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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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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8) 통합 독서논술- 학급에서 논술하기

나는 언제, 무엇으로 행복한가?

  • 기사입력 : 2009-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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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년 초에 주소, 연락처, 가족 사항 등 학생 현황을 조사한다. 이때 담임에게 바라는 걸 쓰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 올해 우리 반 학생 몇몇은 ‘논술, 글짓기 자주 하지 말아요’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번에 맡은 3학년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담임을 맡아왔기에 친구들로부터 학급 활동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많이 한다는 걸 들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1학년 때나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은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런 부탁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일찌감치 접었거나, 힘들지만 그래도 글쓰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학년 초에 1년 학급살이 계획을 이야기할 때 학급 활동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많이 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 까닭으로 사고력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단편적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에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논술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논술 교육을 하기란 만만하지가 않다. 논술은 여러 가지 갈래 글 가운데 주장을 내세우는 글이다. 주장을 내세우려면 생각이나 의견을 짜임새 있게 다듬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논술은 학생들에게 너무나 어렵다.

    당장에 입시가 급한 고등학교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라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입시 논술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표현하는 글쓰기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초·중등 학생들의 글쓰기는 자신의 겪은 일, 자신의 문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생각에서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제시한 글쓰기 주제 가운데 하나가 ‘나는 언제, 무엇으로 행복한가?’이다.

    이 주제를 정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주제를 제시할 때보다 주제를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행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행복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행복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가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행복할 것이고 친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세 가지가 행복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열 가지가 행복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행복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이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달라질 수 있다.

    여러분의 삶 속에 어떤 행복이 얼마나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면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권리이며, 해야 하는 의무이다.

    이 주제로 작년에는 중학교 2학년에게, 올해는 3학년에게 써 보도록 했다. 다음 글은 우리 반 학생들이 쓴 글 중의 일부분이다.

    ‘나에게 또 한 가지의 희망이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매개물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나 내가 부를 때 음악이 좋고 노래가 좋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의 이런 생활에 음악이 없고 노래가 없으면 정말로 최악일 것이다. 그리고 가수들이 TV에서 노래를 부를 때 너무 좋다. 슬픈 일이 생기면 당연히 그 뒤에는 기쁜 날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항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가까이서 날 지켜보고 나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내가 즐거워하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행복감을 영원히 즐기고 싶다. 난 행복하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 같다. 왜냐하면 가족과 함께 없으면 슬픔에 잠겨 학교에도 오기 싫고 울고 싶을 것이다. 난 밥을 차려주는 할머니와 많이 걱정해주는 삼촌과 날 아껴주는 언니가 있어서 정말 행복한 것 같다. 선생님이 말했듯이 행복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도 그렇게 행복하진 않았다. -중략-

    요즘 우리 집은 행복한 것 같다. 매일 밥 먹을 때 없던 대화가 생기고 웃기도 많이 웃고 행복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옛날 생각은 이제 기억에서 잊혀진 것 같다.’

    ‘내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에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인 거 같다. 가족끼리 있는 것도 행복함을 느끼지만 그것보다 친구들과 있을 때가 더욱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평소에 궁금해 하는 것들과 고민,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고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구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가족들보다 친구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질 때도 있는 거 같다. 물론 가족들도 나에게 소중하다. 하지만 나의 기분을 잘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 같아서 조금 멀게 느껴질 때도 있는 거 같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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