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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빈곤아동의 방학 보내기-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07-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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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방학을 하였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의 방학 보내기에 대한 한 달 남짓의 숙제가 시작되었다. 얼마간 캠프를 보내야 하고, 그간 하지 못했던 문화활동을 함께하게 될 것이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학습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또 학교 보내는 동안 잊고 있었던 점심 챙기기가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의회에서 삭감되었다는 학교 무상급식의 문제를 보면서, 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간 급식은 잘하고 있다는 모습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불량 식자재로부터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종종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으로 보도되어 왔다.

    하지만 필자는 비교적 학교급식에 대해 안심하는 편이다. 특히 초등학교의 급식은 양으로도 질로도 만족하고 있다.

    매달 아이 편에 보내오는 식단표를 보면 집에서도 잘 해먹지 못하는 다양한 반찬 종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천연재료로만 맛을 낸다는 안내는 오히려 평소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걸 반성하게 한다. 또 학부모 중 몇몇이 학교급식에 대해 늘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해 결과를 알려주어 공들이는 분들에게 염치없이 감사만 하고 있다.

    편리하고 풍성했던 학교급식을 먹었던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모처럼 엄마가 차려 주는 점심에서 따뜻함을 느끼길 기대한다. 그렇지만 빈곤층 아이들에게 급식은 늦잠 때문에 아침을 거르고 먹는 점심이 아니고, 멋모르고 덩달아 다이어트한다고 찔끔 먹는 점심이 아니다. 빈곤층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하루 식사의 전부이고, 온전한 영양이 갖추어진 완전한 한 끼 식사이다.

    창원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학생이 월요일 오후만 되면 배가 아파 끙끙대며 양호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반복되어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이야기 않던 이 학생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자신은 금요일 급식 이후 전혀 식사를 하지 못하고 월요일 급식 때, 이틀간 못 먹은 끼니를 먹느라 과식을 해서 그런다고 고개를 떨구며 이야기하였다. 빈곤층 아이들에게 방학은 제대로 된 식사의 기회가 없어지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지난 14일 KDI 발표에 의하면 올 초 우리나라 상대빈곤층 비율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의 12.8%보다 높은 14.3%에 이른다고 분석하였다.

    빈곤율이 높아지면 가장 위협을 받는 대상은 어린이이다. 가계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아이들 교육비이고, 장바구니에 담는 식재료의 양과 질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먹어야 할 음식비를 줄이고, 배워야 할 아이들의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엊그제 ‘서민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홍보하면서 사각지대의 해소 정책 중 하나로 지역아동센터의 지원 확대를 발표했다.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급식과 학습 지도, 돌봄서비스 제공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 가정의 자녀나 맞벌이 부부 자녀를 지역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취지로 주로 방과 후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남도에는 217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고, 이들 중 약 85% 내외가 지자체로부터 운영비와 아동복지교사 파견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그간 결식아동에게 방학 동안 주어지던 식권의 대안으로 지역아동센터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경제적 약자층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뜻 있는 몇 개의 센터가 늘어나는 빈곤층 자녀의 어려움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이들 자녀는 내 아이의 친구이기도 하고 이웃의 자녀이기도 하다. 내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내 아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 해야 할 일을 돌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돌보고 함께 나누어야 할 때이다.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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