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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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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0) 통합 독서논술- ‘방학·2학기’주제로 학급에서 글쓰기

반성글에 익숙한 탓? 주제가 구체적이지 않다

  • 기사입력 : 2009-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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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방학이 끝난 뒤에 우리 학생들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냈으며, 2학기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 보도록 했다.

    여름 방학을 하기 전에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글을 써 보도록 하였기에 스스로 세운 계획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볼 계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논술을 해 보도록 하는 까닭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오덕 선생님이 강조했던 ‘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야 할 지향점이자 고민거리다.

    초등학교에서는 일기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갈래에서 생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중학교에서는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쓰기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진학에 성적이 중요해지고 점수 관리를 해야 하기 위해 과목별 공부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의 근본 목적이 스스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먼저 자신의 삶을 돌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글을 보면 생활 속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를 진솔하게 쓴 글들이 많은데 중학생들 글에서는 그런 글들을 찾기가 힘들다.

    그 까닭은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자신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을 제시되는 경우가 많으나 중학교 과정에서는 객관적인 근거를 활용하는 글쓰기 주제와 내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까닭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 경험을 글로 나타내는 것을 부끄러워할 뿐 아니라 자신이 겪은 경험을 주제와 연결지어 글을 구성하는 게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하는 양성 평등 글쓰기나 과학의 날, 친구의 날 글쓰기 등 천편일률적이다. 심지어 이런 주제의 글에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이 들어가면 수준 낮은 글이 되는 줄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중학생의 논술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주제로 글쓰기를 많이 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경험의 원천은 자신의 생활이다.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으로 글쓰기를 하면 생각하는 힘이 잘 길러질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줏대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를 제시했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난 여름 방학을 생각하면서 반성해 보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여름 방학 때 내가 무엇을 잘 했는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계획을 100% 이루는 것은 참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계획을 세울 때 마음이 앞서는 경우가 많고 계획을 잘 세우는 일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심하고 무조건 실천하면 된다는 식의 계획은 실천하기 힘들다. 여름 방학을 생각해 본 뒤 2학기에 해 보고 싶은 일 써보기 바란다.

    하지만 학생들이 쓴 글을 보니 여름 방학에 대한 반성이 주류를 이루었다. 반성하는 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까?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참 아쉽다. 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책 읽기는 마음먹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다하려고 하니깐 벅차기만 해서 조금씩 계획을 세워서 책읽기를 했다. 도서관에 반납할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읽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번 여름 방학 때 제일 많이 읽은 거 같다. 이렇게 여름 방학 때 크게 깨달은 점은 앞으로 계획을 세울 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날의 계획을 너무 과하게 잡아버리면 피곤하기만 하고, 힘들어서 한 개도 실천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방학 땐 놀기만 했다. 이번 방학 땐 과외에 다니며 바쁘고 바쁘게 지냈다. 처음에는 이런 생활에 적응되지 않아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지금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배워갈 때 나는 무엇인가 뿌듯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씩 지친다. 정신적으론 힘들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아니 잘하고 싶다. 이 과외가 도움이 되기 위해선 나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항상 방학은 열심히 노는 시간인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 방학은 자신이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나의 2학기 계획은 정말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고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다.>

    <내가 계획했던 일은 권장도서 읽고 독후감 쓰기와 방학숙제 다하기, 한자 급수시험 완벽 대비였다. 원래부터 내가 어떠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지키지 않은 일이 허다했기에 이번 여름 방학은 완벽 준비라고 단언했건만 결과는 완전 참패다.>

    <책읽기는 매번 방학 때 계획을 했었는데 항상 못했다. 그래서 좀 두려웠지만 의외로 잘 실천된 것 같아 기쁘다. 책 빌리러 학교에도 자주 오고 김해도서관에도 갔다. 그리고 정말 읽고 싶은 것은 사서 읽기도 했다. 방학 동안 16권을 읽었는데 나로서는 정말 많이 읽은 것이다. 그래서 참 뿌듯하다.>

     배종용 (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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