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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짝짓기의 계절-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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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가을이지만 주말 청첩장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 짝짓기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이란 노랫말이 있듯이 생면부지의 남녀가 만나, 서로 떨어져 살다 한 둥지를 턴다는 것은 하늘이 이어준 ‘관계 짓기’임에 틀림없다. 결혼 날짜를 잡기까지 양가의 처지가 엇비슷하다면 모를까 집안 어른들은 이리저리 재보고 밀고 당겼을 것이고 당사자들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궁극적으로 자기 중심의 주관적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를 짓는 시각은 한쪽을 부당하게 왜곡하거나, 기껏해야 지엽적인 것이나 표면에 국한된 것인데도 차이에 주목하다 보면 결국 차별화로 귀착된다. 관계는 상대를 향해 열려 있는 상태고 소통되고 있는 상태라 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보고(見) 만나고(友) 서로 안다(知)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은 차이가 있든 없든 이를 승화할 수 있고, 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값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좋은 가을에 인근 시·군 간에도 짝짓기가 시작됐다. 행정구역 자율통합 건의서를 접수한 전국 18개 지역(46개 시·군)에 대한 주민 의견조사가 다음 달 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정구역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바야흐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셈이다. 여기서 행정구역 통합의 ‘왜’와 ‘어떻게’를 새삼 거론한다는 것은 사족일 것이다.

    도내에선 4개 지역 지자체와 의회, 주민단체 등에서 ‘마산·창원·진해·함안’, ‘마산·창원·진해’, ‘마산·창원·함안’, ‘마산·창원’, ‘마산·함안’, ‘창원·진해’ 등 6개 통합안을 내놨다. 유별나다.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어떻게든 통합의 물꼬를 트려는 의지의 표현이랄 수 있다. 오랜 기간 ‘핵가족’으로 있으면서 나름대로 정체성이 강해진 결과로도 받아들여진다.

    옛 선조들은 명나라 시대의 省-郡-縣 제도를 본떠서 도-군으로 지방행정제도를 만들었다. 다시 일본 행정제도인 縣-郡-町-村을 본떠 도-시군 밑에 읍-면을 두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행정구획이 지리적 구획에 지나지 않고 현-시, 정-촌으로 직결되는 지방자치제로 바뀌어 일일행정권, 생활권을 형성한 지 오래됐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서울 중심 사상에 젖어 있었다.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행세깨나 하는 이들이 서울에 앉아서 모든 것을 주물러 왔고 지역민들은 서울과 지방의 이분법에 익숙해져 왔다. 우리 지역에서 행정구역이 통합된다는 것은 수도권과의 대응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판도 크게 벌릴 수가 있다. 옛날 제도에 손을 대는 것이 대단한 모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민들의 필요와 결단만 있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다. 부분의 집합이나 부분의 확대가 곧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차이와 차별을 들먹이기도 한다. 졸속 추진이니 강제 통합이니 하는 말도 들린다. 이참에 숟가락이나 걸쳐 보겠다는 이도 있다. 야심, 용심, 꿍심에다 흑심을 품은 정치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을 한답시고 설쳐대는 이들이 못 미더워서, 또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서 외면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스스로 이들의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산·창원·진해·함안은 마시고 싸고 움직이는 것을 함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시의 시내버스는 공동배차제로 단일요금이 적용된다. 마산 시내버스는 함안까지 연장운행한다. 함안 칠수정수장의 수돗물은 마산·창원·함안이 공동 이용하고 있다. 마산 하수처리장에서는 마산·창원의 하수를 처리한다.

    미래로 가는 길은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남녀 간의 관계 짓기가 인연이라면 한 울타리였던 마창진함이 인위적으로 쳐진 벽을 허무는 것은 필연이 아닐까. 짝짓기의 계절, 행정구역 통합의 전초작업이 어떤 형태로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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