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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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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8) B-boy 최정우씨

“즐겁게 춤추려고 즐겁게 공부하죠”
미술 교사를 꿈꾸는 24살 대학생

  • 기사입력 : 2008-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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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 예술관에서 최정우씨가 브레이크 댄스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캔버스 앞에서 그림 그리는 게 하루 일과였던 소년이 춤을 만난 건 17살 때였다. 우연히 찾은 창원 늘푸른전당에서 춤추는 이들의 모습에 넋이 나간 소년. 끼워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숫기 없던 소년은 한마디도 붙이지 못한 채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일주일간 똑같은 자세를 수백 번 연습했다. 다시 찾은 늘푸른전당, 소년은 구석자리에서 심호흡을 크게 내뱉은 후 연습한 자세를 선보이며 자신을 봐 주길 바랐다. 간절함이 춤에서도 느껴졌을까. 누군가 소년에게 춤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말을 걸었고, 소년은 그때부터 춤과 자유, 열정이 있는 비보이(B-BOY)의 삶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소년에서 청년이 될 때까지 8년간 춤을 추고 있는 최정우(24)씨. 함께 춤추던 친구와 형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하나 둘씩 활동을 접었지만, 쉽게 춤을 놓지 못한 그는 어느새 도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올드(?) 비보이’가 됐다.

    경남 비보이 연합프로젝트팀 ‘KN-SQUAD’의 단장을 맡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첫눈이 흩날리는 5일 오전, 경남대 예술관을 찾았다. 검은색 비니모자, 단정한 옷차림, 밝은 미소의 그는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24살의 비보이, 화려함과 불량스러움, 철이 덜 든 듯한 모습을 떠올렸던 기자는 순간 머쓱하고 미안함까지 들었다. 게다가 꿈도 ‘미술 교사’란다.

    전문 댄서를 꿈꾸는 것도 아닌 그가 여태껏 춤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너무 즐겁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취직할 때까지는 할 수 있는 한 시간을 쪼개서 춤을 추고 싶어요. 취직하면 지금처럼 매일 춤추는 게 힘드니깐, 그 전에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거죠. 물론 학교 생활이나 공부에 지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춤추는 시간만큼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서 나름 보충하고 있어요.”

    교내 장학금까지 받은 장학생이라고 하니, 그 말이 과장은 아닌 듯싶다.

    “장학금은 춤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한 방편이었어요.(웃음) 장학금을 타기 위해 학교랑 연습실만 왔다갔다 하면서 두 달간 춤 연습, 공부만을 반복했죠.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이후로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으시니깐 성공이죠.”

    수십 차례의 골절과 타박상은 물론, 그놈의 춤 때문에 여자친구도 진득하게 사귀어 본 적이 없다. 과연 비보이의 어떤 매력이 그를 이토록 빠져들게 하는 걸까.

    “보통 비보이는 브레이크를 추는 남자라고 말하는데, 우리들 사이에서는 브레이크 댄서와 비보이는 엄연히 구분돼요. 브레이크 댄서는 춤이 목표인 이들이고, 비보이는 춤을 통해 힙합문화, 즉 비보이 라이프를 즐기는 게 목표인 이들이라고 보면 되죠. 보통 처음에는 브레이크 댄서로 시작해서, 차츰 비보이가 되는 건데, 비보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삶에서 브레이크 댄스와 그 문화를 즐기게 되요. 저는 평생 비보이 라이프를 살고 싶어요.”

    자신의 비보이 활동을 스스로 ‘과도한 취미활동’이라고 규정하는 그. 하지만 단순히 취미라고 규정 짓기에 그의 활동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열악한 경남의 비보이들의 환경 개선을 위해 2005년 경남 비보이 연합프로젝트팀 ‘KN-SQUAD’를 창립, 매달 KN놀이라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또 그룹의 공연을 통해 모은 돈으로 지난해부터 경남 최초의 ‘KN-SQUAD 댄스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 모든 게 경남의 비보이 문화를 위해서다.

    20년 후, 자녀들과 함께 비보잉을 즐기며, 춤을 좋아하는 어린 비보이들을 위해 후원하고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미래 희망을 함께 그려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최정우씨는 Lady&Gentleman B-boy Battle 우승컵, 창원 CECO 댄스대회 대상을 수상했고, 대구 마산 부산 영남스트릿 댄스대회 심사위원, Shall We Dance 배틀대회 심사위원을 맡았다.

    글=조고운기자 사진=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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