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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람사르, 환경, 돈 - 조용호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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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이맘때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렸던 제9차 람사르총회에 참석했던 전 세계 환경대표자들이 다음주 대한민국과 경남, 창원, 창녕을 방문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번에 경남에서 개최되는 제10차 람사르총회는 역대 람사르총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 차원 높은 총회 개최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 확신은 한국민의 우수성과 총명성, 철저한 준비, 세계 최첨단의 기술과 행사 개최의 노하우에서 나온다. 이미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 월드컵축구에서 그 능력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3년 전 우간다 총회는 반정부 시위와 무력진압으로 비정부조직(NGO) 대표자의 참여가 막혔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 환경문제는 차라리 사치였다. 총회장은 중무장한 군인들에 둘러싸였고, 기자들은 카메라와 휴대폰도 소지하지 못했다. 회의 도중 전깃불까지 나갔다. 거기에 비하면 창원 CECO의 본행사장은 가히 ‘총회 천국’이 될 것이다. 1500명이 동시 참여하는 대회의장과 400여대주차장, 5개 외국어 동시통역 등 최고시설의 회의장을 갖추었다. 주변의 시티세븐몰과 고층오피스, 호텔, 창원시내의 깨끗한 도로와 만추의 낙엽, 호수 등은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 자빠지게 할 것이다. 람사르문화존, 람사르문화관, 람사르생태공원을 비롯, 음악 미술 공연과 시내투어 등 일사불란한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아름다운 창원에 빠질 것이다.

    여기에다 창녕에는 람사르 협약 보존습지인 우포늪(Woopoo Wetland)이 있다. 국내 최대 자연늪인 우포늪에는 가시연, 큰고니, 나비잠자리 등 2000여종의 온갖 식물, 곤충, 어류, 조류 등이 살아가며, 인간을 품에 안고 있다. 살아있는 ‘생태계 박물관’이다. 철새와의 만남을 할 수 있는 창원 주남저수지도 있다. 인간과 습지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환경을 아끼고 보호하는 에코투어(Eco-tourism, 생태관광)의 본산이 될 것으로 본다.

    정확히 말하면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RAMSAR COP 10)’이다. 주제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Healthy Wetlands, Healthy People)’, 전세계 165개국 2000여명의 정부대표, 국제기구 대표, NGO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상실과 침식을 억제하고 물새의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오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8일간 개최되는 이번 ‘환경올림픽’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면 우리나라는 환경에 관한한 국가 경쟁력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개최지 경남은 창원의 기계산업을 비롯하여 조선, 항공우주, 생명·의생명산업, 로봇, 지능형홈 등 신성장동력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하게 될 것이다.

    개최에 맞춰 김태호 경남지사는 ‘경남환경선언’을 발표했고, 박완수 창원시장은 전국 최초의 공영자전거인 ‘누비자’ 개통식을 가졌다. 총회 유치에서 개최에 이르기까지 경남도민들과 정부 관계자, 경남, 창원, 창녕의 개최지 단체장, 환경민간단체들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총회기간 내내 친절하고 정성어린 봉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 모두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람사르 총회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갔다. CECO 건물은 700억원을 들여 지은 지 1년도 안돼 회의공간 및 주차장 부족을 이유로 증축했으며 200억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동안 들어간 돈과 8일간의 총회 기간 전후로 얼마만한 돈이 들어갈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다. 창원시내는 지금 연일 보도블록 교체와 도로공사, 이벤트 행사로 바쁘다. 주말에는 페스티벌이 열려 구경하기는 좋다지만 너무 규모가 크고 인기 연예인들도 많이 와 수십억원대의 돈이 들어갈 것이다. 시의회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에 제동이 걸렸었다. 람사르총회 개최와 맞물려 중국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두 마리의 따오기에는 2013년까지 7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부디 잘 살아 증식에 성공해야 할 텐데.

    IMF보다 더 힘들다는 경제한파, 위기의 시대에 걱정이 된다. CECO 건물은 행사 이후 월드컵 구장처럼 놀리면 큰 일이다. 국제행사인 만큼 쓸 돈은 써야 한다. 그렇지만 아껴써야 하고, 총회도 성공적으로 잘 치러내야 한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금요칼럼

    조 용 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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