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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삐끼 천국’ 창원 상남동 유흥가

단속 뜸한 새벽 2시 거침없는 취객 유혹

  • 기사입력 : 2008-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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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최대의 유흥가인 창원 상남동 유흥가 일대에 만취한 취객들을 유혹하는 속칭 삐끼(호객꾼)들의 불법호객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단속해도 증거불충분으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경찰과 창원시가 단속에 뒷짐 진 사이 상남동 유흥가는 공갈과 바가지가 판치는 ‘삐끼 천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9일 새벽 1시20분께 창원시 상남동 분수대 광장 맞은편 편의점 앞.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5~6명의 남성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취객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이 속칭 말하는 삐끼들이다. 30~40대로 추정되는 이들은 취객에게 접근해 “좋은 아가씨 있습니다. 싸게 해 드릴게요”라는 말을 건넸지만 팔을 잡아 끄는 등의 강제성은 보이진 않았다.

    상남동 유흥업소 자율정화위원회 회원 30여명이 불법 호객행위를 참다 못해 매일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삐끼들을 감시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정화위원회의 감시가 끝나는 새벽 2시 이후에는 취객들을 향한 삐끼들의 사냥(?)이 시작됐다.

    새벽 2시 이후 삐끼가 가장 기승을 부린다는 모 주차장 앞. 삐끼들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취객들의 팔을 강제로 잡아당기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려 놓기도 했다. 거절하는 취객들을 20여m 따라가며 유혹하다 여의치 않으면 길을 가로막는 것은 다반사다.

    삐끼와 취객 간의 마찰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새벽 3시께 삐끼가 유혹한 50대 취객이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고 나와 택시를 타고 혼자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이 삐끼가 40대 후반의 여성에게 같이 타라고 재촉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 취객은 여성이 택시에 오르자 곧바로 내린 뒤 다른 택시를 붙잡았지만 이내 다시 “사장님” 하고 쫓아오는 바람에 집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 취객은 비틀거리며 서너 차례 싫다고 뿌리쳤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을 에워싸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건장한 삐끼들의 기세에 눌려 행인들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8일까지 불법 호객꾼을 고용한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소는 7곳에 불과하다. 경찰 역시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삐끼를 단속한 실적은 단 3건에 그쳤다.

    김정민기자 isguy@knnews.co.kr

    [사진설명]  9일 새벽 창원 상남동 유흥가 일대에서 속칭 삐끼(왼쪽)가 취객을 강제로 끌고 가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성민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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