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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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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산항 부두 검역 현장을 가다

끝나지 않은 신종플루 ‘불안한 침묵’
새벽 해외 화물선 입항…검역관, 가검물 수집·선원 16명 체온 정상 안도

  • 기사입력 : 2009-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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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마산검역소 검역관들이 30일 오전 마산항4부두에 입항한 선박에서 선원들의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가리는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김승권기자/

    장맛비가 잠시 그친 30일 오전 5시40분.

    바다 안개가 옅게 낀 마산항 4부두에서 국립마산검역소 검역관들이 일본 나고야를 출발한 화물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종플루뿐 아니라 국가 전염병 감염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역 대상은 7401t급 VICTORY STAR(빅토리 스타)호로, 선상 조타실 위로 노란색 깃발이 꽂혀 있다. 아직 검역을 받지 않았다는 국제신호다. 마스크와 위생고무장갑을 착용한 유인호(38)·이혜숙(31·여) 검역관의 얼굴에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장을 포함한 승선 인원은 모두 16명. 검역질문서를 제출한 뒤 13㎡가 채 안되는 수속실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선원들은 혹시 체온이 높게 나올까봐 걱정하는 표정이다. 선원 중 고막체온검사를 통해 확인한 가장 높은 체온은 37도로 다행히 신종플루 의심환자는 없었다.

    멕시코에서 신종 플루가 발생한지 무려 두 달이 지났지만 해외로 통하는 관문인 전국 공항과 항만은 신종플루 유입 우려로 불안한 평온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피해가 미미하고 치료율도 높아 경계심이 완화됐지만 검역관들은 지난달 25일 바하마 선적 선원 2명이 의심사례로 발견된 바 있고, 신종플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처지이다.

    특히 신종플루가 퍼지고 있는 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요주의 대상이다.

    이날 검역관들은 선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기에 앞서 배 안의 위생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병균을 검사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배설물을 채취한 이들은 비위에 거슬릴 정도의 퀴퀴한 냄새에도 아랑곳없이 곧바로 식품 저장창고와 주방의 싱크대에서 가검물을 수집했다.

    선장 장일춘(50)씨는 “주로 일본과 중국에 가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혹시나 감염이 되면 일에도 차질이 생겨 무척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검역과 부족한 인력 때문에 자칫 검역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역소 직원 가운데 소장을 뺀 순수 검역인력은 11명. 1척당 2인1조로 한 팀을 이뤄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하루 최대 10척 이상 들어올 때면 인력부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더욱이 화물선들은 오전 8시 하역을 위해 새벽에 접안하기에 검역관의 피로는 누적되기 십상이다.

    국립마산검역소 최경한 과장은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계절에 따라 변이될 가능성도 높아 이같이 강도높은 검역을 가을까지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면서 “혹시나 검역관들이 아플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검역을 마치자, 조타실 위에 꽂힌 노란색 깃발은 거둬졌다. 뒤이어 오전 7시 파나마 국적의 9243t급 NOSHIRO(노시로)Ⅲ 화물선이 마산항 4부두로, 캄보디아 국적의 1346t TAIXIN(타이신) 화물선이 마산 서항부두로 동시에 들어오면서 검역관들은 또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0일 오전 5시 현재 신종플루 확진환자 8명이 추가 확인돼 총 210명이 감염됐다.

    김정민기자 isgu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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