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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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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28) 통영 비진도

두 섬 이은 길 양편엔 백사장과 몽돌밭 ‘천연 해수욕장’
여름 해변에선 소복소복 추억을 쌓는 낭만 풍경이…

  • 기사입력 : 2010-07-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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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비진도 바깥섬에서 바라본 비진도 해수욕장.서쪽은 은모래,동쪽은 몽돌해변으로 이뤄져 있다./김승권기자/

    낮은 둑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눈부신 은빛 모래사장, 한쪽은 파도의 지휘에 ‘촤르르~’ 하며 연주를 멈추지 않는 몽돌밭.

    햇살 눈부신 날 찾아간 비진도를 마주하니 진주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해서 비진(比珍)이라 이름을 붙였나 하고 자의적 해석을 하게 한다.

    통영말로 물에서 튀어 나온 곳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섬의 형상이 수려한 데다 해산물까지 무진장으로 나 보배로운 동네라고 일컬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영 한산면 비진리에 속해 있는 비진도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 난다. 총 길이 9km에 달하는 해안선을 자랑하며 멋진 해수욕장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이곳은 피서지로 안성맞춤인 섬이다. 바다 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데다 오래된 해송이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야생 동백도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팔손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63호)이기도 하다.

    비진도는 안섬과 바깥섬으로 구분되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둑이 있어 떨어진 듯 붙어 있다. 총 면적 2766㎢의 섬에는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이 있고 약 100여 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다. 외항마을을 지나 바깥 섬 외산을 돌아가면 수포마을이 있지만 인적이 끊겨 마을은 비어 있다. 예전에는 안섬인 내항이 두 동의 살림살이를 영위했지만 외항이 이름나 커짐에 따라 1943년 분동이 되었다고 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세 번(오전 7시, 11시, 오후 2시10분) 비진도로 가는 배가 있다. 뱃길로 50분 남짓 가면 내항마을 포구에 닿는다. 내항마을은 해변이 있는 목의 윗부분에 있으며 안섬이라고도 한다. 외지인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방파제 위에 쭉 널려 있는 톳. 햇빛 좋은 날 몸을 말리는 톳은 비진도의 특산물로 일본으로 수출된다. 60kg에 25~30만원에 팔린단다. 지금은 돈벌이 수단인 이 톳이 예전에는 주린 배를 채워줬다고 한다.

    통영 비진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톳이 널려 있는 선착장을 보며 걷고 있다.

    내항마을 주민 박문도(60)씨는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섬 사람들은 쌀 대신 톳을 듬뿍 넣어 톳밥을 지어 먹었어요. 톳을 푹 고아 양념을 곁들여 조물조물 무쳐 먹으면 맛있거든” 하고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짭조롬한 소금기를 품은 톳의 향기를 뒤로하고 마을 구경에 나선다. 구석구석마다 골목으로 연결된 내항마을에는 49가구 1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 농사 지을 땅이 귀한 마을에는 아주 작은 터도 그냥 두지 않고 고추며 콩 같은 것을 심어 가꾸고 있다.

    대문이 열려 있는 집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다가 주인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니 ‘작은 마을에 뭐 볼 게 있으려나’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마을의 주민들은 스스럼없이 친절하게 인사를 받아준다. 내항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 ‘수우밭’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우밭은 비진분교를 지나 외항마을로 통하는 산길에 있는 넓은 터로 마을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소풀을 먹이며 놀이를 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공인용씨 부부는 “더운데 예까지 산을 타러 오셨어요? 수우밭을 지나는 길은 전망이 좋은데 요즘 같은 여름에는 풀이 많아 길이 험하고 뱀도 나올 수가 있으니 조심조심 가세요”라고 마치 딸 걱정하듯 안내해준다.

    마을 제일 뒤쪽에는 1944년 개교한 비진분교가 있다. 조용한 학교 운동장은 파란 풀이 낮게 자라 있어 천연잔디 부럽지 않아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이 천연잔디 위에서 뛰어놀 학생이 단 2명밖에 없다는 것. 한 학생이 마침 운동장 풀 사이에서 여치를 잡으며 놀고 있다.

    점심 시간 전 잠시 휴식하러 나왔다는 학생은 시간이 되자 급식소로 향했다. 학생과 선생님들은 본교에서 보낸 식단대로 만들어진 밥을 먹는다. 교실을 잠시 구경하고 폭신폭신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를 벗어난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 외항마을로 가는 발길을 재촉하기로 한다.

    내항마을과 외항마을을 잇는 길은 ‘수우밭’을 지나는 산비탈길과, 정비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는 배에서 내려 마을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걸리는 시간은 5~10분 정도 차이가 나지만 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마을 사람들이 전한다. 안전을 위해 산책길을 선택했다.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가 교회쪽으로 향한다. 비진도 교회 아래 돌담길이 멋스럽다.

    통영 비진도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로 가는 산책로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비진도 해수욕장 언덕에 수령이 100년 이상된 해송 수십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모양새의 해송과 이따금 불어오는 해풍, 새파란 바다를 벗 삼아 25분여 걸으면 어느새 외항마을이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시점, 모래해변과 마주보고 있는 작은 섬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름이 ‘춘복도’다. 아담한 춘복도는 아기자기한 갯바위들이 많고, 예부터 풍부한 해산물이 났으며 태풍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이 소박한 섬에는 이름이 여러 개다. 볼록한 배를 닮은 모양새 때문에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어 배를 채운다는 뜻으로 ‘충복도(充腹島)’라 했다가 하늘의 복덕이 충만한 섬이라 해서 충복(充福)이라고 했고, 봄이면 봄처녀처럼 다양한 옷을 갈아입고 아름다움을 뽐낸다고 해 춘복도(春福島)가 되었다. 그 뒤로는 오곡도, 내부도, 외부도가 떠 있다.

    땀을 식히며 그늘에 앉아 있으니 가까이에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특유의 깨끗함으로 시선을 유혹하고, 먼 바다에는 해무가 낮게 깔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듬직한 외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외항마을은 밧목, 바깥비진이라고도 불린다. 안섬과 밧섬 사이를 연결하는 백사장이 학의 긴 목처럼 생겨 바깥목으로 일컬어졌단다. 외항마을의 자랑은 수려한 해변이다. 아름다운 데다 선택의 여지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이미 이름난 휴가지인 이곳은 내항마을과 달리 많은 민박집이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마을 중앙에 마을 회관과 마을 보건소가 나란히 있다. 조금 더 올라가 좌측에는 쭉 뻗은 소나무가 멋진 소나무숲속공원이 자리해 있다. 바다가 보이고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 있어 열심히 걸어 외항에 들어온 관광객들이 쉴 그늘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깨끗하고 물빛이 고운 외항마을의 모래사장과 몽돌해변은 자연이 빚어낸 천연해수욕장이다. 오랜 세월 빗물과 파도에 씻긴 바위가 모난 외모를 버리고 동글동글하게 모양을 다듬었고 먼 바다에 있던 모래가 조류에 실려와 오목한 비진도 앞에 자리를 잡았다. 비진도 해변은 풍부한 모래양을 자랑했지만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많은 양이 유실됐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래사장 가꾸기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더 훌륭한 관광명소로 가꾸기 위해 시가 나서서 관리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통영 비진도 해수욕장에서 아버지와 딸이 모래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비진도 몽돌해변.

    550m 길이의 해수욕장은 1977년 7월 25일에 개장했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날씨 상황을 봐서 40~50일 정도 개장하는데 올해는 7월 14일에 문을 열었고 더위에 지친 피서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몽돌해변 쪽으로는 해녀들이 해산물을 캐는 작업 중이고, 모래사장 쪽에는 노란 튜브와 파라솔들이 바다를 찾아온 손님 맞을 채비를 마쳤다. 파라솔과 튜브 대여는 마을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매년 2명씩 신청자를 받아 여름 한철 관리를 담당하게 한다. 올해는 오석조(70)씨가 이 일을 맡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그는 “이런 멋진 해변은 또 없을 거예요. 비진도는 해수욕장도 멋지지만, 저기 외산 등산로도 끝내줍니다” 하며 비진도 자랑을 늘어놓는다.

    비진도를 한눈에 조망하기에 최고봉인 외산(312.5m)만한 곳이 없다. 봉우리 부근에 선유대라는 동굴이 있다. 선유대는 선유도인들이 수행하던 곳이다. 선유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사는 사람이 없다는 수포마을에 닿는다. 집이 2~3채 있는 이 마을에는 개인 소유의 암자가 있는데 ‘비진암’이라고 부른다. 인적이 끊겨 조용한 낚시를 원하는 낚시객은 환영할 장소다.

    수포마을에서 외항마을로 향하는 산길은 동백나무 군락이 만들어져 있는데 오래된 동백나무덩굴이 장관이다. 등산길을 걸어 선착장까지는 약 20분. 하루간의 비진도 여행을 마치고 뭍으로 나가야 할 시간, 황혼을 등에 지고 배가 들어온다. 배 후미에 서서 멀어지는 비진도를 바라본다. 희뽀얗게 일어나는 물보라를 보니 눈부시게 빛나던 은빛 백사장이 이내 그리워질 것만 같다.

    ☞가는 길 = 통영 서호동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11시, 오후 2시10분 하루 세 차례 운항한다. 비진도 내항, 외항을 둘러 통영으로 돌아온다. 출항 시간은 내항에서 오전 9시10분, 오후 1시20분·4시40분이고 외항은 이보다 10분 빠르다.(문의 ☏645-3717)

    ☞ 잠잘 곳= 바다이야기펜션(☏642-6171), 민박그리운자리(☏010-5660-5337), 민박그곳에가고싶다(☏642-6025), 비진도민박 (☏642-4920) 등 해수욕장이 있는 외항마을에는 여러 민박집이 있다. 하지만 내항마을에는 민박업을 하는 집이 없으므로 숙박을 하려면 외항으로 가야 한다.

    글=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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