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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창진 통합, 왜냐면-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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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창원·진해 행정구역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새삼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 여론조사 결과, 높은 찬성률을 보인 것과는 달리 아직도 의구심을 갖는 지역민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종 언론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왜, 해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고개를 끄떡일 수 없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분가한 세 아들의 예를 들어 보자. 한솥밥을 먹다 따로 살림을 내다 보니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를 비롯 잡다한 살림도구를 각각 구입해야 한다. 고장이 나면 고쳐 쓰거나 새것으로 또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 아들은 빚을 안고 있다. 앞으로 생활이 썩 나아질 거란 보장도 그리 없다. 이럴 때 자연스레 따로 살 것이 아니라 합치자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규모에 맞는 살림을 꾸려갈 수 있고 필요 없는 물건은 팔아서 빚을 갚는 데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통합은 인위적으로 그어져 있는 선을 없애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지금처럼 쪼가리가 난 판에선 이것저것 억지로 담으려면 한계가 있다. 축구경기도 판을 넓게 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예컨대 만성 체증지역인 마산운동장을 들어내고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산·창원 농산물도매시장을 합치면 한 곳에 필요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나들이 걱정은 마창진 경전철 신설이 예고돼 있다. 큰 행사나 롯데 야구 경기 등 빅게임이 열리는 날엔 임시 버스를 운행하면 된다.

    지역경제가 하향 평준화할 것이란 우려도 기우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해와 마산의 아파트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향조정돼 자산가치가 오르고 창원 북면은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지역 아파트 값은 일시 내려갔다 재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세수)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조성된다. 일례로 서울에서 영업하려면 공장 위치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다. 통합은 이런 색안경을 벗겨낼 수 있다. 굳이 땅값이 비싼 창원에 공장 입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행대로라면 통합시의 지역국회의원이 5명이나 된다. 이들이 지역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면 여의도에서 큰소리 못 칠 것도 없다. 분야별로 배치될 경우엔 시너지 효과도 만만찮을 것이고, 공무원들이 서울서 예산 따오기도 한결 수월할 것이다. 부산, 울산과 더불어 동남권을 형성하면 수도권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프리미엄도 쏠쏠하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시 예산 우선 배정, 장기임대산업단지 우대 혜택, 기숙형 고교와 마이스터고·자율형 사립고 지정 시 우선 고려 대상이다. 읍·면이 동으로 전환되더라도 기존의 면허세 세율, 대학 특례입학 자격 등 농어촌 지역 주민이 누리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21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한 건축허가 승인권 등 행정 권한도 강화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의 재정 절감액과 인센티브를 합한 효과가 마창진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유발 및 고용유발 규모는 1조1913억원에 달한다.

    일일이 열거하기 벅차지만 주당(酒黨)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경계구간 요금을 따로 받을 리 만무하다. 이 또한 통합의 덤이다. 물론 아직 ‘어떻게’도 명확하지 않다. 의회 의결로 끝날지, 주민투표로 갈지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절차에 집착하다 보면 ‘왜’를 간과할 수 있다.

    오랫동안 별거했던 사람들이 한 이부자리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통합은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날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발전에는 진통이 따른다고 하지 않던가. 등산하듯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된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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