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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도자의 인식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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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또 하나의 별이 졌다. 그분을 지지하건 지지하지 않건 우리나라 근대사의 큰 획을 그은 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국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가는 무엇보다 남북문제에 전 생애를 바쳤다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그간 김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역점적으로 추진했고, 그 성과 역시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 정책과 여성 권익에 관한 연구를 주 업으로 삼는 필자는 김 전 대통령의 여성에 관한 정책적 선도성과 도약의 발판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전담기구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대통령 직속으로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고, 당시 법무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농림부 등 5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신설하여 각 부처의 여성관련 정책에 여성의 관점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으며, 여성이 정책 수혜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후 지식정보화 시대, 여성의 시대를 대비하고자 조직과 기능, 인력과 예산 등을 확보하여 공식적인 행정부처로서 2001년에 ‘여성부’를 출범하였다. 그간의 모든 정책이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채 누구나에게 동일하게 수혜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지만, 실상 많은 정책과 복지서비스가 알게 모르게 남성 중심으로 시행되어 온 것이 지적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남녀차별의 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 시기부터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정책이 시작되었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한 새천년 전후 시기 우리나라의 여성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부녀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는 ‘여성’의 관점이 도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은 어머니이기도 딸이기도 아내이기도 하지만, 주장과 권리를 가진 인간이며, 사회와 국가에서 동일한 혜택과 서비스를 받을 고객이기도 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실현될 준비를 갖춘 시기이다.

    이 시기 우리 도 역시 부녀복지과가 여성정책과로 개편되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한 복지증진에 힘을 쓰게 되었다. 여성의 교양과 취미활동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여성회관을 중심으로 제공되었고, 매년 7월 초에는 여성주간 행사를 통해 남녀평등의식 확산을 위해 홍보에 주력하였다. 또한, 영호남 간, 외국여성단체 간 교류협력이 이루어 진 것도 이때였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정책개발과 집행은 이후 더욱 진화하여 여성의 족쇄인 호주제가 폐지되었고, 모든 정책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동등하게 혜택을 받고 있는지 공무원 스스로 평가하고 이를 수정하는 성별영향평가제도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정부의 예산이 남성과 여성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 점검하는 성인지(性認知)예산제도 실행이 목전에 와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와 우리 도의 여성정책은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유교전통이라는 미명하에 가부장적 사고를 당연시 여겼던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변화하도록 이끌었다. 여전히 여성의 삶과 지위는 고단하지만, 혹자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을 상회하는 것은 아니냐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하기도 한다.

    지도자의 올바른 식견과 정책의 추진은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삶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씨를 당긴 양성평등이라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삼가 고인이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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