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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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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숭고한 영혼 한주호, 고이 잠드소서-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0-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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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경험이 많고 베테랑이니 직접 들어가겠다”며 사지인 줄 알면서도 뛰어든 출렁이는 깊은 바닷속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한 고 한주호 준위의 안타까운 소식이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그저 가슴이 먹먹해져 멍하니 빈소에 모셔진 그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사진 속의 한주호 준위는 아직 구해내지 못한 어린 해군들을 안타까워 하는 눈빛으로 아직 그대로 서 계신다.

    미 해군 잠수요원들이 잠수 시도조차 하지 못한 바닷속에, 고층 빌딩에서 맨몸으로 태풍을 맞는 것과 같다는 조류 속에 그를 뛰어들게 한 것은 그의 36년 군인 정신이며, 해군 특수전여단 UDT의 투철한 사명감이며, 한 인간으로서의 숭고한 희생정신이다.

    그는 책상 위에 딸을 위한 글을 남겼다고 한다. “남들이 어디까지 했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마라. 신경 쓰지 말고 설렁설렁하는 것보다는 한 번을 봐도 꼼꼼하게 해라.”

    깊은 바닷속에서 그는 그리했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맡겼어도 좋을 나이에 남들에게 맡기지 않고 그 위험한 바닷속에서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한번 더 꼼꼼히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의 머릿속에 살신성인이란 단어를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그의 몸이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TV에 비친 아들, 딸은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 군인 가족이기에 그들도 차마 무너지지 못하고 아버지가 하신 그대로 꿋꿋이 서 있다. “아버지는 가족과 부대 말고는 다른 걸 모르는 진정한 군인이셨습니다.” 애써 눈물을 참으며, 더 이상 참아지지 않아 입을 악문 채 고개 숙인 아들 한상기 중위의 모습이 더욱 애틋하다. 그가 15년간 숨쉬고 살고 있던 진해가 바로 이웃이기에 그 아픔에 가슴이 더 저민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실종된 해군들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마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못을 탓하는 말들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오로지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마음들은 비난해야 할 대상과 구실을 찾으며 분열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들이 사랑하는 해군에까지 ‘너희는 뭐했냐?’며 화살을 겨누지 않았던가?

    고 한주호 준위는 침몰한 함수의 위치를 표시하는 부이를 직접 설치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함장실에 탐색줄을 설치하는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가 설치한 부이가 망망대해에 표지판이 되듯, 이제 우리 온 국민의 가슴에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등불이 되어야 한다. 그가 이으려던 탐색줄이 함실을 찾아가는 길이 되듯, 우리 모두가 함께 잡고 같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남은 우리의 과제는 그가 목숨을 희생하면서도 구하려고 했던 어린 해군들을 하루빨리 구해내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손을 모아 기도하던 처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이번 천안함 침몰의 원인부터 마지막 구조의 순간까지 모든 원인과 과정을 명백히 밝혀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주호 준위로 인해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되었음을 기억하고 그가 온몸으로 보여준 정신을 기리고 또 기려야 할 것이다.

    평생을 국가에 바친 남편을 잃는 부인은 “사랑해요. 내가 부끄러워서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사랑해요, 사랑해요”라며 울부짖었다. 이제 그는 그가 그렇게 사랑한 조국의 태극기를 온 몸에 감싸고 누우셨다.

    한주호 준위님, 실종된 어린 후배들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몸을 바친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남들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베테랑이니 내가 직접 하겠다던 당신의 솔선수범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군인으로서 아버지로서 항상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몸소 실천했던 그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남들이 어디까지 하든 신경 쓰지 않고 한번 더 꼼꼼히 보라던 당신의 당부를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오늘 우리 온 국민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고 더 위대해짐을 느낍니다. 이제 편안히 쉬십시오. 남은 우리들이 당신의 뜻을 잘 받들겠습니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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