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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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⑤ 통영 우도

바위섬 구멍 뚫은 파도, 나무들 껴안게 한 바람
윗막개·아래막개… 이름도 인심도 정겨운 섬마을

  • 기사입력 : 2010-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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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통영 우도. /이준희기자/

    우도의 명물 ‘구멍섬’. 오랜 세월 파도에 의해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이준희기자/



    여명(黎明)이 밝아 오는 이른 새벽, 거친 바다를 헤치고 ‘바다랑’호가 나간다.

    오전 6시50분 통영항을 출발한 바다랑호는 두미도와 상·하노대도, 탄항 등을 거친 후 2시간 40여분 만에 목적지인 우도에 오전 9시40분께 닿는다.

    통영항에서 뱃길로 29km 지점에 위치한 ‘우도’(牛島·44만6766㎡·37명 21가구)는 연화열도에 속한 자그마한 섬이다.

    섬의 형상이 미륵산에서 보면 소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이름 붙여진 ‘우도’는 순박한 섬사람들의 향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정기여객선 ‘바다랑’호가 하루 두 차례밖에 운항되지 않아 섬사람들은 주로 욕지도행 ‘거제 아일랜드’호를 탄 후 연화도에 내려 다시 마을배를 이용해 우도마을로 건너온다.

    우도의 첫 인상은 거센 바람.

    우도 뱃머리에서, 5~6가구가 살고 있는 아래막개(아래마을)까지는 100여m 남짓인데도 마을 골짜기를 따라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도 주민들은 고개 넘어 윗막개(윗마을)에 산다.

    윗막개는 섬이 움푹 들어간 분지 형태의 마을로 아늑한 분위기와 수십년은 된 듯한 동백나무가 아주 인상적이다.

    우도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무자년 3월 산양 연곡에 살던 영양천씨 천문석·문보 형제가 풍선(風船·전마선)을 타고 지금의 윗막개에 들어와 정착, 장필범은 아래막개, 전주이씨 이임필은 구멍섬에 정착해 살았다고 한다.

    마을(아래막개) 안으로 들어서자 거센 바람 때문인지 집집마다 층층이 쌓인 높은 돌담이 길목을 장식하고 있다.

    우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 요즘은 볼락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후박나무 한 그루와 생달나무 세 그루. 가지가 서로 엉겨붙어 마치 한 그루 같다. /이준희기자/

    ‘섬 사람들은 둥근 돌을 어떻게 저렇게 쌓았을까?’ 절로 감탄이 쏟아진다.

    마을 들머리 파란 지붕의 민박집 입구에 이르자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안에 누구 계세요” 하며 살며시 집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 누구요”라며 노인 한 분이 고개를 내민다.

    “섬(우도)에 관해 여쭤볼 게 있어서요”라는 말에 노인은 추우니 얼른 마루로 들어오란다.

    파란 지붕의 집은 마을 前 이장 박종태(71)씨 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장을 했는데 최근 개인 사정으로 물러났단다.

    박 노인은 뭍에서 온 외지인이 반가운지 손수 커피를 끓여 내놓으신다.

    “집사람이 오랜만에 장에 갔어. 맛은 없겠지만 추울 텐데 한 잔 하시게.”

    투박한 손으로 끓인 커피는 생각보다 맛있다.

    반농반어(半農半漁) 마을인 우도는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기후에 토질이 비옥해 고구마, 보리, 마늘 등을 생산했으며, 바다에서는 미역, 파래, 전복, 소라 홍합 등을 채취해 비교적 넉넉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섬을 떠나 도심으로 가면서 섬의 비옥한 땅은 잡초가 무성한 텃밭으로 변했다.

    “섬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올해 45세이고, 그다음이 아마 나일 걸.”

    그래서 우도는 요즘 고기 잡는 사람도 뜸하고 농사 짓는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게 박 노인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이 많은 섬 주민들은 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통영시가 연안어장의 환경변화와 남획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연안의 수산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2008년 우도해역 일원 수역을 ‘욕지 우도 소규모 바다목장’으로 지정하면서 주말·연휴 낚시꾼들의 민박집·낚싯배 이용으로 어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 있다.

    박 노인은 “통영시가 20억원을 투입해 볼락, 감성돔, 전복, 해삼 등을 인근 수역에 방류하면서 섬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후손들이 평생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부정어업(자망·통발) 근절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란 지붕 뒷집인 황색 지붕은 대문이 굳게 잠겨 있다. 아마도 이 집 주인은 추운 겨울 동안 섬을 떠나 자식들이 있는 뭍에서 겨울을 보낸 후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다시 섬을 찾을 것이다.

    배에서 내려 처음 보이는 우도 아래막개 풍경.

    취재 내내 기자를 따라다닌 동네 개.

    마을 뒤편의 고갯길을 넘으면 윗막개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맨 먼저 오래 전 폐교(1999년 3월)된 우도분교가 눈에 들어온다. 윗막개 들머리의 작지만 아담한 ‘우도교회’를 지나 골목 안으로 접어들면 이내 천연기념물 제344호인 생달나무와 후박나무가 나타난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후박나무(500년 추정) 한 그루와 생달나무(400년 추정) 세 그루는 가지가 서로 엉겨붙어 마치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 같다.

    마을을 감싸안은 듯 푸근함마저 들게 하는 거목을 지나 마을 뒤편의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이른다.

    공원묘지 옆 당산은 오래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는지 잡목이 무성하다. 여기서 다시 아래로 내려서면 ‘용강정’이다. 지름 200m, 높이 50m 정도의 분화구 형태인 용강정은 옛 전설에 용이 등천했다고 해 섬 사람들은 ‘용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는 우도의 명물인 ‘구멍섬’을 찾아간다. 마을 언덕을 넘어 울창한 숲이 터널을 이룬 고갯길을 지나면 색 바랜 슬레이트 집 한 채를 만난다. 마을에서 동떨어진 외로운 집은 수년 전만 해도 할머니 한 분이 살았으나 지금은 돌아가시고 뭍에 있는 아들이 집을 돌보고 있단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집은 정갈하다. 아담한 집 마당은 잔디로 꾸며져 있고 화단의 회향목 한 그루가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툇마루 위의 상인방에는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땀도 식힐 겸 잠시 마루에 걸터앉으니 멀리서 파도에 밀린 몽돌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구멍섬, 일명 혈도(穴島)라고 불리는 작은 섬은 무인도다. 오랜 세월 파도에 의해 구멍이 뻥 뚫린 구멍섬은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이다.

    자연의 오묘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섬에 구멍이 뚫렸을까?’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솜씨에 의아심과 함께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구멍개 몽돌밭 해수욕장은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름이면 제법 많은 사람이 찾는 숨겨진 장소다.

    발길을 옮겨 아래막개 방파제에 이르니 마을 주민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뭐가 잡혔나?’ 궁금한 마음에 들망을 들여다보니 볼락, 망상어 등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잡혀 있다.

    주민에게 “요즘 무슨 고기가 많이 잡혀요?”라고 묻자 “여기서는 다양한 어종이 잡히지만 특히 밤이면 볼락이 많이 잡힌다”며 “어제 친구와 둘이서 볼락 300마리가량을 잡았다”고 한다. 아마도 사실인 듯하다. 얘기하는 주민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난 박 노인(前 이장)은 “우도 섬 사람들의 가장 큰 바람은 여객선 접안이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접안시설을 갖추는 것과 방파제 연차공사를 통해 높은 파도로부터 어민들의 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며 “특히 인근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의 조속한 설치로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섬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섬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오늘 따라 무겁다. 섬사람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한마디 한마디에 머리가 숙여지는 것은 왜일까?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가는 길=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두미도와 상·노하대도를 거쳐 우도를 가는 정기여객선(바다랑호)은 하루 두 차례(오전 6시50분, 오후 1시40분) 운항되며, 욕지도행 ‘거제 아일랜드’호를 탄 후 연화도에 내려 다시 마을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요금은 7950원. 문의 통영여객선터미널 ☏642-0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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