뽕이 유명한 거구나. 국물 맛이 끝내 주네….” 여기저기서 ‘욕지도 해물짬뽕’ 맛에 반한 손님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본격적인 욕지도 탐방에 나섰다.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이 따갑다. 항구에서 오른쪽으로 달리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모밀잣밤나무’(천연기념물 제343호) 군락지. 100여 그루가 숲을 이룬 모밀잣밤나무 숲은 가장 큰 나무의 높이가 20m, 둘레가 2m를 넘는다. 울창한 모밀잣밤나무 숲이 호젓한 산책로를 제공한다. 그늘 아래 앉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콧잔등을 간질인다.

    욕지 해안일주도로 초입의 욕지수협 냉동창고 앞에는 은빛 물고기들이 햇살에 반사돼 반짝인다. 새벽 4시께 출항한 ‘201 청해호’가 배에 한가득 은빛 갈치와 전갱이를 잡아 냉동고에 저장하기 위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식용이 아닌 사료용이란다. 청해호 선장 김용민(45)씨는 “아직 덜 자란 고기들이 많아 위판하기는 어렵고 대부분 양식장의 사료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욕지도 여행의 매력은 지도 한 장 들고 섬 곳곳의 비경을 찾아 가는 맛이다. 배에 싣고 온 차를 타고 21km 길이의 해안로를 따라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거나 대기봉, 천왕봉 약과봉, 망대봉, 일출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욕지도의 숨은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자부마을 이정표를 지나 로터리 쉼터에 서면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망망대해에 알알이 박힌 섬들과 잔잔한 바다 위를 가르는 한 척의 배는 한 폭의 그림이다. 모개지길을 지나면 목과마을이, 다시 푸른 작살길을 지나면 청사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솔구지길로 접어들면 도동마을이다.

    섬의 형상에 따라 내만 깊숙이 자리 잡은 도동마을은 길게 뻗은 선착장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거친 파도가 몰아쳐도 끄떡없을 것 같다. 도동마을은 욕지도 감귤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욕지도 감귤은 제주도보다 앞선 1968년 우장춘 박사가 기후가 따뜻한 이곳에 감귤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욕지도는 ‘고매’(고구마)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늦가을의 욕지도는 남빛 바다와 대조를 띤 불그레한 고구마 밭 풍경이 있어 아름답다. 건조하고 염분이 많은 토지 덕에 이곳 고구마는 맛이 뛰어나다. 비탈진 황토밭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머금고 자란 욕지고구마는 그 어느 지역 고구마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처녀가 쌀 서 말을 못 먹고 시집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구마가 유명한 곳이 바로 욕지도다.

    산허리를 휘감은 해안로인 대구지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욕지도에서 유명한 ‘덕동 해수욕장’이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덕동 해수욕장은 300m에 이르는 까만 몽돌밭과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인상적이다. 둥글둥글한 몽돌 위에 짙푸른 바다가 넘나드는 풍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차르르~차르르~’ 까만 몽돌이 하얀 포말에 씻기는 소리 또한 환상적이다.

    까만 몽돌로 뒤덮인 욕지도 덕동 해수욕장.

    4륜 오토바이를 탄 가족이 해안일주도로를 달리고 있다.

    4륜 오토바이를 탄 일가족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일주로를 달리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고갯길을 돌아 이번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 배경지인 유동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마을 초입의 기와집과 망망대해의 푸른 바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서면 불탄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아쉬움을 남긴다.

    평온한 시골 분위기의 유동마을을 지나 800m가량 오르면 산속 깊은 곳에 ‘새 에덴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 하얀 예배당과 흙으로 만든 토담집 등 기이한 건축물이 즐비한 새 에덴동산은 13년 전 위장암을 앓고 있는 딸을 데리고 들어온 최숙자씨 모녀가 맨손으로 지은 믿음의 동산이다.

    최숙자씨 모녀가 맨손으로 지은 ‘새 에덴동산’.

    해안절벽으로 이루어진 욕지도의 최고 비경 ‘삼여도’.

    마을을 벗어나 해안절벽 위로 이어진 기압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욕지도의 최고 비경인 삼여도를 만난다. 삼여도는 뾰족뾰족 솟은 바위 두 개가 작은 바위 하나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삼여도에 얽힌 설화에는 용왕의 세 딸이 있었는데 마을에 사는 900년 묵은 이무기가 변한 젊은 총각을 서로 사모하였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용왕이 노하여 세 딸을 바위로 변하게 했는데 힘이 장사인 총각이 자기 여인을 돌로 변하게 한 용왕이 미워 산을 밀어내 바다를 막아 버렸다고 한다. 훗날 세 여인이란 뜻으로 삼여(三礖)라고 불렸다고 전한다. 총각이 밀어낸 산자락은 삼례도, 상여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삼여 주변에는 지금도 구렁이가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개미허리처럼 잘록 들어간 개미목을 지나면 섬 동쪽의 망대봉 자락 아래 ‘이슬이 쌓여 생긴 마을’인 ‘노적(露積)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급경사의 비탈에 들어선 노적마을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섬의 최고 봉우리는 천황봉(392m). 뭍의 산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바다에 솟은 산이다 보니 그 호쾌함이 내륙의 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원래 욕지도 산행은 섬 동쪽 끝 야포의 일출봉을 시작으로 망대봉, 노적, 혼곡, 할매바위, 대기봉을 지나 천황봉에 오른 후 태고암을 거쳐 시금치재, 약과봉, 논골을 통해 항구로 내려오는 4시간30분의 긴 코스이지만, 욕지도 산행의 하이라이트만 느끼고 싶다면 혼곡에서 출발해 할매바위, 대기봉, 천황봉, 태고암을 거쳐 항구로 돌아오는 1시간30분의 짧은 코스도 권할 만하다.

    혼곡에서 오르는 산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호흡이 가빠질 정도의 급경사는 아니다. 할매바위에 이르면 시야가 트이고 섬의 풍경이 발 아래 펼쳐진다. 여기서 로프가 설치된 바위를 따라 조금만 더 오르면 욕지도 최고의 전망대인 매바위다. 매바위에 서면 아늑한 풍경의 욕지항과 마치 용이 끔틀대는 듯한 섬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마지막 주. 모든 욕심을 버리고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욕지도’라는 섬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찾아가는 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욕지도를 운항하는 배편이 증편됐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는 7월 24~29일(5일간), 8월 5~9일(5일간) 오전 6시, 8시, 10시, 11시30분, 오후 2시, 오후 3시30분, 오후 6시 등 7회 운항되며, 7월 30일~8월 4일은 오전 5시, 오후 7시 배편이 추가됐다.

    삼덕항에서는 오전 6시15분, 8시45분, 11시 15분, 오후 1시45분, 4시15분 등 5회 운항되며, 7월 30일~8월 4일 사이에는 오후 6시45분 배편이 추가됐다. ☏ 통영 641-6181, 삼덕 641-3560.

    ☞ 잠잘 곳

    욕지도는 청사초롱펜션(☏ 646-7277), 산마루펜션(☏ 641-3054), 해바다펜션(☏ 648-5350) 등 곳곳에 펜션이 있어 잠자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여름 휴가철이라 사전에 확인은 필수. 참고로 통영민박넷(www.minbak.net)을 이용하면 편리할 듯하다.

    ◆ 욕지도 명물 ‘해물짬뽕’

    욕지면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한양식당은 ‘욕지도 해물짬뽕’으로 전국에 알려진 욕지도의 명물이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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