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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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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선행은 어두운 사회 밝히는 등불 - 목진숙 (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8-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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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삶보다도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해 열정을 바치고 있는 한 여성의 선행이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경제난으로 차가운 겨울 기온이 더 춥게 느껴져 처진 어깨와 움츠러든 몸을 펴기도 힘든 차에 마치 훈훈한 봄기운 같은 이 소식은 압박받고 있는 우리의 생활에 숨통을 틔워 주듯이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준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서 택시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송희진(34)씨다. 미혼인 송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40여명을 모아 무료로 ‘솔로몬 지역아동센터’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송씨는 택시회사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방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이들이 출출함을 느끼지 않도록 틈틈이 간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여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달 70여만원이며, 전액을 공부방 운영에 쓰이는 전기·수도료와 간식비로 사용한다. 이것으로 부족해 쌀을 본가에 가서 조달해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한마디로 조건 없는 희생으로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송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2005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을 모아 무료 공부방을 운영하겠다던 자신의 희망을 실천에 옮겼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를 설득하여 부친 소유의 건물에 공부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환향(還鄕)하던 그해 가을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어린이 부모들도 아이들의 성격이 밝게 바뀌고 성적도 향상되자 쌀과 김치, 감자와 고구마 등 형편대로 먹거리를 가져와 간식 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조리하는 일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 공부방 운영을 돕는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겠다는 초등학교 교사와 영어를 맡겠다는 학원 강사, 중국어를 가르치겠다는 사람도 생겨나는 등 이제는 공부방 강사진이 제법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다고 하니 여느 유명 학원 못지않게 어린이들의 보충학습 지도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시골 어린이들의 경우 도시지역 어린이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보충학습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설사 인근에 유료 학원이나 공부방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난한 가정 형편의 어린이들로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송씨는 본래의 직장마저 미련없이 정리하고 대학에서 공부한 사회복지 전공을 지역 실정과 사회현실에 맞게 살려서 무료 공부방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개그맨 유재석씨와 박명수씨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수년에 걸쳐서 ‘아름다운재단’측에 성금을 기부해 왔다고 한다. 탤런트 문근영씨도 해마다 거액을 아무도 모르게 기부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기부행위가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예수께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며 남을 은밀하게 도울 것을 가르쳤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남을 도왔다면 도왔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말아야 함’을 깨우쳤다. 남 몰래 기부한 연예인들은 이러한 가르침에 부합되는 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부나 사회봉사 등 제반 선행을 한 사람들 스스로 사회에 공개되는 것을 바라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히 알려지게 된다. 도움을 받은 측에서 그 고마움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저절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행위들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봉사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적선지가(積善之家)에 여경(餘慶) 있고 적불선지가(積不善之家)에 여앙(餘殃) 있다’고 했다. 선을 쌓은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생기고, 선하지 못한 일을 계속한 이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이다. 다들 어렵겠지만 각자 형편 닿는 대로 이웃돕기 대열에 동참하도록 하자. 선행의 불빛으로 세상을 밝힌다면 어둠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금요칼럼

    목 진 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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