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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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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일터와 여성 - 심인선 (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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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일자리 나누기’는 구조조정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1997년 IMF를 지나면서 구조조정이 차후의 발전 잠재력마저 없애버렸던 경험을 톡톡히 한 탓이다. 더욱이 회사가 어려울 때, 비정규직이 먼저 자리를 잃게 되어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 우려되는 바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업 한파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미 경남 여성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남성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임시·일용직 비율이 1.8배가량 많은 상황에서 현재의 경기침체는 여성의 경제활동 입지를 점점 좁히고 있다. 경남여성의 올 초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전월 대비 3.8%나 줄었다. 이는 남성에 비해 두 배 이상, 전국 여성에 비해서도 감소비율 폭이 큰 것이다. 경남여성에게는 일자리 나누기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일을 하고 싶은 자에게 일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헌법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성에게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어려움 이외에 다른 벽이 존재한다. 경남여성의 연령별 취업곡선은 소위 M자형이다. 최종학교 졸업 후 일을 하다가 결혼 및 출산연령에 해당하는 30대 초반에 노동시장을 떠난 후 육아가 끝나는 40대 이후 서서히 복귀하는 형태이다. 남성의 연령별 취업곡선이 종형 모양(∩)인데 비해 여성은 결혼과 출산이 취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가정에서 전업주부로 있다가 새로 일을 찾으려는 여성에게 ‘좋은’ 일자리는 기대하기는 어렵다. 주로 미숙련·저기술 업종이나 단순노무, 또는 복지서비스 관련 직종이 주 취업처이다. 그래서 흔히들 이렇게 얘기한다. ‘남성도, 청년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여성이 굳이 일을 해야 할까?’ ‘연약한’ 여성이 거센 사회생활에서 서바이벌하기 위해 애써야 할까?’.

    많은 부모들이 아들과 딸을 구별 없이 키우고,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과거에는 딸 혹은 며느리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양육에 힘을 쏟는 것이 안타깝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부모님들도 기꺼이 어린 손주를 돌보아 주려고 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최근 필자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소위 ‘괜찮은’ 일자리의 면접관으로 참여하였는데, 이 일자리는 전문성과 결단력, 국제감각이 필요한 일이었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주는 자리였다. 면접 대상자는 세 명이었는데, 그중 유력한 후보자가 임신 중이었다. 임용이 된다면 얼마 안 가서 출산휴가를 가야 했다. 이 후보자는 학력과 경력, 무엇보다도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고 잘 해낼 가능성도 엿보였다. 함께 하였던 면접관들은 깊은 고민을 하였다. 매우 우수했지만, 임용 후 바로 출산휴가를 가게 될 처지의 이 여성을 최종 선발해야 할까, 아니면 차선책을 택해야 할까? 차선으로 꼽히는 사람도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뽑고자 하는 일에는 그 여성이 더 ‘적합’하였다. 숙고 끝에 면접관들은 이 여성을 최우선자로 결정하였다. 기관장께는 이 여성에게 시간을 좀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이 출중하므로 좀 기다려 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마도 과거에는,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실력은 좀 떨어져도 걸림돌이 없는 사람을 선택하였을 것이다. 아니, 여성 자신도 임신 중이라면 응모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연약한’ 여성이 거센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필자의 답은 ‘예’이다. 여성들도 자신의 역량과 기량을 자녀양육에만 한정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쏟아내야 할 때이다. 지금의 어려움은 남성이 또는 여성이 책임지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하므로.

    심 인 선 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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