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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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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문화 선진국은 향토문화 진흥에서 - 목진숙 (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8-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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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의 수도권 비대 현상은 지난날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돈과 권력, 문화예술이 집중된 이곳에,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밀집되어 있음에도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번성한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듯이 문화예술이 중앙에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것으로 인해 여지껏 각종 폐단과 부작용이 빚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방문화 진흥을 위한 일들이 전개되고 있어서 한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지방자치제 시행와 더불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문제가 핫이슈로 대두되는 것과 동시에 지방문화 중흥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여지껏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문화예술 분야를 전면에 내세워 적극적인 활성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발굴·계승하자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때로는 너무 많아 중복과 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 크게 봐서는 영 잘못된 일도 아니다.

    그 한 예가 ‘내 고장 출신 유명 작고 문화예술인 현양사업’이다. 즉 이들의 예술관을 세워 잊혀져 가는 행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면서 이것을 관광자원화하여 많은 탐방객을 불러들임으로써 지방재정 수익 증대를 도모하는 등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수도권에 편중되어 발간되던 종합문예지들이 이제 지방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최소 한 종류 이상의 전국지를 표방한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으며, 이 매체를 통해 유능한 예술인들이 많이 배출되어 문화예술계의 신선한 활력소 역할을 한다.

    전국을 하루생활권으로 이어주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로망과 교통수단 및 인터넷 덕분에 이제는 굳이 수도권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기지 않더라도 문화예술활동을 펼쳐 나가는 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수도권 유명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오는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문화를 지방과 중앙(수도권)으로 구분짓는 것은 의미없는 일로 인식돼 가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문화란 하나의 정원에서 형형색색(形形色色)으로 백화제방(百花齊放)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지방문화와 중앙(수도권)문화도 아닌 한국문화란 틀에서 많은 것들이 논의되고 이와 관련된 일들이 추진되리라고 본다.

    이제 우리의 국력이 세계 10위권 가까이 진입한 만큼 문화예술 분야의 작품도 이에 걸맞게 국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화제작을 창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수준 높은 예술작들을 각국 현지 언어로 보여줌으로써 국제적인 마니아층을 구축해 나가는 일, 즉 한국문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문화예술인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도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문화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가 있을 것이며, 세계인들도 우리를 제대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라와 나라 간 문화의 벽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음을 본다. 우리 문화예술인들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되려면 먼저 우리 문화의 뿌리가 되는 지방 곳곳의 보석과도 같은 향토·토속문화를 잘 가꾸어서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문화의 표상(정체성)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임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금요칼럼

    목 진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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