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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나도 하나 더 낳아볼까?-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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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화요일 서울에서는 대통령 내외도 참석한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이 심각하고 결의에 찬 분위기 속에 개최되었다고 한다. 그간 정부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시책과 방법으로 출산의 중요성을 알려 왔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이한 올해 더 떨어진 합계출산율로 모두를 당황케 하고 있다.

    2005년도 합계출산율이 1.08이 되면서 심각성을 깨닫고 시작된 정부 대응 후 합계출산율이 2006년 1.13명, 2007년 1.26으로 상승하자 시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올해 발표된 1.19명의 합계출산율은 그간의 효과가 공교롭게 맞물린 ‘쌍춘년’과 ‘황금돼지 해’의 효과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반응으로 변하였다.

    그러면 경남은 어떤 상황인가? 경남은 전국의 합계출산율에 비해 다소 높아 2005년도는 1.18명, 2006년도 1.25명, 2007년도 1.43명이었다. 그러나 역시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인구대체율인 2.1명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지역의 합계출산율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결과는 알 수 없으나, 전국의 경우처럼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우리 도는 2007년도에 저출산대책팀을 구성하고, 다양한 시책을 발굴하여 발빠르게 대처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이 왜 눈으로 보이지 않는 걸까? 미흡한 정책 탓인가, 심각한 개인주의의 발로인가?

    저출산의 원인은 혼인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 사교육비 증대, 미혼 인구 증가, 여성 경제활동 참가의 증가 등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젊은 여성’이 아이 낳기를 기피한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친다.

    사실 가장 최근에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통계조사에서 경남도민 4명 중 1명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사항이라고 응답하였고, 그 비율은 여성이 높게 나타났다. 경남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95년 24.9세에서 2007년 27.8세로 2.9세가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첫 자녀 출산 연령이 높아져 둘째아 이후의 출산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개인이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결혼을 할 책임이 있다는 태도에 여성이 더 낮은 책임의식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남성=직장, 여성=가정으로 가정 내 역할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변화하고 있고, 딸과 아들을 구분하여 교육시켰던 과거세대의 관행이 없어진 지 오래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남학생과 여학생 간 대학진학률이 별반 다르지 않고, 4학년 여대생의 고민은 결혼이 아니라 취업이다. 여성에게 일과 가정에서의 평등 욕구와 직업을 통한 자아성취 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통계조사에는 결혼한 경남 여성이 가사분담을 주도하는 경우가 거의 90%에 이른다는 응답을 하여 양육과 가사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되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즉,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보아야 하는 여성이 지극히 사적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정영역의 일을 줄이려는 심리적 부담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축하금(장려금)을 지급하던 단선적 정책에서 진일보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불임부부 지원, 자녀의 양육 지원, 보육비 보조, 교육비 지원 등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맞닥뜨리는 굽이굽이의 걸림돌을 치워줄 물질적인 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자녀의 양육은 어머니만의 몫이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 하여야 한다는 진리가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여유 있는 주말에 함께 손잡고 공원에 놀러나가는 것이 자녀를 함께 양육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자녀를 돌보고 교육하며,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자녀를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가정 내 책임의식 공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이 자녀의 출산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삶의 일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주어져야 나도 하나 더 낳아 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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