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음양의 혈기수화(血氣水火)로 창조되고 유지된다. 음(陰)인 수혈(水血)은 형체를 구성하고 양(陽)인 화기(火氣)는 정신과 생기를 유지한다. 水血이 왕성하면 육신 등 형체가 풍성하고 건전하듯이 火氣가 왕성하면 정신 등 의욕이 왕성하고 건전하다. 생명은 전깃불처럼 음전자와 양전자 중 어느 하나만 상실해도 소멸된다. 가령 水가 100이고 火가 80이면 80을 넘기지 못하듯이 火가 100이고 水가 80이면 역시 80에서 숨을 거둔다.

천명(天命)은 음양오행을 十간 十二지의 문자로써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여름 태생은 陽의 火氣는 득세하고 陰의 水血은 허약하며 겨울 태생은 水血이 득세하고 火氣가 허약하다. 때문에 여름 태생은 너나없이 水血이 수명의 기준인 동시에 水血 부족으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며 겨울 태생은 火氣가 수명을 좌우하는 동시에 火氣 부족으로 생명을 잃게 된다.

여름 태생이 水血이 많다면 음양이 중화를 얻음으로써 육신과 정신이 건전하고 부귀를 누리며, 만사에 원만하고 여유가 있어 무병장수한다. 반면에 水血이 부족한 사람은 어려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고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 또 천성이 급하고 거칠며 무엇 하나 순탄한 것이 없는 동시에 가난하며 조로(早老)하고 단명한다.

겨울 태생이 火氣가 많으면 水火血氣가 중화됨으로써 질병이 없고 건강을 과시하는 동시에 성품이 너그럽고 인심이 후한지라 많은 사람이 따르고 도와줌으로써 부귀를 누리고 무병장수한다. 반대로 火氣가 극소하고 무기력하면 만사가 빗나가고 가난하며 질병이 많고 편견이 심하며 고독하고 단명한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수명은 선천적이고 천부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비록 타고난 기름은 많지 않으나 아껴 쓰고 절약하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데 반해서 타고난 기름이 풍족하다 해도 씀씀이가 많고 낭비를 하면 오랫동안 지탱할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여름 태생은 일반적으로 타고난 수혈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속세의 부귀를 탐하지 않고 수양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안빈낙도를 즐긴다면 지출과 소모를 극소화함으로써 무병하고 장수할 수 있다. 반대로 수화혈기를 풍부히 타고난 인생이라 하더라도 속세의 부귀를 탐하고 욕심을 부리면 혈기의 소모와 낭비가 극심하여 쉽게 노쇠하고 질병이 많아 장수하기 어렵다.

욕심은 부귀를 생산하는데 반해서 수명을 갉아먹는 송충이와도 같다. 수양을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수명을 보완하고 기르는 장수의 대도인데 반해서 욕심을 부리고 부귀를 탐하는 것은 수명을 갉아먹고 죽음을 재촉하는 역천이요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부귀해도 마음이 가난하면 즐거움이 없고 매사 불평과 불만으로 좌불안석하는데 반해서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부자면 부러울 것이 없고 마냥 흐뭇하고 즐겁기만 한 것이니 부귀빈천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역학 연구가