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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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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⑭ 사천 신수도

뿌우우~ 철부선은 쪽빛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고
차르르~ 까만 몽돌은 하얀 파도 사이를 구른다

  • 기사입력 : 2010-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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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을 오가는 철부선이 아름다운 섬들과 조화를 이룬다./이준희기자/

    사천 신수도 전경. /경남도 항공사진/

    기암괴석과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가깝고도 아름다운 섬, 사천 ‘신수도’(新樹島).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언덕 위 교회당이 그림 같은 신수도(101만㎡·170가구 410명)는 섬사람들의 후덕한 인심과 자연 그대로의 자연미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섬이다.

    저도(58명·23가구), 늑도(316명·136가구), 마도(103명·45가구), 초양도(55명·25가구), 신도(41명·14가구), 비토도(370명·165가구), 진도(4명·2가구), 별학도(2명·1가구) 월등도(5명·1가구) 등 사천의 10개 유인도 중 가장 큰 섬인 신수도. 일찍이 선진어업이 발달해 다른 지역의 어부들이 명주실, 말총 등을 낚싯줄로 사용할 때 신수도 어민들은 일본인들로부터 까만 고래 심줄을 이용하는 외줄 낚시법을 배워 남해안에서 손꼽히는 부자섬이었다.

    섬의 산봉우리와 주변의 크고 작은 섬, 여(물속에 잠긴 바위) 등의 수가 52개라 ‘쉰두섬’, 섬의 높이가 낮아 물에 잠길 듯해 ‘침수도’(沈水島), 와룡산이 용 모양의 형태라서 용두인데 그것이 물속으로 들어가 다시 올라 ‘신두섬’ 등 신수도는 다양한 유래들이 전해지는 신비의 섬이기도 하다.

    사천 동서동 유도선 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 거리의 신수도는 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섬을 오가는 철부선인 ‘새신수도호’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풍광도 아름답다. 동양 최대의 ‘다리백화점’으로 불리는 ‘창선·삼천포 대교’가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섬은 장관을 이룬다.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물 위를 미끄러지듯 유도선 선착장을 빠져 나온 ‘새신수도호’는 바다를 가로질러 힘차게 나아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섬에 이른다.

    방파제 입구의 햐얗고 빨간 등대가 인상적인 신수도는 큰마을인 본동 마을과 작은마을인 대구 마을로 나뉘어져 있다. 대부분의 섬사람들이 그렇듯 신수도 어민들도 주낙, 통발, 자망, 문어단지 등 어업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따사로운 봄바람에 마을 앞 부둣가는 그물질을 하는 섬사람들로 붐빈다.

    섬 주민들이 불가사리를 잡는 어망을 손질하고 있다.

    “불가사리 잡는 그물 아닌가베…, 불가사리가 바다 밑에서 전복, 조개 등 닥치는 대로 잡아묵는기라, 그래서 싹 청소할라꼬 그물질한다 아이가.”

    “뭘 잡는 그물이냐”고 묻는 외지인의 물음에 어민들은 바다의 포식자 ‘불가사리’를 잡는 어망이라 말한다.

    어민들은 봄철을 맞아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불가사리 수거작업과 바다대청소 준비로 하루 일과가 바쁘다. 3월 말부터 시작된 불가사리 수거작업은 물때에 따라 4~5일 작업을 한 후 일주일가량 쉬는 방법으로 길게는 5월까지 진행된다.

    “1kg에 500원가량 셈을 쳐주니 배 한 척당 평균 250~300kg을 잡으면 기름값에 인건비 정도는 빠지니깐 괜찮지”. 어민들은 부수입으로 불가사리 잡이도 꽤 짭짤하단다.

    마을 중앙의 산등성이 ‘진주재’에 오르니 본동마을과 섬 앞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진주재’라는 이름은 이곳 언덕에 서면 사천과 부산에서 여수로 오가는 뱃길이 보일 뿐 아니라 화창한 날씨에는 멀리 진주까지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신수도는 생각보다 꽤 큰 섬이다. 본동마을에서 출발해 대구마을을 거쳐 가운데골, 공동묘지, 진주고개, 당산나무를 돌아 다시 본동마을로 쉬엄쉬엄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거리로는 4km 남짓이다.

    더욱이 본동마을과 대구마을을 잇는 1.5km 구간의 해안로는 연인들이 남해안의 아름다운 섬과 쪽빛 바다를 감상하며 봄 나들이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로 연인과 함께 섬을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섬사람이 되고픈 착각에 빠질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몽돌과 대나무, 짚으로 만든 대구마을 입구의 성황당.

    대구마을에 이르면 마을 입구의 ‘성황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몽돌과 대나무에 짚으로 엮어 대충(?) 만든 성황당은 마을 안으로 잡귀가 들어 오는 것을 막고 바다에 나간 사람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장소란다. 섬사람들의 토속신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전히 바다에 대한 두려움 때문 아닐까?

    물 빠진 바닷가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이 준 선물에 감사하며 순응하는 섬사람들의 순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부부가 물이 빠지기가 무섭게 죽방렴을 손질하느라 바쁘다. 물이 들기 전에 서둘러 손질해야 하기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장인 원시어업기법인 ‘죽방렴’은 물살이 거센 연안에서만 가능한 고기잡이 방식으로 주로 멸치를 많이 잡는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멸치는 상품으로 평가돼 고가에 시장에 내다 팔리고 있다.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장인 죽방렴.

    대구마을 둑 너머 있는 몽돌해수욕장.

    자연수와 바닷물이 만나 생긴 해수탕.

    대구마을 둑 너머의 몽돌해수욕장은 신수도의 숨겨진 또다른 비경, 해변을 가득 채운 둥글둥글한 몽돌이 물살에 쓸려 ‘차르르~’ 소리를 낼 때면 자연의 하모니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물 빠진 백사장은 또 어떠한가….

    대구마을 산먼당으로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니 마을 공동묘지가 나온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햇살 좋은 양지녘에 자리 잡은 공동묘지는 을씨년스럽기보다는 포근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섬사람들의 한(恨)이 서린 바다. 그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죽어서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멀리 뿌옇게 드러나는 사량도와 수우도를 배경으로 걷는 길은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산등성이를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잘푸섬이 외로이 손님을 반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기암괴석과 오밀조밀한 해안절벽은 가히 절경이다.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암괴석들이 널려 있다.

    기암괴석들 사이로 자연수와 바닷물이 만나 효험이 있다는 ‘해수탕’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큰 장어가 산다, 해수탕의 생김새가 용을 닮았다는 등 갖가지 설을 전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듯하고, 해수탕은 효험이 있어 예전엔 인근의 진주, 함양, 거창지역의 할머니들이 이곳에 와서 피부병을 고쳤다고 한다.

    다만 여기에도 나름 규칙이 있어 ‘물이 아무리 더러워도 물이 더럽다’는 말을 하지 않아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전한다.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신수도의 부속 섬인 추도가 나온다. 만조일 때는 섬으로 변해 건널 수 없지만 간조시 뭍이 드러날 때면 걸어서 추도를 돌아볼 수 있다. 인근에 추섬휴양지가 있어 휴가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인근 앞바다에는 ‘장구섬’, ‘씨앗섬’ 등 점점이 박힌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어 걷는 길이 심심치 않다.

    조규정 할머니와 아들이 겨울초를 수확하고 있다.

    추섬을 지나 본동 마을 뒤편의 텃개밭에 이르렀을 때 할머니와 아들이 밭에 나란히 앉아 겨울초를 수확하고 있다. 50여 년 전 할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섬으로 시집온 조규정 할머니(74)는 공기 맑고 인심 좋은 섬 생활이 즐겁다고 한다.

    “해풍을 맞은 겨울초가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제대로 맛이 들었어. 삼천포 시장에 내다 놓으면 금세 팔려 나간다”며 해맑은 모습을 지어 보이신다.

    할머니는 “욕지도 고구마가 유명하지만 신수도 고구마도 그 맛과 향이 끝내준다”며 “다음에 섬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꼭 신수도 고구마 맛을 보라”고 권한다.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본동마을에 이르렀을 때 방과후 수업을 마친 섬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소녀는 외지인에게 “안녕하세요”라며 반가움의 인사를 전한다. 전교생이 8명인 ‘신수도 분교’는 올해 삼천포 초등학교 신수도 분교로 바뀌었다. 현재 1·2·5학년은 없고 3학년 2명, 4학년 2명, 6학년 4명이 전부다. 신수도의 아름다움은 자연 그대로에 있다. 꾸밈이 없는 자연 경관과 인정 많은 섬사람들의 향긋한 내음이 도시인들에게 향수를 전한다. 이처럼 신수도는 자연 그대로 건강하게 보존돼 있는 것만으로도 찾아가 볼 만한 섬이다.

    ☞가는 길

    사천 동서동 유도선 선착장(삼천포항)에서 신수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은 하루 5차례(오전 8시20분, 12시, 오후 2시30분, 4시, 5시40분) 운항되며 장날에는 오전 10시30분 한 차례 더 운항된다. 요금은 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 ☏ 신수동 이장 김명석 010-4587-1813.

    ☞잠잘 곳

    신수도에는 민박집이 많은 편이다. 대구마을 슈퍼민박집 835-1710. 안집민박 010-9268-6559. 본동 신수모텔 835-2272.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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