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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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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대하여 - 강정운(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경남 행정체제개편연구위 위원장)

  • 기사입력 : 2009-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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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과 마산이 통합과 관련한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김해와 부산 간에도 부산 강서구 문제를 두고 갈등의 조짐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갈등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이것이 새로운 갈등을 유발시키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모두가 고려해야 할 점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일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회 사정으로 보아 관련 법안의 통과 여부, 통과 시점, 법안 내용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지금의 통합 논의는 제도적 틀이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성 하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당분간 성급한 분석과 결론 도출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에는 4개의 특별법안과 1개의 특례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중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과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특별법안들은 기초자치단체 통합을 통한 광역자치단체인 도의 폐지, 그리고 중앙정부 직속의 광역행정기관 신설이 핵심인 점에서 유사하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은 지방자치단체 권한 강화, 광역자치단체 통합을 중심으로 강력한 분권화를 제안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노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기초지방자치단체 통합을 위한 절차와 지원이 주 내용이고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례법안도 기초지방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이 주 내용이며 행정안전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자치계층 및 구역 변경과 중앙-지방 간 기능 재배분이다. 그렇지만 법안들의 주된 내용은 계층 및 구역 변경이며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에 관한 고려는 없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믿지 못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는 하다. 특히 자립 능력이 매우 부족한 과소군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공감과 함께 한편으론 계류 중인 유력 법안들이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권력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분권화 흐름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국회로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국가 경쟁력 향상과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남북통일 이후의 체제 개편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현재 행정구역 개편의 주된 목적은 기초자치단체 통합을 통해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하고 지방행정의 자치계층을 단층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광역시도 통합에 해당하는 초광역화 통합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한국에서도 부산-경남-울산의 통합과 같은 대규모 광역자치정부의 탄생이 지역의 경쟁력, 수도권에 대한 대응축 형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미래 비전에 기초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광역자치단체 규모는 세계적 경쟁단위로는 작고 기초자치단체 평균 인구 규모는 세계적 평균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크다. 선진 외국에서는 큰 규모 도시 간의 통합이 매우 이례적이며 주로 광역행정체제 구축을 통한 기능적 통합을 이루고 있다. 도시 통합은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통합과는 다르며 규모경제 실현을 통해 행정 효율화에 기여한다는 논거도 분명치 않다.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대도시권 광역행정체제 구축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었으나 학자들 간에 의견이 갈린다. 국내 학계에서도 통합의 규모경제 효과에 대한 합의는 없고 도의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강하다.

    도시의 통합은 시민 각자가 충분한 학습과 정보를 기초로 인근 도시와의 통합에 따른 비용과 편익, 득과 실, 그리고 도시 규모 확대에 따른 기대와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할 문제이다. 또한 향후 국회에서 도의 조건부 폐지가 입법화되는 경우에는 도시 통합이 곧 경상남도 해체의 출발이 된다는 점도 중대한 고려 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통합 논의에 관여하는 대표자들은 통합에 관한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자 납세자인 시민들의 자율적 선택을 돕는 정보 제공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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