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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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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이야기] 원진살(怨嗔殺)과 궁합

  • 기사입력 : 2008-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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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마다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이다. 바람 따라 우수수 낙엽을 떨구며 닥쳐올 모진 추위를 예감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환한 노란 빛으로 물들 수 있을까. 은행나무는 참으로 신비한 나무다.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는 은행나무는 암꽃 혼자 결실을 맺을 수 없어서 근처 어딘가에 숫나무가 꽃가루를 날려 보내 주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은행나무를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이 오가며 열매를 맺는 사랑의 나무로 여겼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볼 때면 서로를 간절히 사랑하는 청춘을 떠올리게 된다.

    얼마 전에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위기에 처한 청년을 만났는데 이유는 원진살(怨嗔殺)이었다. 궁합을 볼 때 서로의 사주를 대조해서 원진살이 있으면 별다른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것이다. 이 총각의 경우는 태어난 날이 임오(壬午)일인데 사랑하는 아가씨가 정축(丁丑)일 생(生)이었다. 띠끼리 맞춰보기도 하고 태어난 날을 맞추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지지(地支)를 서로 대조하면 축(丑)과 오(午)가 원진살이 형성된다.

    소위 있는 집에서 며느리를 들일 때는 티끌만큼의 하자만 있어도 난색을 표한다. 이 사주의 경우 일간(日干)인 정(丁)과 임(壬)은 서로 합(合)을 하는데 이렇게 일간이 합을 하면 한눈에 반한다. 丁은 火에 속하고 壬은 水가 되는데 水, 火가 짝을 이루어 다정해지는 현상이다.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원진살보다 합해 다정함을 우선한다고 풀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런데도 원진살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청년을 위로했다.

    신살(神殺)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재살(三災殺), 도화살(桃花殺), 역마살(驛馬殺)과 같은 것을 말한다. 신살(神殺)의 뜻을 풀어보면 ‘귀신이 죽였다, 살렸다’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실상은 귀신의 작용이 아니다.

    사주 간지(干支)의 변화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말하는데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된다. 그리고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길(吉)하게 작용하는 신살도 많다. 그중에는 믿을 만한 것도 없지 않으나 못 믿을 게 더 많기도 하다. 사주라는 학문이 오랜 세월을 내려오다 보니 신빙성이 떨어지는 신살도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본다.

    궁합을 볼 때는 신살보다 음양오행의 배합이 우선이다. 양(陽)의 기운인 木이나 火를 많이 가진 사람은 음(陰)의 기운인 金, 水가 많은 사람이 좋은 배필이다. 하지만 궁합은 미묘하다. 木, 火의 기운이 아주 강하고 金과 水를 전혀 가지지 않은 사람과 金, 水를 강하게 가지고 木, 火를 가지지 못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음양의 배합은 잘 맞는 것 같지만 木, 火를 가진 사람은 金, 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金, 水를 가진 사람은 木, 火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래서 서로가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하다 끝내 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강하게 가지고 있는 오행을 상대방이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도 상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서로가 화합하기 어렵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이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완전히 남남이 만나서 충돌하지 않고 한평생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귀신 이야기 같은 신살보다 지금 사랑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인연의 소중함을 새겨야 한다.

    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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