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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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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이야기] 허약해 재물 들 힘이 없는 財多身弱 사주

  • 기사입력 : 2009-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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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한 부인이 서른 살 된 아들의 사주를 가지고 찾아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주만 내미는 것을 보니 한번 맞춰보라는 뜻일 게다. 명조(命造)를 살펴보니 재(財)가 많아 신약(身弱)하게 된 사주 구성을 하고 있었다. 문곡귀인(文曲貴人)인 정묘(丁卯)일에 태어나고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인수(印綬)를 가지고 있어, 지혜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나며 문장력 있는 사주였다.

    하지만 사주에 재(財)가 많아 공부와는 인연이 길지 않아 보였다. 비유하자면 본인은 촛불처럼 연약한 불인데 겨울에 태어나 신약하고 거기다가 무거운 짐과 같은 재물을 잔뜩 어깨에 올려 놓은 격이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원기(元氣)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원기는 성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스무 살 이전에 소진되는데 아무리 신약하더라도 타고난 원기로 어린 시절은 버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사주처럼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면 어린 시절은 원기를 쓰기 때문에 천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똑똑해서 부모의 기대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원기는 떨어지고 재운(財運)을 다시 만나면 공부하고는 인연이 끊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런 말들을 해주니 그제서야 한숨을 쉬면서 “내가 아들 때문에 골병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발휘해 공부라면 전교에서 일등을 놓쳐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도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곳에 들어갔지만 군대 갔다 오고 24살이 되던 해부터 아예 공부를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렇게 공부를 잘했으니 졸업만 하면 사회에서 인정받는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벤처회사에 있으니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어머니가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댁의 아들은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부를 못했다면 누가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워낙 잘한 아이라 지금은 뭐가 돼도 크게 되어 있겠지 해서 다들 물어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부모의 입장은 그게 가장 큰 고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특히 정묘일 생(生)은 어머니가 지극정성을 다한다. 오죽하면 어머니의 관심이 지나쳐 올빼미같이 잠도 안 자고 아들의 방을 엿본다는 효신살(梟神殺)이라 이름을 붙였을까.

    다행히 이 어머니의 걱정도 올해로써 끝이 난다. 신약해서 문제가 된 사주인데 내년부터는 자신을 도와주는 오행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팔자에 있는 왕성한 재물을 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설령 공부와는 인연이 없더라도 재물복은 있게 된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 누가 알겠는가. 총명한 머리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기업을 일으켜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지….

    정연태(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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