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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노인장기요양보험 정착, 이것부터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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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보호사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생겨난 신종 직업(?)이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이 제도의 서비스를 실천하는 최일선 첨병인 셈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의 끝자가 한자로 ‘士’인지 ‘師’인지 아리송하나 흔히들 말하는 ‘사’로 끝나는 직업군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의 현주소를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허와 실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요양보호사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수급자)들의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책방향과 재정상황을 고려해 1차로 수급자 대상을 약 17만명으로 잡았다. 노인 인구의 3.3%, 전체 인구의 0.3% 수준이다. 모든 국민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회연대 보험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현장에서 이 규모에 맞추려다 보니 수급자 혜택(등급판정)을 받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시각장애나 언어장애 등이 있어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제외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렵게 등급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이 서비스 받기를 주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6만5000여명에 달한다. 요양시설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는 데다 시설 수준이 어르신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탓이다. 또 서비스 대가로 내야 할 돈(시설 입소 20%,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재가급여의 경우 15%)이 부담되고 타인의 손길을 꺼리는 것도 원인이다.

    그런데도 요양보호사는 현재 18만여명이나 배출됐다. 이 중 70% 정도는 사회적 효(孝)를 실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비싼 수업료(경남의 경우 평균 64만원)에 240시간의 이론과 실습을 받고 어렵게 딴 국가자격증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일자리가 있더라도 처우가 나을 리 없다. 시간당 5000~6000원이 대부분이다. 한 달 100만원을 손에 쥐는 요양보호사가 드물다. 일부에서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최저 임금에도 못미치는 80만원 수준이다. 수요와 공급의 심한 불균형이 빚은 결과다.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 제도의 목적에도 어긋난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등급판정을 완화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르신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풀린다. 즉, 대상자 비율이 10~25%에 달하는 선진국의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면 된다. 당장엔 앞서 언급한 본인부담금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선 수급자 유치를 위해 분명 불법이지만 소득에 관계없이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곧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서비스 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각종 후원금과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기존 요양시설들은 수지를 맞춘다는 명분으로 일찌감치 사회복지사 등 직원들의 감봉과 감원을 단행했다. 이곳 직원들은 시설의 경영마인드를 탓하기에 앞서 엉뚱하게도 제도 자체를 원망하는 꼴이 됐다. 본인부담금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감면할 경우 대신 등급수가를 올려 보전하는 방안을 고려해봄 직하다.

    또 등급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의 정보를 서비스 제공기관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장점을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감안하면 개인정보 보호 운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홍보의 일환이다. 요양시설에 입소하든 생활에 익숙한 집에서 서비스를 받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도움을 원한다. 하지만 누가 대상자인지 알아야 서비스 이용을 권유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선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경쟁은 서비스 질을 높인다. 기업형 요양시설의 독점적 폐단을 없애고 신규 장기요양기관의 시장 진입을 완화한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된다. 당연히 요양보호사들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아무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국민적 합의로 탄생했다. 어떤 제도라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짤 수는 없다.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잠재적 수요자인 우리 모두의 관심이 요구된다.

    금요칼럼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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