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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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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창원 정병산 소나무 고사 현장을 가다

“베고 또 베어도 끝이 안나”
가뭄으로 붉게 말라죽어 하루 수십그루씩 벌목작업

  • 기사입력 : 2009-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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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라 죽어 가는 소나무를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방법이 없어요.”

    7일 창원 정병산 산불 감시를 하고 있는 송인호(52)씨는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소나무들이 계속해서 죽어 가고 있지만 손놓고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병산뿐만 아니라 인근 비음산, 봉림산, 천주산까지 죽은 소나무들이 수십 군데에 군락까지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씨는 “등산로 입구에 있는 소나무들도 많이 죽어 지난주에 모조리 베어냈는데 오늘 보니까 말라 죽은 소나무가 또 수두룩하다”며 “지난해 여름부터 죽은 소나무들을 베어내고 베어내도 끝이 안 보인다”고 탄식했다.

    용추계곡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부터 말라 죽은 소나무들이 즐비했고, 본격적인 등산로에 오르자 솔잎이 노랗게 변해 버린 지름 30~50㎝ 되는 소나무들이 수두룩했다. 등산로 주변에는 전기톱으로 토막 내 쌓아둔 소나무들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날 벌목작업을 하던 이상헌(52)씨는 “지난달 초부터 우리 작업팀에서만 하루에 50여 그루씩 베어내고 있는데, 아직도 죽은 나무들이 엄청나다”며 “50~60명이 일하고 있는데 워낙 범위가 넓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력도 부족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들 소나무들은 최근까지 지속된 가뭄 때문에 고사한 것으로, 이처럼 죽은 소나무는 도내에서만 80만여 그루에 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죽은 소나무에 솔껍질깎지벌레까지 생겨 다른 멀쩡한 소나무들에 옮겨붙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경남도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밑 부분에서 말라가는 특성을 봐서 99%가 가뭄에 따른 피해 같다”며 “재선충병이 나온 것은 없는데, 심각할 정도로 소나무들이 말라 죽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소나무들이 등산로를 따라 늘어나면서 등산객들의 불만도 이만저만 아니다.

    황배곤(62)씨는 “거의 매일 정병산을 오는데 갑자기 산 전체가 붉게 변해 등산할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박현율(49)씨는 “대책 없이 나무들을 계속 베어내고만 있는데, 이러다 산을 다 망치게 된다”며 “지금 소나무들은 물이 없어 말라 죽어 가는 것인데, 경남도에서 하는 재선충병 방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창원시는 상황이 심각하지만 병해충 예방 방제 외엔 사실상 대책이 없어 고사한 소나무를 베어내는 데 행정력을 쏟고 있다.

    창원시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소나무들이 많이 죽어 가고 있는 것은 알지만 산 속 나무에 일일이 물을 줄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병해충은 방제로 예방하면 되지만 가뭄으로 죽어 가는 것은 예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호철기자 keeper@knnews.co.kr

    [사진설명]  7일 오전 창원 정병산 중턱의 소나무들이 최근까지 지속된 가뭄으로 솔잎이 붉게 변하는 등 말라 죽어 있다(사진 위). 등산로 주변에 고사한 소나무들을 베어 모아 놓고 있다. /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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