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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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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4) 직장인 야구 동호회 ‘트리니티’

실력은 ‘초보’지만 야구 열정은 ‘프로’
작년 12월 창단 6개월 된 신생팀

  • 기사입력 : 2009-06-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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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동호회 ‘트리니티’ 회원들이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실력은 부족해도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뛰어나죠.”

    지난해 12월 창단한 직장인 야구 동호회 ‘트리니티’는 자칭 야구광들이 모여 만든 사회인 야구팀이다. 팀에는 80년대 야구 선수에서 최근 고교야구 선수들 프로필을 줄줄 외는 괴짜 야구광이 있는가 하면, 팀원 상당수가 부산까지 원정을 떠나 롯데 응원전을 펼치는 열혈 야구팬들이다.

    이런 그들이 보는 야구에서 직접 즐기는 야구를 하고 싶어 공·수·주 삼위일체(트리니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야구팀을 만들었다. 활동한 지 6개월된 신생 초보 팀이다.

    실력도 아직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팀과 가진 경기 전적은 2승 8패. 트리니티가 하이트맥주팀과 창원대 운동장에서 연습경기를 가진 지난 14일(일요일) 역시 초보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트리니티 내야수는 땅볼로 오는 평범한 공을 놓쳐 안타를 허용하는가 하면, 주심의 관대한 볼 판정 덕에 겨우 연속 포볼로 밀어내기 점수를 줘야 하는 상황을 면하기도 했다.

    그래도 팀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승부보다는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즐기려는 모습이 얼굴에서부터 피어났다.

    “야구, 죽고 못 살 만큼 큰 매력이 있어요. 일주일 중 야구하는 순간이 가장 기다려지죠.” 트리니티 회장을 맡고 있는 김경표(31)씨는 자신들의 야구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신 김씨는 경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전 6시께 경기장에 도착해 운동장 한편에서 돗자리를 깔고 새우잠을 청했을 정도.

    김씨는 “집에서 편하게 잠을 자면, 아침 일찍 일어나 야구장에 나오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경기장을 바로 찾았다”면서 “나뿐 아니라 팀원 대부분이 주말 연습에 안 빠지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웃었다.

    최환주(31)씨는 “주말마다 야구를 비롯해 다른 모임이 많아 아내와 아이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다. 그래도 야구만큼은 빠지기 싫어서 주말 다른 모임을 줄였고, 평일에는 술자리도 거의 갖지 않은 채 가정에 충실하려 한다”면서 “야구 때문에 내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얼마 전 15년간 몸 담았던 조기축구회를 박차고 나와 과감하게 야구계로 투신한 이금래(39)씨는 “타석에서 투수와 대결해 이겼을 때의 쾌감이 야구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면서 “안타를 쳤을 때 손 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진동에서 오는 전율 때문에 다시 축구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실력보다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이들에게도 극복하기 힘든 점이 있다. 바로 야구를 즐길 만한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아침 일찍 초등학교 운동장을 전전하면서 겨우 연습을 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사실 조기축구에 밀려 연습장을 구하는 게 어렵다.

    최환주씨는 “창원지역만 해도 야구동호회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장소가 턱없이 부족해 동호회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면서 “야구 인프라가 확충되고, 동호인들이 늘어나면 좋은 선수들이 양성될 수 있는 기회도 될 텐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 생활스포츠로 야구를 보는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김경표 회장은 “신생팀이다 보니 경기장, 실력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점과 어려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해 내년에는 사회인 야구 리그에 들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을 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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