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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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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중이 나아가야 할 길 - 목진숙 (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8-09-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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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韓流)가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 곳곳에 젖어 들어 그들의 일상 속에 깊이 뿌리내린 지도 수년이 흘렀다. 우리 연예인들의 멋스런 차림새를 따라 하고 한국 드라마와 가요, 음식을 즐기면서 한국산 휴대폰과 엠피쓰리를 사용하는 중국 젊은이들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곧 그들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우상처럼 생각하는 한국 연예인의 얼굴과 비슷하게 성형하는 중국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문화가 중국 대중들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반한(反韓)·혐한(嫌韓) 기류가 돌고 있어 걱정된다. 이것이 현실로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베이징 올림픽 응원석에서였다. 우리 선수들이 출전해 중국 선수들과 겨루었을 때 경기장이 떠나가도록 자국 선수를 응원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심한 야유와 욕설, 심지어 페트병과 쓰레기를 던지는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중국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도 한국을 외면했다. 한·미 간의 야구 첫 경기가 펼쳐지던 날에는 중국인들이 미국 응원진에 가세해 그들과 함께 ‘메이궈 지아여우!(미국 힘내라)’를 외쳤다. 결승 펜싱장에서도 이탈리아 선수를 응원했다. 축구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팀이 카메룬, 이탈리아, 온두라스와 예선전을 치를 때 응원석의 중국인들은 우리의 상대 팀이 이기도록 응원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야유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중국인들이 한 것이다.

    왜 반한(反韓)·혐한(嫌韓) 기류가 생겨나는 것일까. 혹자는 사천성 지진 때 우리 누리꾼들이 악성 댓글을 단 것과,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사태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성화봉송 반대 움직임, 한 방송사에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내용을 미리 공개해 버린 것에 대한 보복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소한 이유에 불과하다고 본다. 이보다는 우리들이 평소 중국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반감이 누적되고, 그들이 이루지 못한 정치적 민주화와 문화적 선진화를 한국이 누리고 있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그들의 권력층에 대한 분노가 표적을 향해 날아가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엉뚱하게도 반한(反韓)심리로 표출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5000년의 역사를 보면 우리와 중국은 대립해 온 기간이 더 길었다. 그런 가운데 그들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 우리 몸에 맞게 수용해 왔다. 다 같은 유교문화권으로서 동질감을 형성해 온 두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미 합의한 바 있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등 우의를 다졌다. 한류스타 이영애씨가 후(胡) 주석을 만났는데 이것이 중국 내 반한(反韓) 기류를 누그러뜨리는데 있어서 좋은 역할을 했으면 싶다.

    중국은 이제 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우리도 중국의 3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이다. 양국 정상은 두 나라 교역액 2000억달러 시대를 2년 앞당겨 달성키로 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600만명에 달하는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제 한·중 양국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공존 공영의 터전을 일궈 나가야 하는 것이다. 양국의 협력은 곧 아시아의 번영과 직결된다. 머지않은 앞날에 한·중·일이 합의해 경제공통체를 이룸으로써 서로의 국익을 극대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찬 전망도 해 본다.

    이러한 차에 부정적 기류가 떠돌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양국민들은 서로를 차분하게 되돌아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자. 중국인들을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일체의 언행을 해서는 안 되며, 인터넷을 통한 근거 없는 비방을 삼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자. 두 나라 국민들이 서로 비방하게 되면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 오해와 불신을 씻고 공영의 길로 매진해 나가자.

    금요칼럼

    목 진 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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