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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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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불법 사행성 오락실 단속 현장 동행 르포

눈앞에서 게임기가 사라졌다
40여분 만에 출입문 뜯어내고 들어가보니 내부 ‘텅’

  • 기사입력 : 2009-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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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전 10시 마산시 신포동 대우백화점 앞 2층 건물의 지하 입구. 출입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경찰이 불법오락실 단속에 나서자 문을 닫았다 최근 다시 문을 열어 영업을 하고 있는 불법 사행성 오락실이다.

    마산중부서 생활질서계의 요청으로 출동한 마산소방서 구조구급대 대원 5명이 유압기 등 장비를 이용해 철제 출입문을 뜯기 시작했다. 작업 10분 만에 철제 출입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면서 떨어져 나오자 안쪽에 시커먼 철판으로 제작된 철문이 다시 버티고 서 있었다.

    “기계를 넣을 틈이 없어 (철문을) 뜯어내기 힘들겠는데….” 철문을 살펴본 소방대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만큼 철문이 정교하게 제작돼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을 뜯어내지 않고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철문을 뜯어내는 작업은 다시 시작됐다.

    “안에서 잠가 놓은 걸 보니 분명 내부에 사람이 있다. 지난달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업주를 검거할 수 있겠다.” 작업 현장을 지켜보던 마중서 생활질서계 안치근 경위가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작업이 시작된 지 40분이 넘도록 철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한 소방대원은 “좀 전까지 안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는데, 지금은 불이 꺼진 걸로 봐서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건물 주변을 돌아보던 경찰관 2명이 다급히 지원병력을 요청했다. 건물 뒤쪽 벽에 사람 한 명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대부분 손님들이 빠져 나가버린 것이다. 뒷마무리를 하느라 가장 마지막까지 오락실 내부에서 머무르고 있던 20대 후반의 남성 한 명은 현장에서 붙잡을 수 있었다.

    체포된 그는 “그냥 오락하러 왔다”며 오락실 운영자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내부 정리를 마치고, 가장 마지막에 나온 점으로 미뤄 업주나 오락실 종업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50㎡ 규모의 오락실 내부는 얼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 매캐한 담배 냄새와 온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게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문을 뜯어내는 약 40분 동안 실내에 있던 업주와 손님들이 게임기를 다른 장소로 모두 옮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실내에는 숨길 공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 한 명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구로 게임기를 옮긴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증거물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현행범을 그냥 놓아 줄 수밖에 없어 경찰은 난감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30분 넘게 내부를 수색하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오락실의 비밀 창고가 드러났다. 대형냉장고 뒤편의 벽면이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벽면을 떼어내자 60㎡가량의 창고에 게임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더욱 지능화되는 불법오락실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곳에서 야마토 게임기 63개를 압수하고 업주로 추정되는 A(27)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단속이 강화될수록 이들의 범행은 더욱 지능화되고 있고 적은 인원으로 압수품을 처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면서 “아무리 단속을 해도 오락실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강력한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설명]  1일 오전 마산의 한 불법오락실에 단속을 나온 경찰이 벽을 뜯어내자 게임기가 숨겨져 있다. /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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