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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갈사만의 꿈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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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서쪽 끝, 하동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다. 화개면 산자락에 자리한 신라 고찰 쌍계사와 지리산 반야봉 기슭의 칠불사, 청학봉과 백학봉을 가로지른 불일폭포는 기본이다. 섬진강 굽이굽이 흰 모래와 노송이 어우러진, 이름하여 하동포구 80리는 절경으로 이어진다. 웰빙 음식 재첩국으로 빈 배를 채우고 녹차향기를 따라가노라면 한나절이 금방이다.

    하동은 지리적으로 좀 특이한 곳이다. 지리산을 경계로 전북 남원시와 접해 있고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과 맞대어 있다. 지난 2002년 준공된 영호남 화합의 다리 섬진대교의 건너쪽이 광양시 태안동이고 하동쪽은 금성면이다.

    말씨는 다소 달라도 행정구역상의 경계일 뿐 하동사람 광양사람이 학교도 같이 다니고 직장도 함께 한다. 화개장터엔 ‘우리’가 녹아 있다. 광양권경제자유구역에 하동지구가 포함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이곳에선 ‘갈사만의 꿈’에 부풀어 있다. 휴가길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가는 곳곳에 내걸린 플래카드를 보면서 이를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갈사만경제자유구역 317만4000㎡(96만평)의 매립이 확정됐다는 내용이다. 상세하면 지난 7월 8일 국토해양부 중앙연안관리심의회에서 갈사만 조선소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을 승인한 것이다. 당초 신청한 396만㎡(120만평)에서 줄어들었지만 매립 면적이 경남의 조선시설 용지 중 50%에 달하고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조선소 중 해면부로서는 최대 규모다.

    갈사만은 남해고속도로 하동나들목을 빠져나와 광양 방면 59번 도로를 가다 보면 나온다. 광활한 간척지를 배경으로 이곳이 남해안 조선산업의 신성장동력기지로 바뀐다고 상상해 보라. 하동 사람이 아니더라도 ‘뉴하동시’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동사람들은 이곳 단지 건설과 관련해 쓴 기억이 있다. 현대제철, 한진중공업 등 대기업이 입주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설(說)로 끝났다. 개발사업 시행자로 참여했던 토지공사는 진입도로 일부만 손을 대다 그쳤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주)을 비롯해 오리엔탈 정공(주), (주)선보공업의 입주가 이미 예약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건설은 개발사업단에 출자도 했다.

    또 갈사만은 입지 조건도 좋다. 서쪽에 광양제철소, 동쪽에 하동화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광양제철소에선 조선산업의 핵심 자재인 후판공장이 착공됐다. 웬만한 중소 조선사들이 후판 확보를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여기는 것을 감안하면 입주를 마다할 리 없을 것이다. 향후 불황을 걱정하기도 하나 이참에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생산하면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배후단지 밑그림도 야무지다. 덕천지구는 주거·업무 등 생활지원시설이 들어서고 대송지구와 갈사만배후지구는 조선기자재 관련 공장 등이 자리하게 된다.

    두우지구는 산을 깎아 갈사만에 매립하고 골프장, 야영장, 레포츠 시설 등 위락·레저단지로 탈바꿈한다. 오는 2020년 완공목표를 앞당겨 모두 5개 지구에 2016년까지 총 1조5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하동군 1년 예산의 5배 규모로 하동의 지도를 바꿀 대역사임에 틀림없다. 군이 큰소리치는 인구 17만의 ‘뉴하동시’ 건설이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다. 모양은 바뀌어도 그림자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환경을 걱정하는 이들과의 갈등, 보상비 문제 등 갈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향방도 지켜봐야 하고 경제자유구역답게 선진 외국기업의 유치도 과제다.

    아무튼 갈사만에 민물과 짠물이 만나듯이 환경과 주민을 사랑하는 조화로운 개발이 돼야 할 것이다. 때문에 개발사업단엔 미안하지만 성공작이 될 것이란 평가는 유보한다.

    사실 갈사만의 유래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다만 갈망이란 단어가 연상된다. 휴가길에 만난 군민들은 분명 ‘갈사만의 꿈’이 영글고 있었다.

    금요칼럼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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