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9) 남강 22- 함안 군북면~가야읍

산길 따라 유적 따라 가을 물든 역사 속으로 …
백이산 오솔길엔 소원 쌓은 돌탑… 군북면 마을 곳곳서 고인돌 만나고

  • 기사입력 : 2009-10-15 00:00:00
  •   
  • 황금 들판 지나 원효암 다녀 오는 길엔 시끌벅적 5일장 구경도 즐거워

    가야 토기.장신구 가득한 함안박물관 뒤 산등성이엔 가야시대 고분도



    원효암 대웅전



    백이산 돌탑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가을이 내리는 길을 따라 나서는

    이른 아침 발걸음은 행복하다.

    무더웠던 여름날 녹색으로 가득하던 산과 들에는

    오색으로 예쁜 단풍들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들이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겠지만

    나무 입장에서 보면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수족을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한 아픔을 참고 견디어 냈기 때문에

    봄이면 새로운 생명의 싹을 나오게 한다.

    남강의 물을 받아 결실을 맺은 들판은

    누렇게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백이산 공룡발자국

    ◇ 백이산·군북 지석묘군

    군북의 진산 백이산(해발 368m)으로 가는 들판에 결실을 거두는 추수가 한창이다. 군북면 명관리 도천재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오솔길의 아름다움과 새들의 합창 그리고 한가롭게 잉어가 노니는 명관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를 뒤로 하고 산길을 잠시 따라가면 약수터가 있다. 아랫마을 어느 부부가 염원을 담아 쌓아 놓은 돌탑들이 줄지어 반겨준다. 바위 위로 사다리를 따라 올라 가면 공룡발자국이 있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숲이 반겨주는 산길을 따라가면 백이산과 숙제봉 사이에 또 깨끗하게 정리된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낙엽이 깔려 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가볍게 정상에 닿게 된다. 군데군데 산길을 파서 넓혀 놓았는데 먼지가 심하게 났다.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을 만든다고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꼭 필요한 대피 시설만 만든다. 자연은 자연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백이산 정상에 서니 낮은 산에서 느끼는 산행의 즐거움도 높은 산에서 느끼는 것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잘 익은 밤들이 떨어져 뒹구는 산길을 내려와 군북면 동촌리에 들어서니 민가에 지석묘가 있었다. 지석묘는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고인돌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경제력이 있거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 일부 학자들은 일반적인 무덤으로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4개의 받침돌을 세워 돌방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하고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탁자식과 땅 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돌을 세운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바둑판식으로 구분된다. 군북면 지역에는 동촌리 27기, 덕대리 5기 등 많은 수의 고인돌이 무리지어 있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어떤 것은 논 가운데에 보호시설 없이 있었고 원효암으로 가는 도로변에 있는 고인돌은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사용한 폐비닐과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동촌리 정자나무 부근에 있는 고인돌은 방치되어 겨우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명관리 들판 가운데 있는 고인돌과 동촌리 민가에 있는 26호 고인돌은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동촌리 고인돌 덮개돌에는 많은 알구멍<성혈(性穴) designtimesp=8004>이 있는데, 이들을 서로 연결해 보면 마치 별자리를 나타낸 듯한 느낌을 준다. 알구멍을 만든 이유는 확실하게는 알 수 없으나 풍년을 빌거나 자식 낳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원효암으로 가는 길에는 비닐하우스가 길게 줄지어 있다. 여행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고인돌을 찾아다니다 지렁이 퇴비를 생산하는 최성수(70)씨를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만났다. 우리 농촌 현실에 대해서 따끔한 조언을 했다. 우리 농업은 신뢰감과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무공해 농산물을 싼 가격에 먹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노력이나 공부는 하지 않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여 편한 농사만 지으려고 한다고 했다. 농민이 자신의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가 외면하게 되고 우리 농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하였다.


    원효암 의상대

     

    ◇ 원효암·가야5일장

    군북면 소재지에서 원효암으로 가는 길은 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선돌이 곳곳에 서있는 사촌리부터는 산모롱이를 돌아가면 벼들이 누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진다. 사촌저수지 부근에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집들이 있고 먹음직스러운 홍시가 감나무에 달려 있었다. 저수지 부근에 차를 두고 걸어 가야 행복한 순례를 할 수 있다. 느린 황소걸음으로 가도 전혀 멀지 않은 원효암 가는 길은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도심에서는 만날 수 없는 청명한 물 흐르는 소리가 있고 그늘을 만들어준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소리에 취하고 숲이 주는 고요함에 젖어든다. 대웅전 신축공사로 어수선하던 경내는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경내 높은 자연석 암반 위에는 의상대가 있다. 작은 전각에 ‘의상대(義湘臺)’ 현판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을이 산사에 내리는 날, 스님의 인기척도 없고 바람마저 잠들어 버린 의상대 기둥에 기대섰다. 군북 소재지 방향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산등성이를 따라 시선을 주면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 위로 가을 석양이 곱게 빛나고 있었다. 원효암은 1370년에 세워졌고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다. 원효와 의상이 수도한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함안에는 가야5일장이 있다. 시끌벅적한 5일장은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고향 같은 포근함이 묻어난다. 이곳에는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생선과 야채 모든 것이 싱싱하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장날만 문을 여는 국수집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함안 고분군

    ◇ 함안박물관·함안고분군

    함안박물관은 가야읍 도항리 748 고분군 부근 약 17만㎡ 연면적 1900㎡,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2003년 10월에 개관하였다. 현재 대여유물 140여 점과 기증ㆍ기탁유물 1000여 점 등 총 1140여 점의 유물들을 전시, 수장하고 있다. 말갑옷, 수레바퀴모양토기, 불꽃무늬토기, 문양뚜껑, 미늘쇠 등 가야 시기 유물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전시하여 가야인의 혼과 기백, 독창성이 담긴 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토기모양의 건물이 돋보이는 박물관 마당에는 주말 오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박물관 뒤로 이어지는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가면 사적 제84호 제85호 고분군이다. 삼한시대부터 이 일대는 낮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고, 남쪽과 동쪽으로 낮은 산등성이가 여러 갈래로 퍼져 있다.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가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큰 무덤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 일제 시대에 발굴 조사되었으며 다양한 내부구조를 하고 있다. 무덤 안에서 많은 양의 각종 토기·철기·장신구와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고, 무덤의 규모와 내부구조, 발견된 유물의 차이에 의해서 소형무덤과 대형무덤으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문화재는 발굴된 곳에 있어야 진정한 문화재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함안지역에서 발굴된 아라가야 관련 문화재는 함안박물관에 전시되어야 옳다. 함안군청 뒤편에는 사적지 안내판 부근 고분 앞에 문화유산으로 둔갑한 함안 3·1 독립운동 기념탑이 서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여행 TIP 맛집

    ◆대영식육식당=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121-1 김형석(☏ 055)583-1020). 된장샤브샤브: 육우 1인분 1만원- 뚝배기에 된장, 호박, 버섯, 고추 등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인 다음 싱싱한 자연산 시금치, 호박잎, 쑥갓을 약간 익혀 먹는데 매우 담백하다.

    ◆가든악양루=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박길석(☏ 055)584-3479). 민물매운탕 (3인분) 3만원. 인근 남강에서 잡아 올리는 민물고기로 요리를 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