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금요칼럼] ‘마창진 통합’ 전조될까 -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08-06-27 00:00:00
  •   
  • 며칠 후면 마산·창원, 진해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위를 달리게 된다. 사장교 중앙 주탑 높이가 164m, 해수면에서 상판까지가 64m다. 마산만을 배경으로 한 풍광도 장관이다. 계절별·시간별로 화려한 조명도 연출된다. 시쳇말로 끝내준다. 이름하여 마산시 현동과 창원시 양곡동을 잇는 ‘마창대교’다. 2004년 4월 착공해 왕복 4차로 1.7㎞를 연결하는 데 4년 넘게 걸렸다.

    개통을 앞두고 괜스레 예감이 좋다. 마산의 명물로서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 아니다. 차량 주행시간이 35분대에서 7분대로 줄어들어 연간 물류비를 수백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효과 때문도 아니다. 더 큰 의미가 있다. 마산·창원, 여기에다 진해까지 합치면 11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일일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나아가 지금은 수면 아래 잠복 상태이지만 통합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가능하다.

    마창대교는 공교롭게도 7월이 시작되는 날 공식 개통된다. 이 또한 좋은 징조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7은 길상(吉祥)의 숫자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서양인들은 7 앞에 언제나 ‘럭키’란 형용사를 붙인다. 견우와 직녀가 오랫동안의 그리움 끝에 만나는 날도 7이 겹친다. 또 ‘칠칠하다’는 잘 자라서 꽉 찼다는 뜻이다. 고대 인도 사람들도 칠진법을 이용했다. ‘양털 끝 일곱 개는 쇠털 끝 하나, 쇠털 끝 일곱 개는 빛 새어들 만큼의 틈’ 등으로 크기와 부피를 쟀다고 전해진다.

    마산과 창원, 진해는 본디 창원군에 속해 있었다. 1914년 마산이 창원군에서 떨어져나가 1949년 시가 되었고, 1955년에는 진해읍이 시가 되어 떨어져 나갔다. 창원은 1980년에서야 창원지구출장소 관할 전역과 마산시 의창동을 편입하여 시가 되면서 1983년에 도청이 들어섰다. 마창대교 개통은 마산과 창원, 진해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각각으로 분리됐지만 다시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마산과 창원 등의 통합문제는 그간 몇 차례 거론되다 사그라졌다. 통합의 장벽은 20년 넘게 딴 살림을 살면서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공고해진 것도 원인이 되겠으나 혹시 손해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다 공무원 사회와 일부 기득권층의 이기심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통합에 따른 시민 개개인의 대차대조표가 다를 수 있다. 지자체 간 통합에 따른 득실과 이해관계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고, 지자체가 따지는 득실은 다른 한 쪽을 부당하게 왜곡한 시각일 수 있다. 기껏해야 지엽적인 것이거나 표면에 국한된 차이일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살린 상생과 윈윈은 차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존이 빛을 발한다. 진해와는 달리 마산과 창원이 갖고 있는 특수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경제권과 생활권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공히 인정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통폐합한다는 애드벌룬을 띄운 바 있다. 이는 인수위 때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5곳과 강원권, 제주특별자치도 2곳)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과 맥이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디어 수준이라곤 하지만 자칫 마산·고성, 창원·김해로 묶이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엊그제 마창대교 교량 위에서 가진 준공식은 축하 열기로 가득했다. 군악대 연주와 퍼포먼스, 경관조명 점등식, 불꽃쇼를 마창진 시민들이 감격 속에 지켜봤을 것이다.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준공식 내내 흐른 축하 음악이 통합의 전주곡으로 들렸다. 오는 29일엔 본사 주최로 개통 기념 한마당 걷기대회가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마창대교 위를 걸으며, 하나되는 통합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이 선 호 수석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선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